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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스텔란티스 EV 2021, 그들의 전기차 로드맵은? (하) 본문
지난 8일 스텔란티스 그룹이 EV 2021 전기차 브랜드 전략 온라인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각 자동차 브랜드 별 전동화 현황과 계획, 그룹 차원의 전기차 투자 전략과 개발 방향을 짚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지난 글(상편)에서는 고객들이 전기차에 바라는 점,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전동화 로드맵을 샅샅이 훑어봤습니다. 하편에서는 스텔란티스 그룹에서 개발 진행 중인 전기차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배터리 관련으로 깊이 알아가려 합니다. 상편은 아래 참조 글 링크로 걸어두겠습니다. 연달아 이어서 훑어보시면 전동화 시장 흐름을 짚는데 도움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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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9 - [이 차 저 차] - 스텔란티스 EV 2021, 그들의 전기차 로드맵은? (상)
1. 스텔란티스, 전동화 달성 목표는 무엇?
스텔란티스 그룹이 세운 전동화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충전에 800 km(500 마일)를 달릴 수 있으면서 미국에서 6.9 km/kWh이상, 유럽에서 12 kWh/100 km 이하의 높은 전비를 내야 하고요. 제로백(0~100 km/h) 가속 성능은 2초 이내로, 32 km/분(20 마일/분) 수준의 배터리 급속 충전 시스템을 갖춘다는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전기차 업계 최고의 효율을 내는 플랫폼과 전동화 기술을 완성해 글로벌 리더로 올라서겠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목표 실현 시점은 3년 뒤인 2024년입니다. 유럽의 각 정부에서 나눠주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2025년이면 동나거든요. 그 다음 해인 2026년까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ICE) 생산 비중을 똑같이 맞춘다고 합니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가격 차를 빠르게 좁혀서 경제성 높은 전기차 보급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는 의미지요. 스텔란티스 그룹 내 17개 브랜드 중 14곳이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며 전동화된 모델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입니다. 과연 계획대로 될까요?
2. 전동화 플랫폼은 네 가지, STLA 소·중·대·프레임
스텔란티스 그룹에서 준비된 전동화 플랫폼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STLA 소형·중형·대형·프레임인데요. STLA 소형은 도심형 이동수단, STLA 중형은 프리미엄 전기차, STLA 대형은 네 바퀴 굴림 고성능 스포츠 세단과 아메리칸 머슬카, STLA 프레임은 화물 적재 및 견인, 운반에 최적화된 대형차의 뼈대가 됩니다. STLA 소·중·대형은 차체와 몸체를 하나로 이은 유니보디(Unibody), STLA 프레임은 대형 픽업트럭에 두루 쓰이는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를 기반해 만들어집니다.
각 플랫폼 별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배터리 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소형은 500 km(300 마일), 중형은 700 km(440 마일), 대형 및 프레임은 800 km(500 마일)로 잡고요. 차급에 따라 배터리 용량 세팅이 달라집니다. 소형은 37~72 kWh, 중형은 87~104 kWh, 대형은 101~118 kWh, 프레임은 159~200+ kWh(200 kWh 이상도 가능)인데요. 프레임 STLA의 경우 배터리 전기차(BEV) 말고도 REPB(Range Electric Paradigm Breaker)를 투입한다고 합니다. 패러다임을 깬 대형 전기차니까 200 kWh를 가뿐히 넘을지 모르겠군요.
3. 효율적 설계로 디자인 자유도 높아져
스텔란티스 그룹이 네 플랫폼으로 만들 전기차는 연 최대 2백만 대에 달합니다. 규모가 어마하지 않나요? 전기차 구매 보조금믄 매년 줄어드는데 어떤 전략으로 차 값을 맞출 수 있을까요?
스텔란티스는 효율적 제품 설계를 통해 제조 원가를 줄이기로 합니다. 플랫폼을 네 가지로 압축하는 대신 차마다 길이랑 너비를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도록 했다는군요. 예를 들면요, STLA 대형 플랫폼은 전장을 4.7~5.4 m, 전폭은 1.9~2.03 m까지 조절됩니다. 낮은 무게 중심으로 디자인 자유도가 예전의 내연기관차보다 넓어져서 날렵한 스포츠 카부터 안락한 승차감의 고급 전기 세단, 프리미엄 대형 전기 SUV 등 온갖 차를 만들기 더 쉬워졌죠.
바퀴를 굴리는 전기 구동 모듈(EDM, 전기 모터 및 감속기)은 플랫폼에 얽매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세 가지(EDM 1, EDM 2, EDM 3)가 있는데요. EDM 1(70 kW, 400 V)은 STLA 소형 위주로, EDM 2(125~180 kW, 400 V)는 STLA 소형·중형·대형을, EDM 3(150~330 kW, 400/800 V)은 STLA 중형·대형·프레임 플랫폼에 대응합니다. 앞바퀴만(FWD) 혹은 뒷바퀴(RWD)만 굴리거나 동시에 네 바퀴(AWD), 아니면 선택적으로만 굴리든(4Xe) 바퀴 굴림 방식은 브랜드 정체성에 맞게 원하는 대로 맞추면 됩니다.
