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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다시 보는 프리런칭 광고, 뭐가 있었죠?

커피스푼 2021. 6. 25.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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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아이스크림 유튜브 채널에 등록된 한 재판 영상을 캡처했습니다.
빙그레아이스크림 유튜브 채널에 등록된 한 재판 영상을 캡처했습니다.

전자제품, 가전, 자동차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해마다 신제품이 나올 무렵이면 TV로 짧게는 15초, 길게는 1분을 써 가며 광고를 띄웁니다. 공식 출시 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프리런칭(Pre-launching)" 광고(ad.)로 제조사들이 사전예약 개시를 알리거나 제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합니다. 요즘은 TV 보는 시간이 줄어서 기억에 남는 프리런칭 광고가 별로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재판으로 웃음 벨이 울리는 B사의 아이스크림 광고, 내레이션 가득한 스토리텔링 광고들이 유튜브 시청자들의 눈과 귀, 감정까지 사로잡거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던 프리런칭 광고들을 뽑아서 한데 모아봤습니다. 몇 년 전 방영된 광고인데도 가끔 생각나서 틀어보곤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시청해 보시죠.


1. 눈부시게. 모든 것을 새롭게. - 삼성 갤럭시 S6 엣지 프리런칭(15초)

당시 갤럭시 S6 엣지는 15초 안에 제 마음을 홀렸습니다.

벌써 6년이 흘렀습니다. 갤럭시 S5까지는 평범한 스마트폰에 불과했는데요. 양면형 엣지 디스플레이에 스카치 캔디 포장처럼 영롱한 빛깔의 S6 엣지를 본 순간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남은 약정을 보고 기변 욕구를 간신히 참아냈던 기억이 나네요. 국내 프리런칭 광고로 삽입된 곡은 "요안 르모앙(woodkid)의 Iron"입니다. 게임 어쌔신 크리드 레벨레이션에서 트레일러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지요.


2. 돌려라. - 삼성 기어 S2 프리런칭(60초)

시청률 높은 TV 프로에서 1분을 기어 S2 광고로 다 쓰더군요.

2015년 9월, 기어 S2가 1분 광고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세상에 뭔 이런 광고가 있나?' 싶을 만큼 광고가 길기도 했지요. 15초 광고 네 편을 흡수하며 돌려쓰는 스마트워치의 신기함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도입부에서 라디오 볼륨을 올리니 통화 음량이 높아지던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라이프스타일의 연상 흐름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하더군요. 기어 S2 프리런칭 광고로 삽입된 곡은 "맥스 슈나이더의 Puppeteer"입니다. 광고 속 강렬한 비트에 사로잡혔다면 한 번 들어보세요.


3. 위대함은 위대함의 합이다. - 제네시스 EQ900 프리런칭(60초)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자동차 광고이기도 합니다.

2015년은 제네시스 EQ900이 데뷔한 해이기도 합니다. '제네시스' 브랜드 탄생을 알리며 첫 차로 나왔던 기함급 모델이지요. 영상은 한 줌의 흙을 손으로 움켜쥐면서 시작됩니다. 철광석을 고온에 녹여 쇳물을 만들고 가죽을 여미는 장인의 섬세한 노력들을 웅장하고 위대한 여정으로 담아냈더군요. '위대함은 위대함의 합이다.'라는 메시지가 강렬히 다가옵니다. 키와 몸무게, 체형을 고르면 최적의 위치로 시트가 움직였던 그 섬세함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4. 영감은 낯선 것으로부터. - 기아 K8 프리런칭(30초)

7을 지우고 8을 새기는 모습이 가히 인상적인 광고였습니다.

시간을 2021년으로 되돌려봤습니다. 올해 찍은 자동차 광고 중에는 K8이 기억에 많이 남는군요. '그랜저와 비슷한 차'라는 수식어 지우기에 성공했거든요. K7 프리미어로 종지부를 찍으며 환생한 K8은 '낯선 영감'을 뿌리 깊이 새겨 넣었습니다. 배우 조승우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며 차급을 한층 높이기도 했고요. 한결 날렵해지고 더 길어진 차체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티저 광고이기도 합니다.


5. Next mobility life. - 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프리런칭(30초)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를 오마쥬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K8 다음으로 나온 스타리아 라운지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 스타트랙에서 엔터프라이즈호로 시공을 초월하던 초미래적 세계관을 옮겨와 신비롭고 세련된 느낌을 받았거든요. 좌우로 얇게 켜지는 백색 LED, 파라메트릭 픽셀 패턴의 붉은색 LED로 마치 우주선을 타고 있는 듯한 경험을 전해줍니다. 스타리아 뒷모습을 보여주다 초광속 이동하는 마지막 모습은 가히 새롭군요.


