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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소니 전기차 비전-S, 바퀴 달린 플레이스테이션 본문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게임기와 구독형 게임 콘텐츠로 잘 알려진 전자 회사입니다. 2년 전 CES에서 콘셉트 카로 실물을 드러낸 비전-S 전기차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으나 아쉽게도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LG전자의 VS(자동차용 전장비) 사업부, 삼성전자의 시스템 LSI 사업부처럼 주요 자동차 제작사들과 협력을 유지하고 자율주행 및 전기차용 기술 개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 가까웠죠. 며칠 뒤면 CES 2022가 열리는데 소니는 비전-S를 주 무대에 올릴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자동차 부문 전시장이 2년 전보다 10% 더 넓어졌음에도 말이죠.
소니는 전기차 개발에 관심이 없는 걸까요? 그렇다 하기엔 실체가 없고 소문만 무성한 애플카보다 흥밋거리가 많았습니다. CES 2020에서 시선을 모았던 비전-S 프로토타입 모델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오스트리아 그라츠로 옮겨졌습니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방산업체이면서 메르세데스-벤츠 포매틱(4Matic), BMW xDrive, 현대 HTRAC 사륜구동 시스템 공동 개발로 인연이 깊던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와 손잡고 추가 개발을 진행했거든요. 2020년 겨울부터 일부 공공 도로에서 소니의 비전-S가 스파이샷에 잡히자 일부에서는 소니의 전기차 양산 가능성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2020년 7월에는 비전-S가 일본 도쿄에 상륙했습니다. 소니 본사 차원에서 차에 달린 각종 센서 장비와 사운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함이었죠. 자율주행 및 ADAS(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에 대응한 센서 장비만 40개에 이릅니다. 카메라 18개, 초음파 센서 12개, 중장거리 레이더 6개, 소형화된 라이다(LiDAR) 장비 4개로 이뤄집니다. 고속 주행 중애도 전방 300m, 후방 150m를 지속 탐색(Scanning)하며 카메라, 라이다,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알아서 장애물을 피하고 사람처럼 능숙하게 자동 주차를 해냅니다.
실내에 꾸며진 주행 안전 장비는 웬만한 자동차 제작사들의 고급차를 능가합니다. 차선 변경 시 디지털 클러스터(운전석 계기판) 왼쪽 혹은 동반자석 화면 우측의 모니터, 혼 커버 좌우애 차선을 바꿔도 좋다는 녹색등을 깜빡이고요. 공간에 여유가 없으면 주의 표시로 황색등과 경고음을 거리에 따라 조절하며 울리기도 합니다(LCDAS, 차로 변경 결정 지원 시스템). 볼록 거울 대신 평면으로 비치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DSM)의 거리감이 익숙지 않을 때 도움받기 좋겠군요. 소니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TV 가전, 스마트폰용 이미지 센서 개발 경험을 살려서 지금의 자동차보다 시야 확보가 쉬운 차세대 안전 시스템 완성에 신중을 기한다는 계획입니다.
차 안에는 운전자를 실시간 감지하는 ToF(Time of Flight, 위상차 거리 센서) 카메라, 앞좌석 스테레오 카메라가 내장됩니다. 주행 중 기록된 센서 값의 변화량, 디지털 클러스터 속 센서로 계측해 휴식을 권하던 단계를 뛰넘습니다. 운전자의 표정과 몸짓을 보다 자세히 관찰하며 주의 집중력과 피로도를 추정하고요. 실내가 소란스러워도 립-리닝(입술 읽기 시스템)으로 운전자가 의도한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정확히 실행되도록 돕습니다. 나중에는 운전자 및 탑승객 상태를 감지해 실내 공조까지 자동 조절되도록 맞춘다고 합니다.
비전-S는 전장비만 풍부한 차가 아닙니다.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에 강한 소니의 장점을 잘 녹였죠. 각 좌석의 헤드레스트(머리받침)까지 스피커를 매달고 소니의 360 리얼리티 오디오 기술을 입혀서 더 사실적인 소리를 퍼뜨립니다. 헤드폰 및 이어폰 명가로 이름을 떨치던 소니의 노하우가 반영됐기에 사운드 만족도가 높을지도 모릅니다.
앞좌석에는 링컨 제퍼처럼 가운데 화면과 동반자석 화면이 넓게 깔립니다. 가운데 화면에서 L자형으로 손가락을 쓸어내리면 동반자석 화면으로 콘텐츠가 넘어가기도 합니다. 보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에서 가능하던 듀얼 스크린(멀티 윈도) 기능을 비전-S에서 구현했죠. 옆좌석에 앉았다면 소니 클라우드처럼 집에서 쓰던 PS 게임기를 원격으로 켜서 듀얼 쇼크 컨트롤러로 게임을 하면 됩니다. 뒷좌석 머리받침 뒤에는 10.1인치 태블릿이 고정되니까 기호에 따라 영화나 음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습니다.
비전-S에서 즐길거리를 매끄럽게 구현하려면 쾌적한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요. 시험 주행 5개월 차에 접어든 2021년 4월, 소니가 유럽의 대표적 통신회사인 보다폰(Vodafone)과 손잡고 독일 알덴호벤에서 5G 주행 테스트에 돌입했습니다. 수년 전 인천 영종도에서 펼쳤던 SKT(SK텔레콤)랑 BMW의 5G 커넥티드 카 시연과 비슷합니다. 고속 이동 중 길 안내 및 인포테인먼트가 끊임없이 안정적으로 제공되는지,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중에도 자율주행에 대응한 ADAS가 잘 동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통신 무결성 검증입니다.
동시에 독일 프랑크루프트에서는 비전-S의 서킷 주행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밀어서 잠금 해제하는 손가락 제스처로 비전-S를 깨우고 고속 주행 시 전동식으로 뒷날개(리어 스포일러)를 세워 다운포스를 늘리는 등 주행 감각에 변화를 주고 일상 주행 조건에서의 정숙성과 가감속 능력을 면밀히 관찰하더군요.
참고로 비전-S는 현대의 E-GMP처럼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들어집니다. 200kW 출력의 전기 모터를 앞뒤에 싣고서 제로백(0~100km/h) 가속을 4.8초에 끝내고 240km/h까지 달려갑니다. 전 세계에서 실시되는 충돌 안전성 테스트를 모두 만족하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크기는 테슬라 모델 S 대비 소폭 짧고 좁습니다. 전장 4,895mm, 전폭 1,900mm, 전고 1,450mm, 휠베이스 3,000mm, 무게는 2,350kg 수준입니다. 전기차 기술 시연용으로 개발된 모델이라기엔 콘티넨탈, 보쉬 등 주요 부품사와 협업 과정이 꽤 길고 자세해서 어쩌면 비전-S가 소니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지 않을까 기대가 커집니다. 항간에 소문만 떠도는 애플카는 정확한 실체가 없지만 소니는 2년 전에 만든 프로토타입 전기차로 돌다리를 두들기는 중이니까요. 언제쯤이면 소니가 만든 양산형 전기차를 실물로 꺼낼지 궁금해집니다. 전기차로 어필하기 힘든 CES 2022에는 안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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