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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소켓 바꿈질, 모래 낭비 놀림에도 끄떡없는 인텔 본문
AMD가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라이젠이 더 좋은데!'라고 적힌 광고 배너에 녹아든 과감함이 엿보인다. 최고 성능, 최고 가격을 자랑하던 인텔의 홍보·마케팅에 수식어 '가성비'를 달게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해외의 어느 유명 리뷰어는 11세대 로켓레이크 프로세서를 '모래 낭비'로 폄하해 콧대 높은 인텔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는가. 10세대 코멧레이크와 사실상 같은 성능이면서 전성비는 더 나빠졌다. 한마디로 의미 없는 신제품이다. 코멧레이크는 다시 보니 선녀 같은 제품이 됐다. 당장 새 컴퓨터가 필요한 소비자라면 뭘 맞출까? 대세는 AMD? 무조건 인텔?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랑 에누리닷컴에 들어가 봤다. 새 PC를 위한 드래곤볼 레시피*를 맞추기 위해 가상 조립 및 예상 견적가를 대충 알아보는 곳이기도 하다. 다나와-컴퓨터-PC 주요 부품-CPU 카테고리로 들어가 인기상품 순으로 정렬된 CPU 리스트를 봤다. 뭔가 이상했다. 벤치마크로 보나 하드웨어 커뮤니티 반응으로 보나 AMD 쏠림은 분명해 보였는데 1위가 코어 i5 11400, 3위에 코어 i5 10400F 프로세서가 나왔다. 2·4위가 각각 라이젠5 3600, 라이젠5 5600X라니. 에누리닷컴도 1·2·3위는 모두 인텔 차지였다. 4·5위에 뜬금없이 AMD 르누아르라니.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5600X가 보인다. 세상에나.
*드래곤볼 레시피 : 새 PC 조립에 필수인 프로세서(CPU), 메모리(RAM), 메인보드(마더보드), SSD, 그래픽카드, 전원 공급장치(파워서플라이), 케이스 등 부품 7종을 개별로 사서 모으는 과정이 마치 드래곤볼 7개를 모아서 용신에 바치며 소원을 비는 것과 같다 하여 불리게 된 넷상의 관용어다.
어떤 의미로 수입차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보다 무섭다. AMD의 라이젠이 넷상에서 아무리 좋다고 떠들어도 인텔은 역시 인텔이라는건가. 다나와 상세 검색란에 붙은 제조사별 파이 차트(원 그래프)를 봤다. 인텔이 54%, AMD가 46%다. 인텔은 CPU 종류별 파이 차트까지 보여주면서 AMD는 안 보여준다. 맨 위에 광고 배너로 보여주는 애드 리더 상품 3개도 코어 i5 11400, 코어 i7 11700K, 라이젠7 5800X 순이다. 컴알못 유저에겐 '아, 인텔이 여전히 좋구나'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신제품 낼 때마다 맨날 소켓 바꿈질하던 이들이 그렇게도 좋단 말인가.
AMD가 불도저로 삽질하던 때라면 십분 이해가 간다. 몇 년 전 인텔은 샌디브릿지와 아이비브릿지, 하스웰을 거치며 황금기를 누렸다. 점유율도 압도적이고 안정적이었으며 소켓 바꿈질도 지금만큼은 아녔다. 서버용 제품군 중 소위 말하는 '짭제온'을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쓸 수도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고작 몇 달러였던 AMD의 주가가 1주에 80~90달러로 떡상하며 잠재력 높은 회사로 평가받는 동안, 인텔의 주가는 5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난데없는 스포츠 마케팅에 빠져 있던 경영진과 고위 임원진을 솎아내며 겨우 60달러선을 되찾았다. 능력주의 세상에서 밀렸으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어야지, 돈을 쥐어주며 타사는 물론이고 자사 간 제품 비교는 하지 말아 달란다.
로켓레이크 체험단? 라이젠 5000 시리즈 사용자에겐 그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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