6. 나만의 완생을 향해. - 기아 더 뉴 K3(30초)

나만의 완생을 향해 장그래가 달려갑니다.

미생 2021? 7년 전 드라마 속 감동에 젖어 화들짝 유튜브를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2년제 계약직으로 무역회사에서 호된 사회 경험을 했던 장그래가 나만의 완생을 향해 K3로 부지런히 나아가다니. 몹시도 반가웠습니다. 기아가 "이승열의 Fly"를 선곡하며 지금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시간을 철저히 쪼개 쓰며 자기 계발을 마다하지 않는 이 시대 청년들의 사회상을 잘 그려냈더군요. 아반떼보다 작고 덜 화려하지만 진심 가득 응원해주고 싶은 자동차랄까요.


7. 한무반복 트레일블레이저. -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프리런칭(60초)

코로나만 아녔으면 저절로 흥얼거릴 트레일블레이저. 입만 열면 차 이름이 한무반복이군요.

분위기가 무거웠나요? 1년만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2020년 초를 뜨겁게 달궜던 한 편의 자동차 광고가 있었습니다. 쉐보레가 2020년 1월 출시한 트레일블레이저였죠. '아이엠 그루트(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영감을 받은 건지 광고 내내 "트레일블레이저"가 나옵니다. 포크송(folksong) 특유의 반복된 구절과 복고풍 가락들이 저를 중독되게 합니다. 기능? 연비? 그런 거 다 몰라도 차 이름 하나는 기막히게 떠오르네요. 코로나만 아녔음 여기저기서 "트레일블레이저"라고 외쳤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쉐보레에서 스파크 다음으로 잘 팔리고 있기도 합니다.


8. Full of wonder. - 기아 셀토스 프리런칭(30초)

음악이 다 했다 할 만큼 차랑 잘 어울렸던 광고였습니다.

1년 더 거슬러 가볼까요? 2019년 7월 출시를 앞두고 나타난 셀토스 프리런칭 광고는 메시지가 뚜렷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음악으로 어떤 차인가 설명을 마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30대 남성 고객들이 탈 만한 세련된 감각의 SUV'라는 메시지를 단번에 느꼈거든요. 스토닉보다 크고 적당히 각진 외형에 면도날만큼 날카로운 LED는 셀토스의 강인한 첫인상을 전하기 충분했습니다. 기아가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를 왜 광고 음악으로 채택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9. 나만의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전. - LG 오브제 프리런칭(60초)

광고 건너뛰기 배너를 차마 누를 수 없었던 영상입니다.

2019년은 비단 자동차 광고만 흥했던 게 아닙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전을 알리던 오브제(Objet) 광고 영상도 긴 여운을 주거든요. 여기선 "필델의 Storm song"를 띄우며 내 마음을 사로잡는 가전들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이 되는 공기 청정기에 보통의 원목 가구처럼 보였던 소형 냉장고, 메리디안 기술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세한 소리를 들려주던 스피커, 책장을 품은 대형 LED TV까지 편안하고 안락해진 집안 구석구석을 보여줍니다. 지금도 60초간의 힐링을 위해 사람들이 이 영상을 재생 목록에 추가해 놓고 음악을 듣더군요.


Fin. 내일을 향합니다(Next Awaits). - 현대자동차그룹 브랜드 필름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선. "이봐, 해 봤어?"가 떠오릅니다.

마무리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영상으로 정리합니다. 수소 전기차 넥쏘에서 시간을 거슬러 투싼, 스포츠카의 한 획을 긋던 티뷰론, 세계 첫 수출을 알렸던 포니가 나왔습니다. 뜨거운 열기로 철광석을 녹이던 용광로, 고속도로 건설 현장, 지게에 돌 짐을 지고 터벅터벅 갈어가던 청년이 숨을 고르며 먼 곳을 바라보던 바로 그때.

넥쏘와 코나·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나란히 등장하며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선"을 알립니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해내겠다는 긍지로 뜻을 굽히지 않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회장의 '해 봤어?"가 떠오르네요. 포기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그 기업가 정신이 뿌리 깊이 박혔기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상으로 다시 보는 프리런칭 광고 콘텐츠 정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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