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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장맛비가 잠깐 멈춘 일요일 오후, 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달콤 짭짤한 콜드브루를 받아서 찾아간 곳은 반곡지입니다. 시간이 텅 빈 주말이면 늘 생각나는 물멍스폿인데요. 지난 며칠 비가 쉬지 않고 내렸음에도 이곳 주차장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낡고 오래된 티가 나던 화장실은 컨테이너형 신축 화장실로 완전히 변경됐고 바로 건너편 카페 두 곳엔 어딘가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왜 이리 많았을까요? 이날의 반곡지가 보여준 그림은 제 머릿속 물음을 말끔히 씻어냈습니다. 며칠 새 비가 쉬지 않고 내려서인지 한눈에 봐도 물이 많고 탁도가 낮아져서 물빛에 반사된 주변 풍경들이 오늘따라 선명했습니다. 구름으로 빈틈이 없던 하늘은 푸른 물감을 풀어서 사람들의 넋을 잠시 홀리고 있었습니다. 늘 보던 그..
지난 25일 목요일. 밀양 위양지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 대구 경산 지역에도 저수지가 천지삐까리(경상도 방언으로 '매우 많다'는 뜻)인데 뭐 하러 밀양까지 찾아갔냐고요? 인스타 알고리즘이 보여준 사진 몇 장이 저를 위양지로 이끌었습니다. 수면에 비친 이팝나무, 저수지 한가운데 지어진 정자(亭子)가 아름답고 멋져 보였거든요. 경산 압량읍에서 밀양 위양지까지 차로 가면 1시간 20분(일반국도 기준), 고속도로로 질러가도 5분밖에 안 줄어듭니다. 25번 국도로 간늪사거리까지 쭉 가서 밀양시청 방면으로 우회전, 24번 국도를 타다 춘화삼거리에서 위양지 안내판을 따라 우회전하면 금방 나옵니다. 차 많고 복잡한 대구 시내를 관통하며 찾아가는 팔공산보다 가는 길이 쉽습니다. 특이한 점은 위양지 주차장 진출입로였습..
어제(10일) 주말을 맞아 차 시동을 걸고 커피 한 잔 하러 나왔습니다. 찾아간 곳은 며칠 전 포스팅한 모건커피라운지입니다. 주차장은 어디선가 찾아온 차들이 빈 곳을 하나 둘 채우고 있었습니다. 점심 직후라서 차 댈 곳은 다행히 듬성듬성 남아 있었습니다. 카페 바로 옆에서 운영 중인 자동차 정비소는 셔터를 활짝 열어둔 채 손님 맞을 준비를 하더군요. 주차 후 매장으로 들어섭니다. 오늘은 어느 커피를 마실까 메뉴판을 살피다 맨 위의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로 정했습니다. 주요 특징으로 "장미, 블랙베리, 복숭아, 바닐라, 부드러운 바디감"이라는 한 줄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같은 에티오피아 계열인 베라코와 할로 베라티는 시큼하거나 달달한 쪽에 속한 가지치기 품종으로 보였습니다. 마셔 보면 뭔가 다르겠죠? 주..
반곡지는 경산의 가장 대표적인 힐링 스폿입니다. 예전에는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지역 내 인스타 명소로 불립니다. 봄에는 복사꽃, 여름에는 녹음 짙은 왕버드나무,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뒷산과 공존하는 시골 정취, 겨울에는 거울처럼 비치는 잔잔한 저수지 풍경을 보려고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날 좋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군가는 이곳에서 에너지를 얻고 가족과 추억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난 토요일(24일) 찾아간 반곡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점심 무렵 차를 대고 내리니 따사로운 햇살, 청량한 공기, 어딘가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이 주위를 에워쌉니다. 흰 선만 그어졌던 공영 주차장에는 장애인, 여성, 경차 전용 주차면이 따로 생겼고 경계가 모호했던 ..
26일 이른 점심을 먹고 차 시동을 켰습니다. 차 사진을 찍으려고 잠시 들른 동명지 수변공원을 제대로 둘러보고 오지 못했거든요. 버스로 가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려서 찾아가기는 버거웠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동명 저수지를 입력하니 고속도로를 거쳐서 가도 40여 분, 국도로 가도 1시간 안팎이 걸린다고 하네요. 시간이 급하지 않으니 국도로 둘러가기로 합니다. 만촌동과 복현동을 가르며 산격대교를 건너 국우터널을 지나니 한적해진 칠곡중앙대로가 보였습니다. 왕복 6차선 대로를 따라 달려가니 동명을 가리키는 교통 표지가 등장합니다. 우로 꺾어 한티로에 들어서면 구덕리 방면으로 난 교차로가 나옵니다. 좌회전하면 바로 왼쪽에 동명지 수변공원 제1주차장 진입로가 이어집니다. 다행히 차는 밀리지 않아서 낮 1시 안에 도착했습..
