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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쇼통법'에 죽 쑤는 크루즈

커피스푼 2017. 11.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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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크루즈는 왜 국내서 인기가 없을까? 비싼 가격? 모자란 상품성? 크루즈가 동네북으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지엠의 '어긋난 자존심' 때문으로 보인다. 겉으로 소비자들과 소통이 가장 활발한 자동차 제작사라 자신하지만, 막상 신차 발표회로 드러낸 그들의 소통법은 의문이 생긴다.

 

하루는 크루즈 디젤 질의 응답 세션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 "북미 시장에 파는 차는 변속기 단수가 9단인데, 우리나라는 왜 6단인가?" 유독 쉐보레 신차 발표회에서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경영진의 답은 정해져 있다. "북미는 장거리 및 고속 주행, 국내는 단거리 및 시내 주행 환경에 최적화된 변속기를 셋팅했다. 응답성이 빠르고 연비가 뛰어나다. 일반 소비자라면 6단과 9단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예비 구매자 입장이라면 화를 낼 만하다. 출장이 많은 장거리 운전자, 직장을 오가는 단거리 운전자의 생각을 가벼이 여기는 듯한 말이 나와서다. 뭐가 좋고 나쁜지는 크루즈를 몰아 본 소비자들이 하는 건데, 제작사 단독으로 결정해 놓고 그럴 싸한 이유로 포장하려 한 게 아닌가 싶은 오해를 부른다는 얘기다. 진정 소통을 잘 하는 회사라면 비공개 품평회를 거쳐 일반 소비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애매하다면 변속기 타입을 고객의 선택에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크루즈를 주문할 때 6단 혹은 9단 자동변속기를 고를 수 있게 옵션을 제안하는 방법이다. 기존 방식보다 초기 생산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이는 9단 변속기를 원하는 고객이 비용을 더 내도록 하면 부담을 지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령에서 만든 6단 자동변속기는 싸게, 수입산 9단 자동변속기는 값을 비싸게 받는 식이다. 장거리 및 단거리 운전자를 만족시킬 대안으로 본다.

 

경영진이 아반떼와 K3를 비교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점도 문제다. 주행 성능이 좋으면 반드시 차가 잘 팔릴 거라고 자만했다는 의미다. "차 값을 내릴 생각은 없냐?" 는 질문에 "소비자의 실 거래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기본 가격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아반떼와 K3가 왜 잘 팔리는지 이해를 못하는 듯하다. 아반떼가 지난 달 6,190대, K3가 2,585대가 팔릴 동안 크루즈는 겨우 297대를 파는 데 그쳤다. 현대 기아보다 생산 능력이 달린다고 해도 창피한 숫자다.

 

값이 비싼 차라면 상품성이 더 좋기라도 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다. 쓸데없이 기계적인 완성도를 고집한다. 단편적으로  뒷좌석 에어벤트와 열선 시트는 아반떼 최고급 트림에 넣어줬지만, 크루즈는 디젤 모델만 들어간다. 앞좌석 열선 시트, 전자동 에어컨이 들어있는 같은 트림의 아반떼, K3와 비교해도 3~4백만원 더 비싸다. 소비자와 활발한 소통의 결과물이 고작 이것이었나 싶은 실망이 커진다. 기본 가격을 내릴 계획이 없다면서도 프로모션 할인폭은 크다. 브랜드를 향한 충성심에 먼저 차를 산 구매자들이 화를 안 낼 수가 없다.

 

그들이 보여준 게 요즘 말로 '쇼통'인지 '소통'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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