전기차용 전력 공급에 가장 중요한 인버터 적용 범위도 단순화됐군요. 전력 제어 보드(배전반)는 하나로 맞췄는데요. 전원 공급 장치가 EDM 별로 다르군요. EDM 1은 Si(실리콘, 규소) 기반의 IGBT(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를, EDM 2·3는 SiC(실리콘 카바이드) 기반의 IGBT를 씁니다. 스위칭 손실이 적고 고압 내구성에 SiC IGBT가 더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가격이 4~5배나 더 비싸니 Si IGBT를 EDM 1에 차선책으로 둔 게 아닐까 싶군요.
하드웨어만 잘 갖추면 다일까요? 아닙니다. EDM과 인버터, 차 안팎에 달린 전장품(디스플레이, 등화류, 센서류, 공조 장치 등), 주변 기능(트랙션 컨트롤, 회생 제동, 배터리 충전, 개인화 프로필, 원격 제어 등) 동작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요. 무선 업데이트(OTA)로 최신화된 소프트웨어는 플랫폼 수명을 10년 가까이 늘리기도 합니다. 스텔란티스에서 거금을 들여 브랜드 고유의 소프트웨어와 제어 장치를 개발할 계획인데요. 2025년까지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개발비(합작사 설립·운영비 포함)에 300억 유로(한화 약 40.8조 원)를 붓는다고 합니다.
4. 촘촘해진 배터리 공급망, 원자재까지 전부 다
스텔란티스 그룹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에도 주목했습니다. 특정 배터리 셀 제조사 한 곳에만 기댈 게 아니라 자체적인 배터리 유통 공급망을 다져서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몇 달 전 피아트가 삼성 SDI에게서 배터리 셀을 제때 못 받아 뉴 500 일렉트릭 생산을 줄였던 일이 있었는데요. 그룹 안에서도 이슈가 됐던 모양입니다. 전기차 감산 결정은 곧 수익 감소 위협으로 이어지거든요.
스텔란티스가 대응한 배터리 전략은 멀티 소싱(Multi sourcing)입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만료 시점인 2025년까지 130 gWh(유럽은 80+ gWh, 미국은 50+ gWh)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인데요. 아시아 지역 배터리 공급사인 중국의 CATL, 비야디, SVOLT, 대한민국의 삼성 SDI, LG 에너지솔루션에서 공동으로 납품을 받고요. 유럽·미국에 설립된 기가팩토리 3곳에서도 조달하기로 했다는군요. 2030년에는 기가팩토리 5곳(유럽, 미국) 및 재계약된 배터리 제조사와 더불어 260+ gWh(유럽은 170+ gWh, 미국은 90+ gWh)까지 확보할 거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안심할 스텔란티스 그룹이 아니죠.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끊임없이 받을 수 있게 리튬 지열 염수 공장 2곳(북미·유럽 지역)과 파트너십을 맺고요. 업계 최고의 배터리 공급 기업과 접촉하며 양극재(anode) 및 음극재(cathode)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배터리 재활용 전문 업체와 파트너십을 이루는 등 원재료 및 부자재 확보에도 온 신경을 기울였군요.
그럼 전기차에 채울 배터리 팩 유형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차급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되는데요. 고객사 요청에 따라 환경 유해 물질을 뺀 니켈코발트(NiCo) 프리, 니켈 기반의 고밀도 배터리로 이원화시켜 공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니켈코발트 프리 배터리는 셀 에너지 밀도가 400~500 Wh/L로 낮은 대신 저렴하고요(업계 표준 대비 -20%). 니켈 기반 배터리(업계 표준)는 600~700 Wh/L로 에너지 밀도가 높으나 원가 절감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26년부터는 둘 다 모듈을 뗀 셀투팩(Cell-to-pack) 형태로 만들어 셀 집적도를 높여서 용량을 늘리고 단가는 더 내릴 거라고 합니다.
얼마나 줄어들까요? 스텔란티스 그룹 내에서 배터리 팩 최적화로 7%, 모듈 간단화로 7%, 셀 크기 증가로 10%, 화학 소재 개선으로 16% 등 제조 기술 시너지를 이루며 생산비를 절감할 계획인데요. 2024년에는 2020년 대비 40%, 2030년에는 2024년 대비 20% 더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배터리 팩 제조 단가 절감은 그룹 내 전기차 판매 수익 증대로 이어지기도 하고 향후 고객의 전기차 구입비 절감 효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스텔란티스 그룹은 2021년 저공해차(LEV)로 유럽에서 14%, 미국에서 4% 시장 성장을 거두는 중인데요. 나중에는 저공해차 및 전동화 모델의 급성장으로 2030년까지 유럽에서 70% 이상, 미국에서 40% 이상 저공해차 판매 비중이 늘어날 거라고 전망하더군요. 유통비 절감, 배터리 최적화, 다양화된 비즈니스 모델, 손익분기점 감소, 파트너십으로 현지 조달 등 합병 시너지가 많은 듯한데요. 미국·유럽 정부의 저공해차 고객 인센티브 축소, 원자재 값 인상, 점점 강화되는 대기환경 규정은 안심할 수 없는 위협 요소이기도 합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그룹 회장의 말처럼 일상에 완벽한 성능, 기능, 스타일, 편안함, 전동화를 만족시킬 오늘의 그 전략이 전 세계 전동화 전략을 재정립시킬지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겠습니다.
이상으로 스텔란티스 EV 2021 전기차 전략 발표회와 관련한 콘텐츠 정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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