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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물안개 핀 월영교, 잊지 못할 안동의 밤 본문
지난주 목요일(30일) 경북 안동에서 잊지 못할 밤을 만났습니다. 밤 9시쯤이었을까요? 자동차 라디오에서 흐르던 임재범 님의 곡 "이 밤이 지나면"은 월영교로 향하던 교육생들의 감성을 적시기 충분했습니다. 굽이진 강변도로를 따라 도착한 월영교 공영주차장은 어딘가에서 피어난 물안개로 가로등 불빛을 퍼뜨리며 누군가를 홀리고 있었죠. 밤공기에 미스트를 뿌린 듯 사방은 촉촉하고 서늘했습니다.
월영교 한가운데에 놓인 월영정은 등대지기처럼 저 멀리서 이리 오너라며 신호를 보냈습니다. 따스하고 환한 불빛에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발걸음을 사뿐히 옮겼습니다. 평균대 위에서 균형 잡듯 좌우를 번갈아 살피던 두 눈은 어느 순간 방향타를 놔 버린 사공 마냥 한 곳에 고정되고 말았습니다. 분명 발아래는 6m 깊이의 강물로 넘실거리는데 물안개가 자욱해 다리 밑이 잘 보이지 않았거든요. 안갯속을 저으며 달아나는 희미한 달 모양 쪽배 한 척이 지날 뿐입니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월영정을 향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가랑비를 맞은 듯 번들거리던 나무 데크는 제게 사진을 담을 새로운 각도를 일러줍니다. 폰을 뒤집어 바닥에 눕힌 상태로 3~4초 간 숨을 참았습니다. 웬만해선 이 각도로 사진 찍을 일이 없는데 왠지 이렇게 찍어야 몽환적 분위기가 잘 살겠더군요.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나타낸 표지석이 우뚝 서 있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 편에서 도깨비랑 저승이(저승사자)가 나올 것만 같다고 말이죠.
월영정 우측으로 둘러가자 녹음 우거진 고택의 윤곽이 드러나며 등불들이 길 저 편을 밝힙니다. 뒤돌아볼 이유는 없습니다. 뭔가는 있겠지 싶어 한 걸음씩 발을 뗍니다. 맞은편 세워진 기와지붕 밑으로는 몇 줄의 안내문이 적혀 있었습니다. 안동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다리니까 잘 관리하자는 의도였는데요. 분수 가동 시간 안내가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7월부터 9월까지 평일에는 하루 네 차례(낮 12시, 낮 2시, 오후 6시, 저녁 8시), 4월에서 10월 말까지는 주말 단위로 분수가 켜집니다. 다시 찾아간다면 이 시간에 맞춰 찾아가야겠습니다. 다른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왼편의 안내문 뒤편으로는 울타리와 데크, 고목, 흙길로 구성된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안동민속촌(오른쪽)과 달배를 타는 선착장(직진)으로 갈림길이 나뉩니다. 안동 출신의 한 교육생에게 물어보니 외지 관광객 말고는 거기까지는 잘 안 간다고 합니다. 낮밤의 풍경 차이가 꽤 커서 보통은 저녁이나 한밤중 다리만 건넜다 오는 정도로 산책을 마친다는군요. 달배 체험은 데이트 코스나 인스타용으로 권할 만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다 봤으니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 가봅니다. 안개 사이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하던 때라 시야가 더 좁아졌으나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월영정 처마 밑에 걸터앉아 도로 쪽을 둘러봤더니 안개가 더 심해졌더군요. 잠시 비를 피할 겸 5분 더 앉아있었더니 뿌옇던 월영공원 인근 상점가가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리 밑 물안개에 가려져 수면 반사가 되질 않았던 나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보입니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진귀한 장면을 놓칠 뻔했습니다.
나중에라도 안동을 찾는다면 월영교는 분수가 켜진 저녁 8시 전후로 꼭 들러야겠습니다. 월영교를 마주한 월영공원에 관한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라 전체적으로 한 번 더 둘러볼 필요가 있겠더군요. 경주로 치면 가능한 밤에만 찾아가라는 동궁과 월지랑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도산서원, 부용대, 하회 마을 말고 딱히 찾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분이라면 한 번 찾아가 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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