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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아이폰 조립 대행사 폭스콘, 전기차 꺼낸 속내는? 본문
오늘(18일) 대만 폭스콘(홍하이 정밀공업)이 홍하이 테크 데이 2021에서 전기차 3종을 선보였습니다. SUV인 모델 C, 플래그십 세단인 모델 E, 도심형 버스인 모델 T입니다. 정밀 기계용 칩과 부품, 컴퓨터용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같은 PC 컴포넌트, 애플의 아이폰 전문 위탁 생산처인 이곳에서 곧 전기차까지 찍어냅니다. 우리에게 PS5 게임 콘솔, 미러리스 카메라 브랜드로 익숙한 소니도 전기차인 비전 S 콘셉트 카를 선보였지만 시장의 관심은 폭스콘으로 향한 듯싶군요.
폭스콘은 지난해 대만 유륭자동차그룹(Yulon Group)과 손잡고 전기차 제작사 폭스트론(Foxtron)을 세웠습니다. 볼보자동차의 모기업인 중국 지리홀딩스, 미국과 유럽차 브랜드를 아우르는 스텔란티스그룹과도 전기차용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로 인연을 맺었죠. 해마다 주요 언론에서 애플 카 제작 후보지로 거론된 곳이었는데요. 더 이상 애플의 입질을 참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개인용 전자수첩으로 시작해 TV 시장으로 몸집을 불리던 샤프(Sharp)를 5년 전 흡수하면서 애플을 위한 수직 계열화를 마쳤습니다. 라이트닝 케이블 등 스마트폰 액세서리 공급사인 미국 벨킨(Belkin)도 돈으로 사 왔죠.
폭스콘이 전기차를 선보인 속내가 뭘까요? 전자 업계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클라이언트 고객사인 애플의 조건을 자신들이 받아낼 수 있으니 믿고 맡겨달라는 걸까요?
이유는 애플이 선보인 아이폰 13 시리즈에서 일부 추론할 수 있습니다. 애플이 기존 대만의 폭스콘과 페가트론 외에 중국 럭스쉐어까지 조립 물량 일부를 배정해 파이가 줄었죠. 스마트폰에서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카메라 모듈은 LG 이노텍(생산지 : 경북 구미), 샤프(생산지 : 베트남)가 맡기로 했는데요. 코로나 19 여파로 베트남 공장을 못 돌리는 샤프를 대신해 LG 이노텍에 주문량이 집중됐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 터치 패널도 삼성 디스플레이와 LG 디스플레이의 몫입니다(중국 BOE는 아이폰 13 일부 물량 수주).
안 그래도 애플 의존도가 높은(약 50%) 회사인데 그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줄어든 애플발 매출을 전기차 같은 신사업개발로 때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보면 됩니다. 2019년 7월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에게서 자리를 물려받은 류양웨이(영 리우) 회장은 전기차, 로봇(페퍼),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사업 개발로 수익을 보전하려 애썼죠. 몇 달 전인 7월에는 일본 니덱(Nidec)과 자동차용 전기 모터 개발·생산·판매용 합작사를 2022년 대만에 세우기로 합의에 나섰습니다.
궈타이밍 전 폭스콘 회장은 뭘 했냐고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중요 사안에는 고문으로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다 대만 정치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지난 2010년 삼성전자가 때리고(?) 간 뒤통수에 앙갚음을 하기 위해서였죠. 당시 EU(유럽 연합)에서 삼성전자, LG 디스플레이, 치메이 이노룩스, 한스타 디스플레이 등 한국·대만 업체 여섯 곳이 LCD 패널 가격 담합에 연루됐는데요.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자진 신고해 과장금을 전액 탕감(리니언시 제도) 받고 치메이 이노룩스를 거느리던 폭스콘이 과징금 3억 유로(한화 약 4,129억 원)를 물자 "삼성이 뒤통수를 쳤다"라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졌습니다. LG 디스플레이도 2억 1,500만 유로(한화 약 2,959억 원)를 물었거든요. 그가 품던 친중반한 정책의 꿈은 국민당 총통 후보 경선에서 한궈위 후보에 밀리며 고이 접혔습니다. 우리나라엔 다행스러운 일이랄까요?
폭스콘이 선보인 전기차로 되돌아보겠습니다. 5+2인승 형태를 갖춘 SUV 모델 C는 전장 4.64 m, 휠베이스 2.86 m인 차로 기아 EV6보다 조금씩 짧고요. 제로백(0~100 km/h) 가속 성능은 3.8초,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700 km에 이른다는군요. 차 값은 내연기관 차랑 비슷하다고 합니다.
플래그십 세단인 모델 E는 테슬라 모델 S랑 이미지가 겹치는군요. 이탈리아의 잔뼈 굵은 자동차 디자인 회사인 피닌파리나(페라리,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등 주요 모델에 관여)와 협업해 안팎을 다듬었습니다. 차 앞뒤에 달린 전기 모터로 총 750 마력을 내며 단 2.8초 만에 100 km/h 가속을 끝냅니다. 배터리를 꽉 채우면 750 km를 달립니다. 포뮬러 E를 품은 4-도어 투어링 세단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장은 5.1 m, 전폭 2 m, 휠베이스는 3.1 m입니다. 보통의 전기 세단보다 몸집도 우람하군요.
모델 T는 美 연방 교통청(FTA)의 안전 규정 및 표준을 만족한 도심형 전기 버스입니다. 내부적으로 20만 km 가속 내구성 시험, 1천 시간 이상의 강성 시험을 마쳤다고 합니다. 최고 속도는 120 km/h를 내며 최대 하중 조건에서도 경사율 25% 구간까지 정차 후 출발이 가능합니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400 km 이상, 섭씨 400도까지 견딘다는군요. 페이퍼 스펙대로면 상품성은 살짝 기대해봐도 괜찮겠군요.
폭스콘은 앞으로 5년간 전기차 개발 및 합작사 설립, 전동화 기술 연구·개발, 글로벌 생산 시설 설립 등 1조 대만달러(한화 약 42조 4천억 원) 규모로 사업을 키울 계획입니다. 2024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하고요. 2025년에는 전기차 오픈 플랫폼 MIH로 3백만 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10%를 내겠다는 대담한 목표도 세웠습니다. 선진화된 전동화 기술을 발 빠르게 받아들여서 궁극적으로 애플 카 생산까지 도맡겠다는 의지일까요? 겉으로 보면 폭스콘이 기존 자동차 제작사들보다 움직임이 더 유연하고 날래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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