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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현대 아반떼 N, 진짜 고성능 차가 나왔군요 본문
어제(14일) 아침 9시 반, 현대자동차가 아반떼 N을 국내에 선보였습니다. 벨로스터 N, 코나 N에 이은 세 번째 N이로군요. 아반떼를 기반해 만든 고성능 차입니다. 스포티하게 꾸미기만 한 아반떼 N 라인이 아니고요. 엔진과 변속기, 운전대, e-LSD, 경량화 세팅, 가변 배기 사운드 등 여러 곳을 손보며 완성한 일상의 스포츠 카이기도 합니다.
출시 전 아반떼 N 티저가 거듭 올라와서 역효과를 내지 않을지 우려가 있었는데요. 괜한 기우였습니다. 자동차를 향한 어릴 적 열망으로 운전을 배우고 레이서로 성장해 아반떼 N을 트랙에서 잡아 돌리는 11분 간의 스토리텔링을 보고서 안심이 됐거든요. 영상 끝에 FCEV(수소 연료 전기차), BEV(배터리 전기차)가 등장하는 떡밥을 뿌려서 비상한 관심을 끌기까지 했습니다. 현대가 티저를 여기저기 두른 건 다 이유가 있었군요. 지금부터 아반떼 N을 살피겠습니다.
1. WRC 랠리카 설계 반영한 서스펜션 및 차체
아반떼 N은 기존의 N보다 구조가 한층 더 견고해졌군요. 휠 조인트와 허브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무게 1.73 kg를 줄이고요. 휠 베어링 강성을 더해 횡(수평) 방향 중력가속도(G-포스) 한계를 개선했습니다. 전보다 바퀴를 꽉 물려줘서 좌우로 굽이진 길을 지나는 진입 속도 한계값이 높아졌죠.
현대에서는 '통합 구동형 액슬(IDA)'로 정의하더군요. 구조 단순화로 부품 간 마찰을 줄여서 소음을 줄이기도 합니다. 추후 등장할 N에도 확대 적용할 거라네요. 앞바퀴 서스펜션은 벨로스터 N에 쓰였던 듀얼 컴파운드 트레일링 암 부시에 수직, 수평 방향으로 인슐레이터를 개별 적용해 조향성 및 승차감 개선, 소음 진동 저감을 이뤘습니다.
차체 강성은 아반떼보다 29% 더 강해졌습니다. H자형으로 설계한 멀티 조인트 리어 스티프바(Rear Stiff Bar, RSB), 4점식 스트럿 링으로 차체와 서스펜션의 구조 결합력을 보완했거든요. 이로써 정확한 조종성, 섬세한 승차감 구현이 가능해졌고요. 토크 피드백(Torque Feedback)과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으로 일관된 조향 응답성을 보장합니다.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은 2세대로 진화됐습니다. 주행 속도, 운전자 입력, 도로 상태 및 주행 모드 설정에 따라 댐핑을 조절하며 조향·운동성을 최적화시키는데요. 2세대로 접어들며 가족 단위의 편안한 주행부터 극한의 트랙 주행까지 모두 대응하도록 서스펜션 세팅 범위가 더 넓어졌습니다. 굽은 길을 지날 때는 N 코너 카빙 디퍼렌셜(e-LSD)로 좌우 바퀴 회전력을 조절해서 그립을 잃지 않도록(언더스티어 억제) 돕기도 합니다.
2. 지속력 더한 제동 성능, 피렐리 대신 미쉐린
아반떼 N에는 피렐리 P-제로 타이어를 신기지 않았습니다. 와이드 타입의 19 인치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PS4S)를 N 브랜드 최초로 적용했다는군요. 벨로스터 N과 코나 N의 타이어 규격은 각각 235/35 R19, 235/40 R19였는데요. 아반떼 N은 이보다 단면적이 더 넓은 245/35 ZR19 규격을 씁니다. P-제로가 어느 정도 지열을 받아야 접지력이 올라가는 성장형 타이어라면, PS4S는 선형적 접지력과 균일한 제동력을 보여주는 타이어인데요. 아반떼 N에는 PS4S가 더 잘 맞았나 봅니다.
