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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알카자르·쏘넷·바이욘, 국내 출시 안 될까요?

커피스푼 2021. 7. 2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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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선적 중인 현대 팰리세이드의 모습입니다.
수출 선적 중인 현대 팰리세이드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는 큰 차가 가득한 시장입니다. 팰리세이드, 그랜저, 카니발, 쏘렌토가 달마다 못해도 4, 5천 대씩 팔리는 이상한 나라죠(포터 2 및 봉고 3 제외). QM3와 티볼리가 캡처하던 소형 SUV 시장의 기세는 꺾였습니다. 크기가 애매했던 투싼과 스포티지는 보란 듯 몸집을 불려서 완전한 C-세그먼트가 됐죠. 코로나19로 차박(휠핑) 유행이 번지면서 익스플로러 중심이던 대형 SUV 시장은 한층 더 두꺼워졌습니다. 링컨 애비에이터에 포드 익스페디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이르기까지 바야흐로 큰 차 전성시대입니다. 미국에서 인기를 독차지 중인 기아 텔루라이드까지 등장했다면 경쟁이 더 치열했겠군요.

 

인도에서 6, 7인승 SUV로 판매 중인 알카자르입니다.
인도에서 6, 7인승 SUV로 판매 중인 알카자르입니다.
베뉴의 차체를 기반해 만든 기아 쏘넷입니다.
베뉴의 차체를 기반해 만든 기아 쏘넷입니다.
까다로운 유럽 환경 규제에 대응해 출시한 현대 바이욘입니다.
까다로운 유럽 환경 규제에 대응해 출시한 현대 바이욘입니다.

신흥 시장으로 개척 중인 인도에는 실용성을 갖춘 중소형차 인기가 더 좋습니다. 팰리세이드를 압축한 알카자르(Alcazar), 베뉴에 기아의 손길을 거친 쏘넷(Sonet)이 대표적입니다. 해치백 스펙트럼이 넓은 유럽에는 1 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 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더한 바이욘(Bayon)을 선보였죠. 지역 맞춤형 상품 개발로 브랜드 볼륨을 키우려는 전략인데요. 국내에서 이 차들을 만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스토닉이나 쏘울처럼 세그먼트 간섭으로 금방 퇴출되면 생산라인을 재정비해야 해서 비효율적이거든요. 해외 생산 모델을 배로 실어와 파는 방법이 현실적이지만 경영진은 노조의 반대에 쩔쩔맵니다. 구매 계약한 고객의 출고 대기가 길어져 브랜드 전체로 불똥이 튈 수 있으니 조심스러운 거겠죠.

 

현대·기아 경영진은 언제까지 국내산 자동차만 팔 생각일까요? 베트남에서 완제품으로 조립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폭스콘에서 대신 조립한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이 우리나라에 인기리에 팔리는 걸 보고도 모르는 걸까요? LG전자 나노셀 TV마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만들어져 구미 공장(롤러블 TV 등 프리미엄 라인업 위주로 생산 전환)에서 검수 후 국내 각 지역으로 배송됩니다. 셀토스도 원래 인도 시장을 겨냥한 전략형 모델이었는데 국내에 생산라인을 구축하면서 시장에 나오게 됐죠.

 

인도에 설립된 기아자동차 공장 전경입니다. 이곳에서 만든 차를 갖고 와 팔 수는 없나요?
인도에 설립된 기아자동차 공장 전경입니다. 이곳에서 만든 차를 갖고 와 팔 수는 없나요?

가공무역에 특화된 우리나라로서 이해가 안 됩니다. 계기판 클러스터 등 몇몇 부품은 인도에서 만들면서 차 조립은 꼭 우리나라에서 끝낸다? 비효율적이지 않나요? 그럴 시간에 부가가치가 더 높은 차를 만드는 게 낫지 않나요? 볼륨 모델(소형차 위주)은 해외 공장 생산분으로 채우고 수요층 두터운 제네시스나 중대형 SUV를 국내에서 찍어낸다면 여섯 달 넘게 기다려서 차 받을 일은 줄어들 겁니다. 그랬다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적체는 더 적었을지도 모릅니다. 볼보처럼 캐파(생산량)가 적은 것도 아니고 포르쉐처럼 장식용 부품까지 인디 오더를 받아 나가는 차도 아니잖아요.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서 자동차를 더 비싸게 사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8년 전 스페인에서 만든 르노 캡처를 배로 실어와 국내에 QM3로 내보내던 르노삼성을 봤다면 알 겁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전기차 저변을 넓힌 테슬라는 기계 팔에 자동차 조립 공정의 대부분을 맡기는 중입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더하거나 보고된 문제점을 보완해서 노후된 차 느낌을 안 주죠. 자동화 공정으로 우려할 조립 품질은 나중에 따질 일입니다. 설계, 부품, 장비, 제조 기업을 통으로 묶어 반도체 거점 클러스터를 세우는 이 세상은 경쟁사 말고도 미래의 자신을 넘어서는 온갖 노력을 더하는 중입니다.

 

알카자르, 쏘넷, 바이욘... 국내에 들어올 일은 없겠군요.
알카자르, 쏘넷, 바이욘... 국내에 들어올 일은 없겠군요.

현대 기아 일부 노조분들은 컨베이어식 옛 방식과 신토불이 사고를 못 버린 듯합니다. "국내 판매 모델은 국내 생산분으로 채운다"는 고집은 그만 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래 전기차 시장에 대비해 배터리 팩을 직접 만들게 해 달라고요? 65세 정년 연장이요? 제 눈에는 한시적인 노조원 감소 대책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고객 인도를 기다리는 등 뒤의 적체 물량은 어떻게 해소하시려고요? 연장 근로 수고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일감 줄어든다는 착각은 제발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경영진에서 오죽하면 해외 생산분을 가져와 팔려고 했겠어요? 이대로면 정말 나중에는 수입차 볼륨 모델보다 더 비싼 값에 현대·기아차를 사야 한다고요. 유럽이랑 인도에 잘 나간다는 신차 구경은 꿈도 못 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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