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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장맛비가 잠깐 멈춘 일요일 오후, 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달콤 짭짤한 콜드브루를 받아서 찾아간 곳은 반곡지입니다. 시간이 텅 빈 주말이면 늘 생각나는 물멍스폿인데요. 지난 며칠 비가 쉬지 않고 내렸음에도 이곳 주차장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낡고 오래된 티가 나던 화장실은 컨테이너형 신축 화장실로 완전히 변경됐고 바로 건너편 카페 두 곳엔 어딘가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왜 이리 많았을까요? 이날의 반곡지가 보여준 그림은 제 머릿속 물음을 말끔히 씻어냈습니다. 며칠 새 비가 쉬지 않고 내려서인지 한눈에 봐도 물이 많고 탁도가 낮아져서 물빛에 반사된 주변 풍경들이 오늘따라 선명했습니다. 구름으로 빈틈이 없던 하늘은 푸른 물감을 풀어서 사람들의 넋을 잠시 홀리고 있었습니다. 늘 보던 그..
어제(10일) 주말을 맞아 차 시동을 걸고 커피 한 잔 하러 나왔습니다. 찾아간 곳은 며칠 전 포스팅한 모건커피라운지입니다. 주차장은 어디선가 찾아온 차들이 빈 곳을 하나 둘 채우고 있었습니다. 점심 직후라서 차 댈 곳은 다행히 듬성듬성 남아 있었습니다. 카페 바로 옆에서 운영 중인 자동차 정비소는 셔터를 활짝 열어둔 채 손님 맞을 준비를 하더군요. 주차 후 매장으로 들어섭니다. 오늘은 어느 커피를 마실까 메뉴판을 살피다 맨 위의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로 정했습니다. 주요 특징으로 "장미, 블랙베리, 복숭아, 바닐라, 부드러운 바디감"이라는 한 줄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같은 에티오피아 계열인 베라코와 할로 베라티는 시큼하거나 달달한 쪽에 속한 가지치기 품종으로 보였습니다. 마셔 보면 뭔가 다르겠죠? 주..
반곡지는 경산의 가장 대표적인 힐링 스폿입니다. 예전에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지역 내 인스타 명소로 불립니다. 봄에는 복사꽃, 여름에는 녹음 짙은 왕버드나무,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뒷산과 공존하는 시골 정취, 겨울에는 거울처럼 비치는 잔잔한 저수지 풍경을 보려고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날 좋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군가는 이곳에서 에너지를 얻고 가족과 추억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난 토요일(24일) 찾아간 반곡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점심 무렵 차를 대고 내리니 따사로운 햇살, 청량한 공기, 어딘가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이 주위를 에워쌉니다. 흰 선만 그어졌던 공영 주차장에는 장애인, 여성, 경차 전용 주차면이 따로 생겼고 경계가 모호했던 ..
5월의 어느 토요일(8일) 이른 아침. 그토록 비켜갔던 반곡지를 찾았다. 집에서 차로 20분이면 가는 곳이지만 오후 중 시간이 나서 갈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방문을 포기했던 곳이다. 하루에 세 번 경산역에서 반곡지를 향하는 399번 버스가 다니지만 반곡지를 찾기엔 너무 이르거나 빨랐다. 도착하면 아침 7시 반, 저녁 7시, 밤 9시를 가리킨다. 399번 버스의 종점인 자인 정류장에서 남산 2번(반곡 방면은 하루 7회 운행)을 갈아타는 방법도 있으나 배차 간격이 2시간이라 환승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반곡지를 20, 30분 안에 둘러보고 자인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면 가능하기는 하다. 길에서 흘리는 시간이 많으니 추천하지 않을 뿐. 우연한 기회로 시승차를 받아 아침 일찍 반곡지를 향하니 기분이 설렌다...
아침 기온 10도에 낮 최고 기온 27도. 곡우를 갓 지나더니 일교차가 급격히 벌어졌다. 따스했던 햇볕이 강해져 지면을 바싹 데우는 초여름에 접어드는 중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하늘이 가끔 뿌옇게 변해도 오호츠크해 기단에서 불어오는 촉촉한 샛바람(동녘 바람)이 먼지를 밀어내 푸른 하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쨍하게, 눈부시게 밝던 태양이 산 뒤로 넘어가는 초저녁이면 일몰을 마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저수지랑 강가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곳. 대구·경산에도 그런 스폿이 곳곳에 잘 숨어 있다. 어딜 가볼까? 1. 운암지 수변공원 (대구 북구) 운암지는 내가 찾아간 저수지 중 가장 괜찮았다. 저수지 한가운데의 정자와 저수지 외곽을 감싼 산책로가 잘 정돈돼 있어 다니기 좋았..
하루 종일 봄비가 내렸다. 비를 맞아 홀딱 젖어 무거워진 벚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며 꽃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연분홍빛으로 산책길을 물들이던 꽃잎은 지고 파릇파릇한 잎들이 싹을 틔웠다. 바야흐로 벚꽃엔딩이다. 벚꽃은 지난주에 봤으니 다른 곳을 가보기로 했다. 얼른 생각난 곳은 반곡지였다. 4월 초면 벚꽃보다 진한 복사꽃을 피우며 운치 있는 봄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어제부터 온종일 비가 내렸으니 절정은 놓친 셈 치고 가보기로 했다. 일요일인 데다 날씨도 약간 쌀쌀해져서 사람들이 별로 안 모였겠다 생각했다. 집에서 차를 몰고 나와 반곡지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고갯길을 넘자마자 가장자리에 운집한 차들이 보였다. 설마 하는 생각에 반곡지 주차장으로 깊숙이 들어갔지만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울타리와 흙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