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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금요일, 동서울행 버스에 몸 싣다

커피스푼 2021. 4. 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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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승차장에 대기 중인 동서울행 버스.
7번 승차장에 대기 중인 동서울행 버스.

오랜만에 대구를 벗어나기로 했다. 작년 추석 이후 8개월 만의 장거리 외출이다. 여유롭게 동대구역에서 SRT 편으로 나갈까 하다가 고속버스를 타기로 했다. 티머니 고속버스 앱을 띄우니 본인인증을 해달라는 첫 메시지가 뜬다. 혹시나 해서 예전에 쓰던 티머니 이메일 계정으로 로그인하니 단번에 접속이 됐다. 행선지는 동서울이다. 당장 몸을 실을 차편을 알아보니 일반 고속도 제법 자리가 비어있었다. 30일까지 티머니 페이로 결제하면 금액 5%를 캐시백으로 넣어준다고 하니 스마일 페이 대용으로 쓰던 현대카드를 등록해 결제를 마쳤다. 동대구역에서 동서울까지 일반이 1만 8,600원, 우등은 2만 7,400원이다. 만평역 부근의 서대구 고속버스터미널을 둘러가는 코스로, 강변역이 자리한 동서울고속버스터미널까지는 3시간 반이 걸린다. 유동인구가 가뜩 몰리는 서울경부고속터미널은 굳이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이 밝았다. 스마트폰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알람으로 맞춰 놓은 시각보다 30분 일찍 눈을 떴다. 왕왕거리는 텔레비전은 오늘의 날씨까지만 흘려듣고 꺼버렸다. 찬물 세수를 하며 정신을 깨운다. 바로 이어지는 찬물 샤워로 몸을 추스른다. 바디로션을 바르고 머리도 바짝 말리고 헤어 제품을 바르며 그루밍을 시작한다. 요 며칠 잠잠했던 동녘 바람(샛바람)이 어젯밤부터 세차게 불어 미세먼지를 밀어내서인지 날도 선선하고 들이마시는 공기도 신선했다. 이마트에서 40% 할인받고 사온 레토르트 식품 포장을 뜯어 조그만 법랑 냄비에 붓고 가스불을 올렸다. 전자레인지엔 냉동실에 들어있던 언 밥을 3분 30초 데운다. 넓은 그릇에 밥 한 덩이 무심하게 얹고 설렁탕을 나눠 부으니 그럴듯한 국밥이 됐다. 그래, 아침은 뭐가 됐든 든든하게 먹어야 활력이 생기는 법이다.

 

설거지를 하고 뒷정리를 마치니 시계는 어느덧 오전 9시를 향했다. 오전 10시 정각에 출발하는 동서울행 버스에 탑승하기 빠듯한 시각이기도 했다. 카카오 맵을 띄우니 4분 뒤 939번 버스가 온다는 알림이 떴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승하차장에 가니 알림 전광판에는 '전전 정류장 출발'메시지가 보인다. 몸을 싣고 버스를 갈아탈 대공원역에 내리니 9시 반, 2분 뒤 937번 전기버스에 올라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에 내리니 9시 54분을 가리켰다. 탑승 마감까지 6분이 남았지만 서두르지는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한 칸 오르니 3층 탑승구가 보인다. 10시 발차를 앞둔 동서울행 버스가 7번 플랫폼에서 대기 중이었다. 티머니 고속버스 속 모바일 티켓(QR코드)을 띄워 단말기에 갖다 댔다. 2초가 지나 단말기에서 "삑"하는 태깅음과 함께 좌석 번호 안내가 이어졌다. 지정 좌석으로 가니 옆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45인승 버스에 오를 승객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좌석은 창문가 위주로만 배치됐다. 버스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는 모양이다.

 

 

USB 충전 포트에 가운데 컵홀더, 손잡이에 가방 걸이까지 갖췄다.
USB 충전 포트에 가운데 컵홀더, 손잡이에 가방 걸이까지 갖췄다.

 

버스는 10시를 갓 넘어 중간 경유지인 서대구로 향했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를 맞은 신천대로엔 차들이 꽉 들어찼다. 2차선 지하차도 속에서 거북이걸음을 하던 버스는 정체가 풀리자 만평역으로 향했다. 서대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승객 몇 명을 더 태운 버스는 본격적인 동서울행을 이어갔다. 서대구 IC로 진입하려면 반드시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팔달교 회차점 돌기다. 팔달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서 다리 밑을 지난 다음, 다시 팔달교를 반대로 건너서 서대구 IC로 넘어가는 경로다. 예나 지금이나 마주오는 차들은 버스 같은 대형차가 접근하면 가장자리에 차를 붙이거나 먼저 멈춘다. 서대구 톨게이트를 지난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잠깐 타다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경로를 바꿨다. 운행 시작 1시간 안팎이면 나타나는 선산휴게소에서 15분간 숨을 돌린 버스는 그렇게 영동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순으로 경로를 바꾸며 2시 안에 강변역에 도착 알림을 띄우겠지.

 

 

선산휴게소에서 15분간 숨을 돌리는 버스.
선산휴게소에서 15분간 숨을 돌리는 버스.

 

 

 

먼 산에는 구름이 걸렸다 간다. 바깥 보는 운치가 있다.
먼 산에는 구름이 걸렸다 간다. 바깥 보는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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