타이어만 좋으면 다일까요? 앞바퀴 브레이크 디스크는 지름만 360 mm에 달합니다. 고마찰(마찰 계수가 높은) 브레이크 패드를 달아서 제동력을 높이고요. 제동 시스템의 효과 빠른 방열 제어를 위해 브레이크 에어 가이드와 더스트 커버 냉각 홀을 마련했습니다. 모터스포츠에서 널리 사용 중인 에어 가이드는 공기 흐름을 브레이크로 향하도록 만들어서 베이퍼 록(Vapor Lock)과 페이드(Fade) 현상의 위협을 줄이기도 합니다. 열 내구성 및 제동성, 지속성을 잘 갖춘 아반떼 N의 제동 시스템은 그 어느 N 모델보다 신뢰성이 높다 하겠습니다.
3. 운전 취향 저격한 N 사운드 이퀄라이저
아반떼 N에 주행 감성을 저격한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N 사운드 이퀄라이저(N Sound Equalizer, NSE)인데요.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N 배기음과 잘 조화된 멋진 소리를 스피커로 증폭해 들려줍니다. 준비된 소리 타입은 세 가지입니다. 스포티, 고성능, TCR 모드가 있고요. 운전자 취향에 따라 화인(Whine), 럼블(Throat), 엔진 메인(Bass) 세 음역을 조절해 넣는 커스터마이징도 됩니다.
가변 배기 밸브 시스템은 3단 제어에서 선형 제어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숫자 '0'부터 '100'까지 건드려서 N 배기음을 미세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가만히 멈춰 서있을 때는 부밍음을 줄이고 N 모드에서 밸브를 완전히 개방해 운전자의 온몸을 뒤흔드는 압도적 사운드(팝콘 및 뱅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4. 낮고 넓게 깔린 안팎, 시트도 10 mm 낮춰
아반떼 N은 내가 알던 아반떼가 맞나 싶을 만큼 안팎에 많은 변화를 줬습니다. 먼저 밖을 볼까요? 앞쪽의 블랙 펄 마스크와 프론트 립 스포일러, 옆쪽의 N 레드 스트립, 뒤쪽의 N 전용 윙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리어 디퓨저, 듀얼 싱글 머플러는 낮고 넓은 고성능 자동차의 역동성을 강조합니다. 3중 윙 스포일러는 아반떼 N의 공력 성능을 극대화해 코너 진입 속도를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실내는 온갖 N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N 운전대, N 쉬프터, N 시트, N 도어 스커프, 메탈 페달을 구성해 N 패밀리 룩을 완성했습니다. N 운전대에는 한 번에 20초까지 10 마력을 더 끌어 쓰는 NGS(N Grin Shift, 8단 DCT 전용)을 뒀습니다. 작동 후 40초가 지나야 만(인터벌) 다시 쓸 수 있는 오버부스트 기능입니다. 6단 수동 변속기를 맞물린 아반떼 N에는 REV(Rev match)가 대신 달리는데요. 엔진 회전 수를 보정해 정확한 변속을 도와줍니다(힐앤토 효과로 변속 충격 감소). 운전대 양쪽에는 주행 모드를 개별 설정한는 N 버튼 2개를 뒀죠.
시트 위치는 10 mm 낮아졌습니다. 역대 N 모델 중 가장 낮아서 도로에 붙어다니는 듯한 운전 경험을 전합니다. 운전자의 상하체를 든든히 잡아주는 시트는 좌우 볼스터를 강화해 자세가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도록 해줍니다. 선택 품목으로 운영 중인 N 라이트 버킷 시트를 넣으면 시트 백 레그룸이 50 mm 늘어나 뒷좌석 거주성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온 가족이 탈 일이 있을 때 고르기 좋겠군요.
