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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현대 더 뉴 팰리세이드, 셀프 시승해봤습니다 본문
지난 수요일(6일)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 지점을 찾아갔습니다. 부분변경된 팰리세이드가 궁금했거든요. 변화 폭은 적지만 팰리세이드를 향한 아빠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습니다. 차 안팎이 북미 시장 취향으로 바뀌었음에도 5월에 4,110대, 6월에 국내서 5,760대가 팔렸습니다. SUV 느낌을 낸 기아 카니발, 싼타페보다 큰 쏘렌토랑 차별점이 분명하고 대형 SUV 중에서 구매력이 높은 차로 불리기도 합니다.
드라이빙라운지 뒤편에 주차된 더 뉴 팰리세이드는 사진만큼 괜찮았습니다. 비움의 미학을 이끈 제네시스 GV80보다 시선이 더 머뭅니다. 앞을 꽉 채운 그릴과 두툼한 테두리, LED 포지셔닝 램프를 따라 이어진 네모난 LED 헤드램프가 큐브처럼 가지런히 잘 정리됐더군요. 블랙 하이그로시처럼 보이는 다크 크롬 그릴보다 얼굴이 세련돼 보입니다. 밖은 브라운(밤색), 안은 가이아 브라운 펄(짙은 갈색)로 채운 가솔린 3.8 캘리그래피 트림이었습니다.
라운지 3층에 올라가 운행 일지 기록판과 차 키를 받고 내려왔습니다. 보험 등록 관련 서류는 전날 밤 모바일 링크로 보냈기 때문에 운전 면허증만 보여주면 되더군요. 가장 먼저 한 일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였습니다. 투싼 하이브리드, G80 2.5T를 시승하면서 만져 본 기능인데요. 팰리세이드에 추가되니 운전석으로 타고 내리기 더 좋았습니다. 차 밖에서 스마트 키로 시동을 걸고 전진 혹은 후진 버튼을 꾹 눌러서 차를 빼는 식입니다.
사용법은 영상처럼 간단합니다. 문 잠금 버튼 한 번, 원격 시동 버튼을 눌러 차 시동을 겁니다. 차를 앞으로 빼려면 왼쪽 위, 뒤로 빼려면 오른쪽 위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됩니다. 버튼에서 손을 떼면 차가 즉시 멈추며 비상등을 점멸합니다. 차를 좁은 틈에 후진으로 밀어 넣기 위한 상황에서도 유용할 겁니다. 확장형 전방 충돌 방지 보조, 2세대 고속도로 주행 보조,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후석 승객 알림 같은 몇 가지 ADAS도 캘리그래피에서는 기본으로 깔립니다.
운전석 문을 열고 운전대를 만져봤습니다. 손에 그립이 잘 붙고 안감과 겉감이 부들부들했습니다. 림 두께도 한 손에 잘 잡히는 수준이고요. 전동식 틸트 및 텔레스코픽이 적용된 점은 좋은데 돌출되는 길이가 짧았습니다. 에어컨이 꺼진 상태에서는 진동 억제가 잘 되어 있으며 22도로 에어컨을 켜면 운전대를 따라 진동이 가늘게 퍼집니다.
공조 기능 조작부는 더 뉴 그랜저의 일부 구성(터치 액정)을 공유한 듯합니다. 물리 버튼으로 빼놨던 풍향 조절 및 세기, 에어컨, 공기 청정 모드, 뒷좌석 에어컨 활성화 기능을 액정 화면에 넣었습니다. 전자식 변속 버튼과 오토 홀드, 주행 모드 다이얼, 운전대 열선, 앞좌석 통풍 및 열선을 비롯한 주요 기능은 기존 모델과 같습니다. 에어 벤트 장식이 동반자석까지 길게 쭉 뻗어서 좌우가 넓어 보이기도 합니다. 가운데 내비게이션 화면은 10.25인치에서 12.3인치로 커졌습니다.
목적지를 입력해봤습니다. 40~50분 안팎의 일반 시승이 아닌 롱 타임 시승(2시간)이라서 조금 먼 곳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1년 전 아이오닉 5로 다녀왔던 동명지 수변공원을 가기로 합니다. 규정상 고속도로 이용은 금지돼 있기에 고속도로 옆 간선도로(신천대로)와 주변 도로를 이용해 둘러갔습니다.
드라이빙라운지 앞 큰길에 합류한 첫 주행감은 평소 알던 팰리세이드랑 좀 달랐습니다. 부분변경 이전의 디젤 2.2 모델은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밀어도 속도가 잘 붙었으나 지금의 가솔린 3.8 V6 모델은 가속 페달을 조금 더 밀어야 했습니다. 정차 후 출발 시 느긋한 가속감이 더 잘 느껴졌습니다. 표시되는 순간 연비도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왜 그런가 알아봤더니 엣킨슨 사이클 방식으로 구동하는 엔진이라 그렇다더군요. 연료 효율성은 좋은데 저 회전 영역에서 밀고 나가는 힘은 떨어집니다. 이보다 배기량이 소폭 적은 포드 익스플로러 3.5 V6 자연흡기 엔진의 출발 가속감과 영 달랐던 이유가 이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어중간하고 비싼 하이브리드를 넣을 바에 배기량을 늘려서 저 회전 토크를 보완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예전 대형 SUV의 감각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적응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토 스탑으로 정차 시 유지되는 시간은 짧으면 40초, 길면 50초 정도 됩니다. 감속 후 시동이 꺼지거나 시동이 켜지는 순간의 진동 억제는 잘 되어 있는데요. 오토 홀드까지 물린 상황이라면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 차를 깨웠다가(시동 ON)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미는 게 좋습니다. 간혹 오토 홀드가 늦게 풀려서 살짝 꿀렁이다 앞으로 나가더군요.
