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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대·기아·제네시스 외 르쌍쉐 차 안 사는 이유?

커피스푼 2021. 7. 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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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자동차 판매 실적을 가져왔습니다. (이미지는 다나와 자동차 판매 실적에서 캡처해 가져왔습니다.)
2021년 6월 자동차 판매 실적을 가져왔습니다. (이미지는 다나와 자동차 판매 실적에서 캡처해 가져왔습니다.)

2021년 상반기 국산차 판매 실적은 어땠을까요? 지난 6월 판매 실적을 봤습니다. 브랜드 별 점유율 1·2·3등은 현대(41.2 %)·기아(36.6 %)·제네시스(9.6 %)였고 나머지(12.6 %)를 쉐보레(4.3 %)·쌍용(4.2 %)·르노삼성(4.2 %)이 가져갔군요. 수입차를 양분하는 벤츠·BMW가 우리나라에서 6월에 각자 6~7천 대씩 팔 동안 '르쌍쉐(르노삼성·쌍용·쉐보레)'는 대체 뭘 한 거죠? 수년 전 현대·기아 시장 점유율을 위협했지만 그것도 한때 기록에 불과했군요. QM6 LPG 하나만 바라보는 르노삼성, 부분 변경한 렉스턴 스포츠로 연명 중인 쌍용, 트레일블레이저 말고는 영양가 없는 쉐보레가 됐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된 걸까요? 국내 소비자들도 그들에게 등 돌린 지 오래입니다. 저는 세 가지로 그 이유를 추론해봅니다.

 

 

1. 소비자 니즈 못 읽는 불편한 방향성

 

기존에 없던 신차를 투입한다고 소비자가 돌아올까요? 수년 전(리즈 시절 SM6, 티볼리, 말리부 때)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안 통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거든요. 브랜드 충성심이요? 그런 거 없습니다. 회사가 자금난에 호소한다고 들어주지도 않아요. 넷상의 포털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그저 일부 의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신차 출시를 부추긴다한들, '신차 효과'가 빠지고 난 몇 달이 지난 판매 실적을 보면 싸늘합니다. 심지어 정직하기까지 하죠.

 

망작의 대명사로 불렸던 현대자동차 PYL 마케팅
망작의 대명사로 불렸던 현대자동차 PYL 마케팅

몇 년 전 현대·기아는 어땠을까요? 완고한 PYL(i30, i40, 벨로스터) 마케팅으로 통합 점유율이 60 % 후반까지 주저 앉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세련미 떨어지던 LF 쏘나타, 얼굴에 손대다 만 JF K5로 죽 쑤던 중형 세단은 SM6, 말리부가 새로운 기준이 됐고 쌍용이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로 기사회생하며 소형 SUV 시장을 주름잡던 이른바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티볼리는 든든하고 각진 외형, SM6는 경쟁력 높은 안팎 디자인, 말리부는 독보적인 성능과 주행 품질로 정체성이 뚜렷했죠. 그 시절 각자 가격 대비 상품성까지 빼어났기에 현대·기아 신차 베타테스터가 되기 싫어서 이들이 팔던 자동차를 두루 추천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죽하면 현대가 스타렉스 끝물에 SM6·QM6 앞모습(그릴)을 그대로 차용하기까지 했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2021년에 다시 본 르쌍쉐는 더 이상 그들이 아니군요. 현대가 수입차 시장 수요를 견인할 제네시스, 고성능차 브랜드 N을 만들어 키우고 기아가 물 오른 디자인으로 미국 시장을 흠뻑 적실 동안 르쌍쉐는 더 이상 소비자의 니즈를 읽지 않았습니다. 티볼리 성공에 취했던 쌍용은 티볼리 대(렉스턴)·중(코란도)·소(티볼리)를 컨트롤+C(복사), 컨트롤+V(붙여 넣기)하며 찍어냈고, 쉐보레는 기업 정리 전문가(야후코리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지사장 역임)를 한국지엠 사장에 앉혀서 일부 공장을 문 닫고, 박동훈 사장 시절 황금기를 맞았던 르노삼성은 전 직장인 폭스바겐코리아의 디젤 게이트 관련 조사 여파로 환경부와 입씨름하다 돌연 사직하며 기업 지배 구조가 마구 흔들렸습니다.

 

국산차 시장에서 현대, 기아, 제네시스 점유율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국산차 시장에서 현대, 기아, 제네시스 점유율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전혀 달라졌습니다. 현대·기아·제네시스는 올 6월 들어 통합 점유율이 80 % 중후반으로 뛰고 르쌍쉐는 10 % 초중반으로 떨어졌죠. 미래 지향적 실내, 조작 편의성, 스마트폰 연결성, 전동화를 논하는 이 시기에 르쌍쉐는 시장 유행을 따르기도 벅찹니다. 과거의 현대·기아를 반면교사하지 않고 그 전철을 그대로 밟았거든요. 퍼스트 무버로서 차급의 기준을 바꿨던 이들은 이제 자금난에 시달려서 패스트 팔로어처럼 뛰어 다니지도 못합니다. 언제까지 과거의 성공에 젖어있을 건가요? 르쌍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차 투입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전략'은 이제 그만 좀 하길 바랍니다. 그것만으로 이미지 세척은 부족하니까요.

 

 

2. 최고 트림에 몰두한 가격도 문제

 

르노삼성 XM3에서 최고 트림에 옵션(시그니처 I)을 달아도 원격 시동/공조를 못 씁니다.
르노삼성 XM3에서 최고 트림에 옵션(시그니처 I)을 달아도 원격 시동/공조를 못 씁니다.