어제(25일) 저녁 6시 반,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월광수변공원 저녁 뷰를 보기 위함이었죠. 차로 가면 40분 안팎이지만 939번 버스-지하철(대구 2호선 담티역-반월당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 후 상인역 1번 출구로 이동)-356번 버스로 1시간 반 걸리는 대중교통을 고르기로 합니다. 순수하게 버스만 갈아타는 방법도 있기는 합니다. 509번 버스로 두류역까지 가서 356번 버스로 환승하는 방법인데요. 빨라야 2시간, 밀리면 2시간 반입니다. 다 보고 돌아갈 때는 상관없는데 찾아갈 때 길에서 시간을 흘리면 아까우니 1,250원 한 번 더 내겠습니다. 저녁 8시, 상인역에서 갈아탄 356번 버스가 회차점인 월광수변공원을 향해 천천히 다가갑니다. 공원 앞 공영주차장에는 차들이 꽉 찼군요. 주차장 안 모..
8일 오전 11시, 대부잠수교(하양 유원지)에서 내비게이션을 두드렸다. 그다음 목적지로 운암지 수변공원을 고르니 한 시간 하고도 10분이 더 걸리겠다는 안내가 뜬다. 차는 팔공산 주변 도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갓바위를 스쳐 지났다. 호국로를 따라가다 등장한 국우터널을 지나니 멀게만 느껴지던 운암지가 가까워졌다. 북구 구암동 아파트 단지와 먹자골목을 지나면 길 왼편에 난 운암지 수변공원을 마주하게 된다. 우로 굽은 교차로를 지난 다음 사거리에서 U턴해 길가의 노상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댔다. 차 시동을 끄고 탄산수 몇 모금하니 시계는 낮 12시 반을 가리켰다. 눈앞의 운암 공원 이정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 입구엔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 2곳과 편의점, 건너편으로는 아까 지났던 온갖 음식점들이 희미하게 ..
5월의 어느 토요일(8일) 이른 아침. 그토록 비켜갔던 반곡지를 찾았다. 집에서 차로 20분이면 가는 곳이지만 오후 중 시간이 나서 갈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방문을 포기했던 곳이다. 하루에 세 번 경산역에서 반곡지를 향하는 399번 버스가 다니지만 반곡지를 찾기엔 너무 이르거나 빨랐다. 도착하면 아침 7시 반, 저녁 7시, 밤 9시를 가리킨다. 399번 버스의 종점인 자인 정류장에서 남산 2번(반곡 방면은 하루 7회 운행)을 갈아타는 방법도 있으나 배차 간격이 2시간이라 환승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반곡지를 20, 30분 안에 둘러보고 자인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면 가능하기는 하다. 길에서 흘리는 시간이 많으니 추천하지 않을 뿐. 우연한 기회로 시승차를 받아 아침 일찍 반곡지를 향하니 기분이 설렌다...
어린이날이다. 어제는 거센 바람으로 전국을 비로 적시더니 오늘 아침은 보란 듯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바람이 여전히 강해서 낮 기온은 23도에 머물겠으나 강한 자외선에 주의하라는 일기예보가 나왔다. 외출하기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먹다 남은 호두 머핀과 드링킹 요구르트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카카오 맵을 띄웠다. 어딜 가볼까 알아보다 한동안 찾지 않았던 남매지가 생각났다. 경산시청 건너편에 자리한 넓은 저수지다. 비가 내린 바로 다음날은 저수지 뷰가 절정이라서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집 근처 버스 승하차장에서 경산 100번 버스를 타고 경산경찰서 앞에 내렸다. 오전 11시가 조금 안 돼서 남매지 수변공원(남매공원)에 가 보니 반소매 차림에 바람막이를 두르고 나온 주민들이 보였다. 선글라스에..
22일 오후 2시 반, 답사를 위해 카카오 맵을 띄웠다. 며칠 전 가 보라며 추천받은 월광수변공원을 알아보던 차였다. 두류공원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저수지 뷰 맛집이란다. 경로 검색을 하니 대중교통으로 2시간, 차로 30분이 걸린다고 나왔다. 순간 머릿속은 '?(물음표)'로 도배됐다. 세상에. 왜 그리 오래 걸릴까? 자동차로는 유료도로와 터널 하나면 지나면 되는 금방인데 대중교통으로는 반월당과 상인동을 거쳐 'C'자로 크게 돌아간다. 939번 버스로 대공원역에 가서 2호선 지하철로 환승 후 반월당에서 다시 1호선 상인역으로 향한다. 1번 출구 앞 영남고등학교 건너편에서 356번 버스를 타면 마침내 월광수변공원이 보인다. 939번 버스 하나로 몸 편히 가는 운암지보다 더 오래 걸렸다. 이동시간만 꼬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