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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우당탕탕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그땐 그랬지 본문
지난 8일 레이를 시승하러 가던 날이었습니다. 버스랑 지하철로 찾아갈까 하다가 그린카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예약했습니다. 최신 연식으로 준비된 차보다 대여료가 저렴했고 km 당 주행요금도 120원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 달린 '이코노미(경제형)' 자동차라서 찜찜했지만 잘 알던 곳이고 3시간 안에 짧게 다녀올 예정이라 별 신경을 쓰지 않았죠. 대여료(보험료 포함)는 2시간 20분 빌리는 조건으로 1만 3천 원이 들었다가 40분 반납 연장으로 5천 원이 더 들었습니다.
아침 9시가 조금 지난 시각 경산역 인근 카셰어링 존에 도착했습니다. 쏘카 대여섯 대가 세워진 우측의 역전 주차장 사이 골목을 지나니 왼편에 고려렌트카 간판이 보였습니다. 주차장 바로 앞에 예약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있었습니다. 부분변경된 2019년형(더 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인데 군데군데 상처가 많았습니다. 우측 앞바퀴랑 뒷범퍼에 긁힘 흔적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옆에 나란히 주차된 2021년형 기아 더 뉴 K3랑 비교되더군요.
운전석 문을 열어 실내를 둘러봅니다. 내부는 대체로 괜찮은데 계기판 속 누적 주행 거리가 상당했습니다. 나온 지 불과 3년 된 차인데 15만 8,423km로 떠 있었습니다. 7년째 타는 수입 가솔린 SUV가 12만km인데 이곳에서 운용 중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택시만큼 쉴 새 없이 달렸나 봅니다. 키온(Key-On)으로 시동 버튼을 두니 에어백 센서 경고등이 꺼질 줄을 모릅니다. 이전 이용자들 댓글에서도 점검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정비 후에도 별 문제 아니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흠칫해서 타이어를 살피니 의외로 최신입니다. 22년 1주 차에 생산된 금호타이어의 솔루스 TA31, 15인치 타이어를 끼고 있었습니다. 타이어 규격은 195/65 R15입니다. 아반떼 AD 같은 무난한 주행감, 엔진음이 유독 잘 들렸던 1.6리터 엣킨슨 사이클 엔진, 전기(EV) 모드 가용 구간이 얼마 되지 않던 초기형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15만km 넘게 뛴 후기형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는 딱히 바랄 게 없었습니다.
직전 이용자는 어떻게 차를 몰았을까요? 주행 정보를 살펴봅니다. 나의 운전 모드 창으로 운전 패턴을 보아하니 대체로 무난하게 잘 타고 다닌 듯 보였습니다. 급가속이 전혀 없는 평이한 주행 기록이었습니다. 반나절 동안 290km를 달렸던 누적 정보에는 연비 23.3km/l를 띄우고 있었죠. 정부 기관 인증 기록인 복합 연비 22.4km/l랑 비슷했습니다. 앞으로 세 시간 동안은 제가 탈 차라서 운전대의 'OK' 버튼을 길게 눌러 주행 기록을 모두 지웠습니다.
폰으로 카카오맵을 띄웠더니 목적지까지 대략 40~50분이 걸리겠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이었으나 도로엔 차가 많았고 대기줄이 길어서 교차로를 신호 한 번에 건널 수 없었습니다. 이 시각에 출발하면 30분쯤 걸린다는 카카오 빅데이터 예측을 믿었는데 말이죠.
늘 가던 달구벌대로는 지정체로 막혀서 빙 둘러갔습니다. 원래 10시 안으로 찾아가서 레이를 자세히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중간에 길을 잘못 드는 등 평소 안 하던 실수를 하는 바람에 10시 반이 되어서 기아 만평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어느 누구든 계획은 완벽합니다. 내가 도로에 나서기 전까지는요. 미리 시승차 관리 담당자에게 양해를 구했기에 망정이지, 회사 출근길이었다면 평점심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버스랑 지하철로 다녀올 걸 그랬군요.
1시간 동안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놓으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28.8km/l였습니다. 나의 운전 모드에 어떻게 기록됐을까 둘러보니 경제 운전 비중이 압도적(94%)이었습니다. 하긴 시끄럽던 엔진을 별로 깨우고 싶지 않아서 가능한 EV 모드로 차를 이끌었더니 연비 하나는 니로에 견줄 정도로 나옵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주행요금이 km 당 120원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더군요. 아반떼 CN7 하이브리드랑 똑같습니다. 참고로 니로는 km 당 140원을 냅니다(그린카 기준).
만평 지점에서 레이 시승을 마치고 출발지로 되돌아갑니다. 길눈이 훤한 구간이라서 카카오맵의 길 안내는 받지 않기로 합니다. 주행 모드는 에코에서 스포츠 모드로 돌려놓고 교통 흐름이 원활해진 신천대로를 막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거친 노면을 달리는 동안에는 DCT(더블 클러치 변속기) 6단과 맞물린 카파 1.6 GDI 엔진 소리로 불쾌한 하부 소음을 거르며 맹랑하게 차를 몰았습니다. 엔진음이 또렷하게 잘 들려서 스포티한데 헛방 같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 환상이 깨집니다. 낭창낭창하게 반응하는 하체의 움직임까지 '이 차의 순발력은 여기까지'라는 뜻을 운전자에게 분명히 전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엔진을 수시로 깨우면 연비에 대단히 비효율적인 자동차가 됩니다. 서둘러 돌아갈 생각에 잠시 스포츠 모드의 주행 감성에 취했다가 한참을 지나서야 에코 모드로 되돌아왔습니다. 목적지 도착 5.5km를 앞두고 비경제 운전 비중을 순식간에 28%까지 늘렸죠. 누적 평균 연비는 여전히 23km/l를 가리킵니다. 본의 아니게 EV 모드 주행에 필요한 전력이 배터리에 거의 다 채워졌습니다.
나머지 구간은 에코 모드로 주행하며 최종 연비를 25.6km/l로 끌어올렸습니다. 리튬 배터리를 꽤 많이 충전했더니 경사율 3~4% 이내의 오르막 차로를 달리는 정도는 EV 모드가 길게 유지되더군요. 배터리 충전량이 절반일 때는 엔진이 가치작거리며 시동이 걸렸음을 운전자에게 적극 알리기 바빴습니다. 운전자가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연비 편차는 보통의 내연기관 차보다 더 커집니다.
차 상태는 15만km 넘게 달린 자동차치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주행 내내 켜져 있던 에어백 경고등이 잠시 거슬렸을 뿐입니다. 주행감은 초기형 아이오닉과 별 다르지 않았는데 70~80km/h로 속도를 높이니 연식 대비 노쇠한 승차감이 바로 느껴졌습니다. 아무나 막 타던 영업용 렌터카를 카셰어링용으로 용도 전환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시승차로는 다시 타고 싶지 않지만 거점 이동 수단으로는 가치가 남아있는 모델이라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최신 연식에 가까운 차로 카셰어링을 해야겠군요. 반가웠지만 아이오닉 옆에 있던 2021년형 K3가 자꾸 떠오르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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