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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전기차 전략은? 플랫폼·SW·배터리·이동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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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전기차 전략은? 플랫폼·SW·배터리·이동성

커피스푼 2021. 7. 14.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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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전기차 전략 발표회 '뉴 아우토'가 열렸습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략 발표회 '뉴 아우토'가 열렸습니다.

어제(13일) 한국 시각으로 저녁 8시 반, 폭스바겐 그룹이 2030 전기차 전략 '뉴 아우토(New Auto)'를 발표했습니다. 2시간에 걸쳐 전기차 플랫폼, 소프트웨어, 배터리, 이동성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요. 앞으로 2030년까지 진행될 폭스바겐의 전동화 계획이 이제야 윤곽이 잡힌 느낌이었습니다. 며칠 전 스텔란티스가 발표한 전기차 전략이 완성도 높은 설계도를 그리는 분위기였다면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차 전략은 스케치한 밑그림에 채색할 물감을 고르듯 여유가 있었죠. 폭스바겐은 우리에게 뭘 알리고 싶었던 걸까요? 네 전략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습니다.

 

 

1. SSP로 통합된 플랫폼, 2026년부터 양산 돌입

 

여러 갈래로 나눌 것 없이 플랫폼은 하나로 통합됩니다. SSP로요.
여러 갈래로 나눌 것 없이 플랫폼은 하나로 통합됩니다. SSP로요.
SSP에 브랜드 특성에 따라 원하는 품목만 섞어서 차를 만들면 됩니다.
SSP에 브랜드 특성에 따라 원하는 품목만 섞어서 차를 만들면 됩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2026년부터 SSP(확장 가능형 플랫폼)로 전기차 플랫폼을 통합합니다. 폭스바겐의 MQB와 MEB(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아우디·포르쉐의 MSB, MEB, PPE(프리미엄 전기차 플랫폼)을 굳이 BEV(배터리 전기차)랑 ICE(내연기관 차)용으로 따로 묶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CAPEX(미래 이윤 창출 예비금), R&D(개발 및 연구), 제조 원가를 낮춰서 재무 부담을 덜고 각 브랜드 별로 신기능을 적용하기 쉽고 빠르게 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물론 차급은 브랜드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SSP 플랫폼에서 스위칭하며 나눠지는 거죠.
물론 차급은 브랜드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SSP 플랫폼에서 스위칭하며 나눠지는 거죠.

폭스바겐은 SSP 플랫폼 모듈 설계를 위해 독일 볼프스부르크 R&D 시설에 8억 유로(약 1조 8천억 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개발이 끝나는대로 다른 자동차 제작사들과 플랫폼을 공유할 예정이고요. 해당 플랫폼으로 4천만 대 넘는 자동차들이 만들어질 거라네요. 아우디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탄생할 2026년도 신차에  곧바로 SSP 플랫폼을 첫 적용하며 단계적으로 플랫폼 적용 범위를 넓힌다고 합니다. 일반(볼륨) 시장은 폭스바겐, 프리미엄 시장은 아우디, 고성능(스포츠 카) 시장은 포르쉐에 맡겨서 전동화 생태계를 보다 확실히 구축할 겁니다. 

 

 

2.. 2030년 배터리 240 gWh 확보, 초급속 충전소 확대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 결정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향후 배터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대비해 폭스바겐은 두 가지 대안을 가져왔군요. 배터리 공급망 및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이 구축할 배터리 순환망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이 구축할 배터리 순환망입니다.
유럽의 기가팩토리 6곳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받아옵니다.
유럽의 기가팩토리 6곳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받아옵니다.

파트너십을 여럿 구축해서 원자재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지속 가능성 있는 배터리 순환망을 만든다는군요. 2023년 배터리 셀 생산을 위해 스웨덴의 노스볼트에 5억 유로(한화 약 6,771억 원)를 더 내고요. 중국에서 셋째로 잘 나가는 배터리 업체 궈시안 하이테크(Gotion High-Tech)와 2025년 양산을 대비한 기술 파트너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유럽 6곳에 세워질 기가팩토리에서 2030년까지 배터리 240 gWh를 납품받기로 했으니 공급 부족 걱정은 안 해도 되겠습니다. 그때까지 배터리 단가는 50%로 줄이면서 셀투팩(Cell-to-pack) 디자인된 배터리 비중을 8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군요.

 

폭스바겐 그룹이 미국, 유럽, 중국에 마련할 충전 네트워크 규모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이 미국, 유럽, 중국에 마련할 충전 네트워크 규모입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폭스바겐은 유럽(Elli), 중국(CAMS), 북미(Electrify America) 지역의 전기차 충전소 업체와 접촉하며 충전 네트워크를 대폭 늘리기로 했습니다. 유럽에 1만 8천 기, 중국에 1만 7천 기, 미국·캐나다에 초급속 충전소 1만 개를 둔다는 계획인데요. 영국의 BP, 스페인의 이베르드롤라(Iberdrola), 이탈리아의 에넬 엑스(Enel X)와 손잡으며 최대 350 kW로 충전되는 초급속 충전기 설치·운영에 박차를 가한다고 하네요. 에넬 X와는 현지 전기차 고객 흡수를 위한 JV(합작 회사)를 세우면서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습니다. 양방향 충전이 되는 BEV를 투입해 새로운 이동형 전력 저장소로 스마트 그리드를 형성한다는 큰 그림까지 그렸군요.

