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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아우디의 놀라운 실험, 자급자족형 전기차 충전 허브 본문
어제(17일) 아우디가 전기차 초고속 충전 허브를 선보였습니다. 1층에 초고속 충전기 여섯 기, 2층에 충전 고객용 라운지를 연결한 "자급자족형" 조립식 EV 스테이션입니다. 전기차용으로 수명을 다한 2차 배터리는 주사위 모양의 ESS(에너지 저장 솔루션) 큐브로 짜맞춰 예비 전력 저장소로 활용합니다. 하루에 약 80대의 전기차를 감당할 아우디의 EV 충전 허브는 독일 뉘른베르크(Nuremberg)에서 일반 고객들을 맞이하며 12월 23일 시범 운영에 돌입합니다.
초고속 충전 설비에 드는 값 비싼 고전압 전력선과 변압기는 필요 없습니다. 스마트그리드를 기반한 저전압 네트워크로 전력을 200kW씩 모으고 라운지 지붕과 바닥에 깔린 태양광 패널로 녹색 전력(대체 에너지로 발전된 전력)을 30kW씩 만들어서 ESS 큐브에 담으면 되거든요. 전력은 2.45MWh까지 임시 저장됩니다. 고객이 배터리 전기차(BEV)를 몰고 와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큐브에 저장된 전력을 전기차에 초고속으로 옮겨줄 뿐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 노트북 배터리를 채울 때 쓰는 USB-PD 보조 배터리 팩과 개념이 똑같습니다. 큐브에 잉여 전력이 쌓이면 어딘가 필요한 곳에 되팔겠죠?
아우디 전기차 충전 허브 1층의 각 초고속 충전기는 정격 320kW까지 전력을 내보냅니다. 아우디 e-트론 GT에 꽂으면 270kW, 아우디 Q4 e-트론에 꽂으면 100~125kW까지 DC 급속 충전을 해내죠. 포르쉐 타이칸처럼 초고속 충전에 잘 대응된 e-트론 GT는 5분만 꽂아도 100km 다닐 전력을 채웁니다. 5%에서 80%까지는 23분이면 됩니다. 2층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 하고 내려오면 배터리가 금방 다 찹니다.
충전 단가는 1kWh 당 31센트(한화 약 367.6원, e-트론 충전 서비스 계약자에 한함)입니다. 집에서 월박스(가정용 AC 충전기)로 충전하며 내는 비용과 다르지 않다는군요. 아우디가 아닌 타 브랜드 전기차 고객도 이곳에서 배터리를 채울 수 있습니다. 현대차 그룹이 우리나라 몇몇 고속도로에 깔아 둔 초고속 충전소 이핏(E-pit)이나 서울 강동구에서 운영 중인 EV 스테이션처럼요.
아우디 전기차 고객은 마이 아우디(my Audi) 앱으로 원하는 충전 구역을 찜(예약)할 수 있습니다. 초고속 충전기 6기 중 2기는 PnC(플러그 앤 충전)를 지원해서 충전 멤버십 카드를 RFID(무선 주파수 식별) 단말기에 문대지 않아도 되죠. 충전기를 차에 꽂으면 CAN 통신 인터페이스를 거쳐 고객의 차가 맞는지 인증 확인 절차를 거칩니다. USB-C나 라이트닝 케이블로 스마트폰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나오는 접근 권한 허용 팝업 창이랑 똑같습니다. PnC가 되는 아우디 e-트론 시리즈 등급은 50, 55, S이거나 2021년 48주차 이후 만들어진 e-트론 스포트백(Sportback) 모델이면 됩니다.
충전 구역에서 배터리를 채울 동안 아우디는 고객들을 위한 몇몇 편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바닥난 전기 자전거 배터리를 현장에서 갈아주거나(EV 바이크 배터리 교체 서비스) 전기 스쿠터를 잠시 빌려주기도 하고요. 아우디 Q4 e-트론과 RS e-트론 GT를 몰아보는 고객 시승 서비스, 아우디 전문 인스트럭터가 상주해 제품을 알기 쉽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배달의 민족, 요기요처럼 라운지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거나 자판기 음료를 뽑아서 시간을 보내거나 카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우디는 전기차 충전 허브를 시범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주 이용 시간대를 살필 계획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아우디 직원이 나와서 시설을 돌보고 초고속 충전기와 라운지는 24시간 누구든 이용하도록 열어둔다는군요. 현대차도 경기 용인에 세차와 충전을 결합한 EV 파크를 세우는 등 전기차 고객 편의 시설을 하나 둘 늘리고 있지만 온갖 실험을 즐기는 브랜드로 유명한 아우디는 "역시 스케일(scale)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요한 곳에 단 며칠 만에 세웠다가 언제든 해체할 수 있는 조립 컨테이너식 구조라서 도심 속 수요에 대응하기도 좋습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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