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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김연경 고별전? 언론은 '배알못' 인증 중 본문
29일 스포츠 부문 뉴스를 보던 중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여자배구 경기를 다룬 일부 언론들의 기사 제목, 앵커 멘트가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YTN이나 연합뉴스 같은 유명 TV 언론 매체들은 '김연경 고별전' 등 오해의 여지가 있는 단어 사용에 거리낌이 없었다. 몇몇 신문 매체도 한 세트도 따지 못한 흥국생명 비난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경기가 있기 전 흐름과 당일 경기 전체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과장 보도를 해서 자꾸만 비상한 관심을 끈다.
배구는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잘 풀리는 경기가 아니다. 팀원들의 그날 컨디션, 발놀림과 눈빛, 호흡이 얼마나 조화롭게 빛을 발하는가에 경기 결과가 좌우된다.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과 같은 단기전은 가을·겨울에 걸쳐 장기전을 펼치는 V리그와는 성격이 다르다. 상대 선수의 공수 패턴을 더 깊이 알아야 하고 어느 때보다 높은 볼 집중력을 요구하므로 체력 소모가 심하다. 전문성이 얕을지언정 좌우를 가르는 편향적 보도는 자중하는 게 언론인의 기본자세 아녔던가?
흥국생명은 리그 3위 IBK기업은행을 상대하며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리그 막판 레프트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이 학교 폭력 관련 문제로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팀 균형이 무너졌다. 부상으로 센터 김세영이 코트에 합류하지 못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김인경과 팀 선수들이 '끝까지 간다'는 자체 슬로건을 앞세우며 무너져 가는 팀 워크를 다지는 중인데 언론들은 도리어 찬물을 끼얹었다. 추측성 보도로 김연경이 팀 불화설로 국내 무대를 떠날지 모른다는 멘트까지 서슴없이 했다. 경기 리액션에 가감 없는 김연경을 아는 팬들이나 주변 동료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다고 할 만하다.
GS를 무작정 띄우는 언론의 모습도 달갑지 않다. 신뢰와 공정 보도를 해야 할 언론들이 흥국과 비교하며 이미지 까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남 잘못은 잘 따지면서 자아성찰이 없는 언론들을 보면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일부 지상파 채널도 다를 게 없다. 과거의 잘못으로 쌓인 부정의 화살이 자신을 향한다 싶으면 때 아닌 선의의 보도로 방향을 틀거나 이미지를 알게 모르게 지워 나간다. 보이는 그대로 경기 결과를 보여주면 될 것을 괜스레 몇 마디 더 붙이고 싶어 한다. 배구 경기에서 선과 악의 대결은 없다.
오늘(30일) 저녁 7시 인천에서 열릴 여자부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도 어떻게 보도할지 참 기대된다. 이날 생중계되는 경기 자체만 보고 나머지 '배알못(배구를 알지도 못하는)' 패스트푸드 보도는 안 보는 게 속이 편하겠다. 무엇보다 이기든 지든 선수들이 심각한 부상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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