자동차에서 주행 품질, 편의 기능, 안팎 디자인 경쟁이 안 되면 르쌍쉐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가격'이죠. 소비자 마음을 흔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이들이 제안하는 가격표를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옵션 장난이 심각했던 과거의 현대·기아차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어떤 차는 뭐 하나 달려면 한 트림 위로 올려야 하고, 패키지 조합도 보기 불편하게 I, II, III로 나누고 보험 약관 살피듯 꼼꼼히 들여봐야 합니다. 안팎을 보고 떨어졌던 기대 지수가 가격표를 거쳐서 또 한 번 떨어집니다.

 

한마디로 '기대 지수의 계단식 하락'으로 정의하겠습니다. 고객이 기분 좋게 차를 보러 왔는데 책상 앞에서 심각한 얼굴로 머릿속 계산기를 계속 두드리니 기분이 나빠집니다. 디지털 클러스터를 넣고 싶은데 최고 트림 말고는 옵션으로도 안 넣어주고, 원격 공조 기능을 넣고 싶은데 패키지는 더 상급으로 올려야 하고, 특정 트림이 아니면 이 색상은 안 넣어주고 실내 인테리어도 마음대로 못 고르게 하고... 열 받습니다. 하나를 취하면 하나 혹은 둘 이상 잃어야 하는 르쌍쉐 가격표를 보면 도무지 답이 안 나옵니다. 가격표에서 돈 달라는 호소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엔진 별로 최고 트림 아니면 살 가치 없는 상품성으로 도배된 걸 보면 사 주기가 싫어지네요.

 

현대·기아 대비 섞을 내용이 부실하니 이해는 하는데요. 가장 기본적인 안전 장치까지 자신들만의 특징인 양 진부하게 써넣어서 포장하는 실력은 대체 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그렇게 일러줘도 일부 상품기획자분들은 들은 체도 안 하는 건지, 그게 회사 방침인 건지 그냥 있는 대로 복잡하게 써넣습니다. 그러니까 르쌍쉐 차를 안 사죠. 차가 번지르르하게 나오면 뭐하나요? 실속이 없는데. 고민을 1도 하고 싶지 않은 가격표를 만듭니다. 계약은 추후 고려해 보겠다고 둘러대며 르쌍쉐 매장을 나온 예비 고객은 그렇게 발길을 돌려서 가까운 현대·기아 매장으로 향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안 그럴 것 같죠? 해 보세요. 그렇게 될 겁니다.

 

 

3. 어설픈 모방 말고 전략 좀 짜세요, 제발요.

 

르쌍쉐는 앞으로 어떡해야 하는 걸까요?
르쌍쉐는 앞으로 어떡해야 하는 걸까요?

르쌍쉐가 추구했던 독창성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존재감이 없다는 게 문제죠. 쌍용은 그 옛날 무쏘, 코란도 말고 떠오르는 차가 없습니다. 티볼리는 한동안 오래 타 보기도 했고 티볼리 에어를 지인에게 추천까지 해줬으니까 반이라도 가는데요. 렉스턴부터는 물음표가 그려집니다. 성형 수술 끝낸 지금의 렉스턴 스포츠 칸 같은 차 말고요. 예전의 벤츠 디젤 엔진을 한국화 시키고 아이신 변속기까지 받아와서 조립하는 것까진 나쁘지 않았는데요. 엉성한 안팎, 낮은 완성도, 4~5년 전 차를 보는 듯한 약점이 계속 따라붙습니다. 연예인 마케팅은 이제 그만하시고 평택 공장 팔아서 다른 데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길 바랍니다. 물론 영국 및 일부 유럽 국가에서 호평을 받는 것과는 별개의 얘깁니다.

 

르노삼성도 QM6 LPG 말고 수익 다변화를 추구할 때입니다. 투싼·스포티지 급에서 LPG를 투입하기만 해도(수익성 낮아서 넣지도 않겠지만) 사세는 급격히 기웁니다. XM3요? 2022년형 가격표 보면서 제일 갑갑했던 차이기도 합니다. 트림 별 몇몇 품목을 합리적으로 다듬고 선택 품목만 보기 좋게 다듬어도 될 것을 뭘 그리 복잡하게 만들었을까요? 가성비가 좋다고요? 전 모르겠습니다. 그럴 바에 거주성과 안팎 디자인이 더 좋은 아반떼를 사겠습니다. 솔직히 뒷트렁크를 위로 활짝 여는 것 말고는 매력이라곤 없잖아요. 덩치 크고 운전대 조향감만 좋을 뿐, 질 나쁜 상품성, 매끄럽지 않고 불편하기까지 한 화면부터 고쳐주시길 바랍니다. 신차 투입, 상품성 개선 이전에 해야 할 급한 숙제이기도 합니다.

 

쉐보레는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브랜드입니다. 호주에서 팔던 임팔라(2.4 / 3.6 V6)를 한국에 가져와 나눠 먹기할 거였으면 옵션 장난 없이 그냥 그대로 팔면 되는데 왜 손을 댔나요? 한때 주요 언론에서 잘 만들었다고 칭찬이 자자했던 크루즈는 인터넷 슈퍼카로 생을 마쳤습니다. 포드 익스플로러가 탐나서 야심 차게 가져왔던 트래버스는 트랙스만도 못한 존재가 돼버렸습니다. 한국 지사에서 국산차 시장분석은 하고 있는 게 맞나요? 아니면 미국 본사 지령에 따라 준비된 할당분을 가져갈 뿐인가요? 최신 ADAS도 안 달아주면서 세련된 수입차 브랜드인 척하는 모습은 관두시길 바랍니다. 이쿼녹스랑 볼트 EUV요? 타호요? 묻겠습니다. 부평 공장까지 다 팔고 보통의 수입차 브랜드처럼 차만 팔고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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