 

 

3.. SW 개발사 '카리아드', 레벨 4 자율 주행 위한 열쇠

 

전기차 소프트웨어 개발은 카리아드가 맡습니다.
전기차 소프트웨어 개발은 카리아드가 맡습니다.

배터리 전기차는 더 고도화된 자율 주행차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전기차 전략 발표회 제목 그대로 '뉴 아우토(새로운 자동차)' 실현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SW) 역량도 매우 중요한데요. 폭스바겐 그룹은 2025년까지 그룹 내 자동차 SW 회사인 카리아드(CARIAD)의 개발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스마트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처럼 전기차도 버전 업되겠군요.
스마트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처럼 전기차도 버전 업되겠군요.

2030년까지 레벨 4 자율 주행에 대응된 소프트웨어를 그룹 내 모든 신차에 넣겠다고 목표를 잡았습니다. 현재 버전 1.1로 개발된 E¹은 MEB를 기반한 폭스바겐 ID.4, 스코다 엔야크(Enyaq), 쿠프라 본(CUPRA Born)에 설치된 상태인데요. 추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거쳐서 2023년에 아우디·포르쉐의 PPE에 대응한 버전 1.2인 E², 2025년 아르테미스 패밀리로 나올 신차부터 새롭게 통합된 버전 2.0 E³까지 차례로 기능을 계속 늘려줄 거라고 합니다. 아이폰의 iOS,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버전 업이 BEV에 본격 확장되다니. 미국의 테슬라가 제대로 충격을 주긴 했군요.

 

버전 2.0으로 바뀌면 위와 같은 미래 지향적 기능이 적용될 겁니다.
버전 2.0으로 바뀌면 위와 같은 미래 지향적 기능이 적용될 겁니다.

버전 2.0을 기점으로 BEV 생태계는 완전히 판이 바뀔 겁니다. 왜냐고요? 폭스바겐 그룹에서 자율 주행 기능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인공지능(AI) 학습, 고도화된 프로세서의 처리 능력, 사방에 달린 카메라 및 레이더 센서의 능력을 몽땅 끌어와서 무인 택시, 공항 셔틀, 무인 렌터카 대용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 보자는 거죠. 말그대로 바퀴 달린 거대 스마트폰이 스스로 업데이트받으면서 제품 수명까지 늘리니 관련된 고객사들이 군침을 흘릴 만도 합니다.

 

 

4. 자율 주행의 미래 먹거리, 자율 주행 셔틀

 

앱으로 무인 택시를 호출하는 모습입니다.
앱으로 무인 택시를 호출하는 모습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2030년까지 무인화된 자율 주행 셔틀로 수익을 모을 계획이기도 합니다.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에 놓인 아르고(ARGO) AI와 함꼐 말이죠. 아직은 레벨 4 자율 주행 개발이 한창이라 독일 뮌헨에서 자율 주행 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과 미국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운영할 예정이고요. 2025년부터 유럽에서 첫 자율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2030년까지 유럽 5곳에서만 7백억 달러(한화 약 80조 4,769억 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한다네요. 현대자동차 그룹이 왜 세종시에서 무인 버스랑 로봇 셔틀 택시를 운영하려는지 감이 잡히시나요?

 

크리스티안 센거(Christian Senger) 폭스바겐 상용차 CTO는 이렇게 말합니다. "2020년대 말이면 자율 주행이 이동성의 세계를 완전히 뒤바꿉니다. 새로운 모빌리티·화물 운송을 제안하는 업계 최고의 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가까운 미래에 놀라운 시장 점유율과 추가 수익을 이룰 겁니다."라고요.

 

공항 출국장 앞에서 무인 셔틀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공항 출국장 앞에서 무인 셔틀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차 스스로 수송 허브에 복귀해 배터리를 채웁니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차 스스로 수송 허브에 복귀해 배터리를 채웁니다.

여러분은 사이버펑크 2077 게임을 해보신 적 있나요? 안다면 그곳에서 AI 택시로 다니던 델라메인(Delamain)을 떠올려 보세요. 개념이 거의 같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무인 택시를 호출하면 수송 허브에서 출고된 전기 택시가 집 앞까지 찾아왔다가 목적지로 바래다주고, 배터리가 부족하다 싶으면 집 안의 로봇 청소기처럼 수송 허브로 알아서 차고지로 복귀하고요. 차를 빌려 타고 싶으면 카셰어링보다 완벽한 무인 렌터카에 몸을 싣고 목적지만 누르면 됩니다. 운전대에 손대지 않을 자유가 만들어갈 세상 중 하나입니다.

 

 

점점 지능화되는 전기차, 계획이 다 있었군요.
점점 지능화되는 전기차, 계획이 다 있었군요.

현재 폭스바겐 그룹에는 임직원 66만 명이 근무 중입니다. 이 중에 절반이 자동차 양산을 맡고 있는데요. 앞으로 10년에 걸쳐서 SW 기반 역량 훈련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이미 독일 츠비카우(Zwickau)의 한 생산 공장은 e-모빌리티 허브로 바뀌었고요. 엠덴(Emden) 및 하노버(hannover)의 공장 부지도 미래 모빌리티 사업용으로 전환할 계획을 마친 상태입니다. SW 역량을 총동원해 테슬라와 격차를 줄이며 미래 먹거리를 준비 중인 폭스바겐은 이렇게 보니 한참을 앞선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팔짱 끼며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이상으로 폭스바겐의 뉴 아우토 2030 전기차 전략 발표회와 관련한 콘텐츠 정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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