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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정갈한 냉면 요릿집 '공심옥', 가심비 괜찮네! 본문

낙서장

정갈한 냉면 요릿집 '공심옥', 가심비 괜찮네!

커피스푼 2021. 4.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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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면 항상 배가 고프다. 집밥으로 해 먹자니 귀찮고 배민으로 시켜 먹자니 지겨웠다. 아침 겸 점심인 브런치를 때울지언정 저녁을 거른다? 내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카카오 맵을 띄워 밥집을 알아보기로 한다. 옥산 2지구 앞 만복이 주꾸미 볶음? 매콤하고 몹시 짠 양념으로 내 위장을 괴롭힐 때가 되지 않았으니 일단 보류. 시지지구 바로 옆 청진동 해장국? 기운 없을 때 속을 든든히 채우기는 좋은데 아직 때가 안 됐다. 별 평점이 괜찮은 다른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주차하기 좋은 곳 위주로 알아보다 찾은 데가 바로 공심옥이다.

 

공심옥 메뉴판입니다.

4월에 냉면이라니. 너무 이른 선택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잠시뿐. 테이블 위 메뉴판을 펼친 나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분명 냉면 요릿집인데 다른 메뉴도 골고루 팔고 있다. 육회비빔밥이랑 소고기국밥, 소갈비찜도 버젓이 올려두고 있지 않던가. 1만 원하는 육회비빔밥을 시키면 사이드로 소고깃국이 올라온다. 냉면으로는 물/비빔이 9천 원, 고명으로 명태 회무침이나 육회를 올리는 메뉴는 1천 원이 더 붙는다. 특냉면은 1.1만 원이다. 아... 뭘 시킨담?

 

냉면 주문 시 나오는 밑반찬들입니다.

회무침 냉면으로 가리키던 손가락이 육회비빔밥으로 방향을 바꿨다. 기왕 맛있게 먹을 음식이라면 소고깃국으로 마무리해야 든든하지 않던가. 가족 4명이서 주문한 메뉴는 회비빔냉면과 그냥 비빔냉면, 소고기국밥, 육회비빔밥으로 각자 달랐다. 가격은 4만 원. 주문을 마치니 카트에 담긴 밑반찬 4가지가 따라 나왔다. 섞박지와 김가루, 깍두기, 백김치가 차례로 테이블에 깔렸다. 마스크를 살며시 벗고 젓가락을 들어 입에 가져갔다. 간이 짜지 않고 적당해 입맛을 돋운다. 집게와 가위를 들어 한 입 크기로 자른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이며 익은 정도가 딱 괜찮았다. 백김치도 별로 싱겁지 않았다.

 

육회비빔밥이 소복이 담긴 놋그릇을 찍었습니다.
소고기국물이 따라나옵니다.

주문한 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밑반찬을 맛보며 미소 지을 즈음 카트에 실린 네 음식이 나왔다. 놋그릇에 소복이 담긴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비빔 재료가 팔각정을 그리듯 둘러싸더니 한가운데 봉긋하게 올린 육회로 방점을 찍는다. 화룡점정이다. 그토록 많은 비빔밥을 먹어봤어도 이토록 정갈한 고명 올림은 처음 본다. 앞서나 온 회비빔냉면은 보드랍게 조물조물 무쳐낸 명태회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듯한 회색빛의 얇은 냉면이 잘 말려서 즉시 비벼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찍을 새가 아까웠다. 재료를 하나하나 밀어내며 양념이 잘 베도록 휘젓다가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육회비빔밥을 적당히 비빈 모습입니다.
냉면 주문 후 사리도 추가로 주문합니다.

감칠맛이 사르르 입안을 감싼다. 참기름으로 낭낭히 코팅된 맛이 아니다. 육회의 감칠맛에 고사리와 애호박나물의 심심한 맛과 차진 식감의 버섯이 어우러져 식욕을 확 끌어올린다. 사이드로 나온 소고깃국을 한 숟갈 떠 마시며 진정시키다가 고슬고슬한 김가루로 감싼 비빔밥 한 덩이를 숟가락으로 들어 올린다.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 냉면도 맛보고 싶었는데 마침 사리 추가 1회가 무료란다. 양념장만 올린 사리를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입에 가져갔다. 탱글탱글하게 잘 삶겨 나온 얇은 면발에 면수를 살짝 더하면 응축된 감칠맛이 더 배가 될 듯했다. 다시 들르면 회냉면 한 그릇 시켜야지.

 

안심콜 한 번이면 출입 인증 완료.

P.S. 이 음식점의 코로나19 출입 인증 방식은 무척 신박했다. 테이블에 앉아 080-300-9835(무료)로 연락하니 안심 출입인증이 3초 안에 끝난다. 연락이 닿자마자 "출입 인증되었습니다."는 멘트가 나왔다. 누군가 잡은 볼펜대와 종이를 만질 일이 없으니 찝찝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된다. 주차장 내 주차 면수는 대로변 음식점 평균보다 더 여유롭다. 어림잡아 30면은 되는 듯했다. 경차 전용, 장애인 전용 주차면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아 드나들기 좋다.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 가능한 곳이어서 시지지구 및 경산 지역(939번 버스)에서 찾아가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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