실내로 들어오는 주행 소음은 대체로 적습니다. 이중접합 차음 유리가 2열까지 적용된 데다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이 내장돼 바로 옆에서 차가 지나는 소리나 대형차 소리를 잘 거릅니다. 아스팔트랑 시멘트 포장 구간에서 들리는 노면 소음 편차도 적더군요. 체감한 방음 대책은 싼타페나 카니발보다는 낫고 GV80보다는 살짝 못한 정도입니다.
승차감은 컴포트에 가깝습니다. 디젤 2.2 모델은 앞이 무겁고 운전대 회전 질감이 부드럽지 않았으며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푹 찧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부분변경된 가솔린 3.8 모델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웠습니다. 방지턱을 넘을 때 상하 움직임이 줄었습니다. 첫 진입 시 약간 단단했다가 빠져나오면서 부드러워집니다. 뭔가에 짓눌려 가던 느낌과 다르게 운전대도 부드럽게 잘 돕니다. 좌우 기울어짐(롤)은 대형 SUV에서 보통 느끼는 정도와 비슷했습니다.
동명지 수변공원까지 이동하며 만족했던 기능은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입니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맞추고 움직이니 이동 중에 허리 디스크 방지를 위한 마사지 기능이 켜졌습니다. 공기주머니로 요추부터 어깨뼈 바로 밑까지 쭉 밀어 올리는 느낌이 괜찮았습니다. 도착 후 팰리세이드에 추가된 앞좌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까지 켜 볼 생각이었는데 주요 기능을 둘러보다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습니다.
2열 좌석은 가운데가 빈 캡틴 시트로 이뤄집니다(7인승). 마감재 재질감, 도어 트림, 시트 장식은 1열과 비슷하며 윙타입으로 만들어진 머리 받침(헤드레스트)은 상체랑 목을 기대기 더 편했습니다. 좌판 길이는 1열과 같고 수동식 햇빛 가리개, 밖에서 2열을 젖혀 3열로 넘어가거나 3열에서 밖으로 빠져나가기 좋게 만든 원 터치 버튼도 잘 보이도록 해놨더군요. 2열 열선 말고도 통풍 시트가 들어 있어서 한여름에도 땀이 배지 않겠군요.
더 뉴 팰리세이드의 3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시트를 전동식으로 접거나 펴는 건 기존 대형 SUV에서 흔했던 기능인데요. 제한적이지만 등받이를 살짝 눕히는 기능도 됩니다. 형식적인 3열에 그치지 않고 시트 열선(3단 조절 가능)을 둔 점, 좌우로 USB-C 타입 충전 포트까지 두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익스플로러에서 3열은 쪼그려 앉아가는 곳이지만 팰리세이드의 3열은 어느 정도 앉아갈 만했습니다. 무릎 공간(레그룸)은 거의 없으나 머리 공간(헤드룸)이 한 주먹 정도 남더군요.
2열과 3열 시트를 몽땅 접으면 사진과 같이 평탄화됩니다. 2열에 빈 영역만 채울 수 있으면 굳이 두툼한 매트는 필요 없겠습니다. 높이는 키 180cm 안팎인 성인 남성이 허리를 곧게 펴 앉을 만하고 대략 두 사람 누울 공간이 나옵니다. 차박을 위한 선택이라면 2열이 벤치 시트로 된 8인승을 고르는 편이 낫겠습니다.
더 뉴 팰리세이드에서 달라진 기능을 살피다 보니 벌써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까지 3시까지 돌아가야 하는데 2시 15분을 가리키더군요.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 실력은 예전보다 섬세해졌습니다. 헷갈리기 쉬운 도로의 경우 왼쪽에서 몇 번째 차선을 이용하라던지 램프 구간에서 다시 한번 쪼개지는 도로의 경우 분홍색 유도선을 따라 움직이라며 제안하더군요. 막바지에 좁은 골목을 파고드는 이상한 경로 안내만 빼면 괜찮았습니다.
캘리그래피 트림에서 추가된 디지털 센터 미러는 어땠을까요? 일반 거울에서 가려진 다른 차들을 함께 보여주는 점에선 의미가 있습니다. 3열까지 승객을 가득 태우거나 짐을 채운 상태에서는 쓸모 있는데요. 화각은 캐딜락 모델에서 보던 것보다 좁고 화질이 조금 떨어져 보였습니다. 룸미러에서 조절되는 기능은 밝기와 상하 시야각뿐이었습니다. 화각 범위가 넓으면서 어두운 곳에서도 렉(lag) 없이 생생하게 잘 비추는 고기능성 카메라를 달았다면 만족도가 좋았겠다 싶습니다.
연비는 얼마나 나왔을까요? 드라이빙라운지에서 동명지까지는 10.2km/l, 동명지에서 드라이빙라운지까지 9km/l가 나왔습니다. 돌아가는 길은 정차 구간이 길고 막바지에 저속으로 골목을 돌아다녀서 연비 저하가 있었습니다. 당시 폭염 경보에 이르던 무더운 날씨, 가솔린 3.8 모델로는 효율성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익스플로러 3.5로 같은 구간을 다녔다면 분명 7~8km/l 안팎이었을 겁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에서 운영 중인 시승차 더 뉴 팰리세이드는 캘리그래피 트림에 빌트인 캠(70만 원), 듀얼 와이드 선루프(90만 원)가 추가된 모델입니다. 가격은 5,323만 원(개별소비세 5% 기준)입니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260~445만 원 정도 올랐으나 기본화된 전장비가 많아서 구매력이 높아 보입니다. 안팎의 고급감, 다인 승차 환경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 캘리그래피 트림이 어울리며 가족 위주의 차라면 프레스티지 트림에서 한 두 품목만 넣는 게 괜찮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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