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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스타벅스 발길 끊게 만든 커피, 콩볶는 사람들 본문
코로나19 2년 차가 됐습니다. 첫 해엔 재택근무를 하면서 스타벅스를 가끔 들렀지만 올해는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화이자, 모더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몇 달 지났지만 델타에 뮤 변이까지 무섭게 퍼지니 외출이 더 꺼려집니다. 이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서 생필품을 사거나 시장에서 주전부리를 한 움큼 사는 것 외에는 집에 머무는 날이 더 길어지는군요.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가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존에서 유효기간이 얼마 안 남은 기프티콘을 태울뿐입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이던 방문 빈도는 자연스레 한 달에 한두 번까지 줄게 됐죠.
커피 마시는 양도 줄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많으면 하루에 서너 번, 못해도 하루에 한두 잔씩은 꼭 마셔야 합니다. 커피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군요. 스타벅스를 향한 발길이 끊어졌지만 제겐 대체재가 많습니다. 머그컵에 카누 미니나 G7 블랙 한 포 뜯어서 붓고 커피포트로 끓인 물을 알맞게 부으면 커피 한 잔이 뚝딱 만들어지거든요. 그렇게 인스턴트커피를 며칠 즐기다가 곱게 갈린 피코크 분쇄커피를 사서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기도 했죠. 나중에는 마트 가는 일 조차 번거로워져서 오픈마켓으로 사 마실 적당한 제품을 알아보기로 합니다.
빅스마일데이를 맞아 이것저것 알아보니 "콩볶는 사람들"에서 나오는 커피의 품평이 괜찮았습니다. 베트남 로부스타 G1 원두 1 kg가 8,900원 밖에 안 하다니 피코크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낮에 주문 시 당일 로스팅된 커피를 포장해 택배로 보내줘서 신선하기까지 했죠. 여섯 달 전 기대 반, 걱정 반 속에 첫 주문했던 커피의 그윽한 향내와 풍미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베트남 G7 블랙은 물론, 내로라하는 피코크 분쇄커피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입 안을 쓴 맛으로 가득 채웠거든요. 처음에 탄내가 확 올라와서 로스팅이 뭔가 잘못되었나를 의심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 다시 내린 G1 로부스타는 상품 설명대로 묵직하고 쓰면서 뒷맛이 고소했습니다.
한 달을 마시다 4월 중 다른 품종으로 커피를 주문해봤습니다. 브라질 이파네마 내추럴 유로였죠. 가격은 1 kg에 1만 1천 원입니다. 맛 균형이 가장 잘 잡힌 제품이면서 스타벅스의 검증을 마친 커피라 해서 기대가 크기도 했죠. 버터처럼 부드러우면서 곡물향이 살짝 난다는 설명을 참고해 커피를 몇 번 내려봤습니다. 때론 진하게, 때론 연하게 내려봤지만 스타벅스에서 마셨던 오늘의 커피나 이마트 24 편의점에서 마셨던 브라질 커피의 풍미는 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쓴 맛이 강했던 로부스타 G1이 계속 머릿속에 남더군요. 목 넘김은 좋은데 깔끔한 느낌은 아니더군요.
콩볶는 사람들을 이용하면서 가장 즐겨마셨던 커피 품종은 브라질 산토스 NY.2 17/18 MY-TYPE였습니다. 1 kg에 1만 원하던 제품인데요. 6월 초에서 7월 말까지 세 번이나 주문해 마셨습니다. 이마트 24 아메리카노 원두커피의 주 품종(브라질 세하도)과 비슷해서 익숙하기도 했죠. 브라질 이파네마보다 곡물향이 진하고 산미를 잘 느낄 수 있으면서 가볍기까지 해 계속 생각이 나더군요. 유리컵에 얼음을 가득 담아 차갑게 마시면 레드 와인과 보리차를 섞은 듯 빛깔이 예쁘기도 합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이 같은 품종의 커피가 잘 어울리더군요. 꽃향과 단맛을 좋아하시면 예가체프도 괜찮습니다.
최근에는 9월 초 빅스마일데이를 맞아 블렌드(혼합) 커피를 주문헀습니다. 홀릭 하우스입니다. 1 kg에 1만 2천 원하는 제품입니다. 건포도에 가까운 단맛, 볶은 아몬드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제품이라길래 맛과 향이 궁금했거든요. 핸드드립을 시작하니 그동안 맡지 못했던 고소한 향이 코를 기분 좋게 간지럽힙니다. 빛깔도 드림카카오 72% 초콜릿만큼 진했죠. 머그컵을 기울이며 입 안을 적시니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스모키함이 느껴집니다.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로 마셨던 케냐 AA보다 더 강합니다. 다크 초콜릿을 씹는 듯한 탄자니아 품종과 비슷하면서 구수한 향은 더 오래 남습니다. G1 로부스타보다 가볍고 쓴 맛이 적어서 당분간은 이 커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겠군요.
스타벅스 대신 저처럼 홈카페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콩볶는 사람들"에서 나오는 커피를 추천해 드립니다. 로스팅을 갓 마친 원두부터 프렌치 프레스(1.0 mm), 핸드드립/커피메이커(0.7~1.0 mm), 더치/사이폰(0.5~0.7 mm), 모카포트(0.5 mm),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0.3 mm 이하)에 이르기까지 분쇄 상태를 알맞게 고를 수 있거든요. 온갖 도구 없이 간편하게 마실 분들은 머그컵에 걸칠 커피 필터만 사서 핸드드립/커피메이커용으로 원하는 품종을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가볍고 익숙한 맛을 즐기신다면 브라질 산토스를, 고소한 풍미와 스모키한 맛을 선호한다면 홀릭 하우스가 좋습니다. 여러분도 주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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