5. 운전 실력 좋아진다? 현대 N 애플리케이션
아반떼 N 출시를 겸해 등장한 현대 N 애플리케이션(Hyundai N App, HNA)은 무엇을 보여줄까요? N 고객들에게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고성능 전용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데요. 횡가속도, 엔진 회전 수(rpm), 엔진 출력 및 토크, 랩 타임, 주행 속도 등 트랙 주행 데이터를 수집·열람·분석해서 운전자의 운전 실력을 길러줍니다.
때로는 국내 서킷 별로 저장된 빅데이터 자료로 운전자 간 기록 경쟁을 이끌기도 합니다. 아반떼 N 말고도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를 거쳐 기존의 N 모델까지 확장·비교할 수 있게 만든다네요. 트랙에서 운전자의 현 주행 위치를 추적해 실시간으로 랩 타임을 자동 기록하는 타임 트라이얼(Time Trial)식 경쟁이 유력해 보입니다. 조만간 오락기 속 고득점 란에 자신의 이니셜을 남기던 그 기쁨과 설렘을 맛볼 수 있겠군요.
현대가 준비한 아반떼 N은 또 한 번 진화된 N을 보여주기 충분했습니다. 최고 280 마력(오버부스트 시 290 마력)과 최대 40 kg.m 토크, 제로백 가속 성능(0~100 km/h 도달 시간) 5.3 초, 최고 속도 250 km/h를 실현한 2.0 플랫파워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습식 DCT는 바탕으로 깔고 가고요. 벨로스터 N의 주요 기능을 개선하며 선 공개한 코나 N, 안팎을 스포티하게 바꾼 투싼 N 라인과 동반 출시하며 N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고자 한 모습들이 보여 좋았습니다.
아반떼 N의 가격은 6단 수동이 3,212만 원, 8단 DCT가 3,399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부터 시작됩니다. 석 달 전 N 데이 행사로 선보인 코나 N은 DCT로 단일 운영해서인지 3,418만 원부터 출발하는군요. N 라인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19 인치 휠, 싱글 트윈팁 머플러, 스웨이드 가죽 시트 등 스포티한 모습의 투싼 N 라인은 1.6 가솔린 터보 프리미엄이 3,009만 원 인스퍼레이션이 3,276만 원이네요. 하이브리드를 품은 1.6 HEV 모델도 프리미엄 3,345만 원, 인스퍼레이션 3,612만 원, 2.0 디젤은 프리미엄 3,200만 원, 인스퍼레이션 3,467만 원에 자리 잡았습니다.
음... 저라면 아반떼 N을 최우선으로 놓고 고민할지도 모르겠네요. 고성능 N 브랜드 중 가장 강력하잖아요. 코나 N이 벨로스터 N에서 불편하게 생각했던 점들을 두루 개선한 버전 1.1로 그쳤다면 아반떼 N은 버전 2.0에 가깝습니다. 아반떼(엘란트라) N TCR의 WTCR,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우승 경력이 그냥 나오는 게 아녔구나를 실감하게 되거든요.
며칠 후인 7월 21일이면 아반떼 N·코나 N·투싼 N 라인을 한 자리에 만나는 'N 시티 서울'이 열린다고 합니다. 8월 3일까지 열리는 전시전에 영화 '스네이크 아이즈 : 지. 아이. 조'에서 시선을 훔치던 쏘나타 N 라인 더 블랙도 나온다는군요. 이윽고 여름휴가철에는 'N 스테이 부산'으로 N 브랜드를 한 날 한 자리에 볼 수 있을 것을 생각하니 무척 기대가 됩니다. 일상의 스포츠 카를 완성한 아반떼 N을 실물로 보고 경험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얼른 트랙에서 팝콘을 터뜨리며 몰아보고 싶어 집니다.
이상으로 현대자동차 아반떼 N 출시와 관련한 콘텐츠 정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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