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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유럽을 누비는 트럭커,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

커피스푼 2021. 11. 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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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세일을 못 참고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를 사버렸습니다.
스팀 세일을 못 참고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를 사버렸습니다.

어제 스팀에서 게임 확장팩을 샀습니다. 즐겨찾기한 작품이 할인 중이라는 메일이 왔거든요.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였습니다. 트럭커가 되어 유럽 각지에 화물을 실어 날라 운송비를 버는 게임이죠. 처음엔 프리랜서로 뛰다가 은행 돈으로 차고랑 트랙터를 사서 빚을 다 갚을 만큼 돈이 잘 벌리면 법인을 세우고 운송 기사를 구해 사업 규모를 늘릴 수도 있습니다. "한 탕만 더 뛰자, 한 탕만 더"를 노리다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내거나 시간이 살살 녹는 게임으로도 유명합니다. 

 

오리지널 가격은 75% 할인된 5,870원인데요. DLC(다운로드 콘텐츠) 맵도 70%까지 할인이 붙어서 안 살 수가 없었습니다. 살까 말까 저울질하다 맵 6개 묶인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 맵 부스터(2만 7,770원)를 페이코로 덜컥 사고 맙니다. 보통의 오픈 마켓보다 결제 방식이 넓어서 문화상품권이나 해피머니, 토스 및 카카오페이 결제도 가능합니다.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입니다. 맵 2개를 미리 수집했으니까 그나마 더 싼 값(1만 9,360원)에 샀다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치킨 두 마리 사 먹은 셈 치기로 합니다.

 

그래픽이 좋아졌습니다. 해상도를 2,560 X 1,440 픽셀로 높여도 지포스 GTX 1060이 잘 버티네요.
그래픽이 좋아졌습니다. 해상도를 2,560 X 1,440 픽셀로 높여도 지포스 GTX 1060이 잘 버티네요.
맞은 편에 사고 후 처리 중인 모습이 보이시나요?
맞은 편에 사고 후 처리 중인 모습이 보이시나요?

9년 만에 다시 만난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는 그래픽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흐리멍덩했던 울타리, AI 자동차, 주변 풍경은 더 풍부해졌고요. 교통 흐름이 시시각각 변하기도 합니다. 차가 밀린다 싶으면 순찰차와 소방차, 도로 작업차까지 나옵니다. 맞은편 도로는 사고 후 처리 중인 장면까지 구현합니다. 신호 위반 및 과속, 주간 전조등 미점등(북유럽 한정), 역주행 벌금까지 잘 매깁니다.

 

게임 첫 화면에서 월드 맵을 누르면 이렇게 나옵니다. 맵이 엄청 넓습니다.
게임 첫 화면에서 월드 맵을 누르면 이렇게 나옵니다. 맵이 엄청 넓습니다.
DLC로 구현된 맵 규모는 이 정도입니다. (출처 :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공식 홈페이지)
DLC로 구현된 맵 규모는 이 정도입니다. (출처 :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공식 홈페이지)

맵도 넓어졌습니다. 북유럽과 동유럽을 구현했던 예전보다 다닐 곳이 더 늘었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남유럽도 모자라 러시아 시베리아 대륙까지 곧 열립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왜 이 게임이 인기를 끈 건지 알 것 같네요. 가상 세계에서 화물을 나른다는 핑계로 유럽 이곳저곳을 자유로이 누비니 대리 만족이 충분했을 겁니다. 연료가 부족하면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 디젤을 콸콸 쏟아붓고요(리터 당 1.49 유로 안팎). 졸음이 쏟아져 눈이 감긴다 싶으면 국경 근처 졸음 쉼터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대고 자면 됩니다.

 

놀랍도록 구현이 잘 돼 있어서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경로만 표시했던 내비게이션도 한국어로 또박또박 음성 지원까지 해주거든요. 티맵이나 카카오맵 내비게이션처럼 부드럽고 섬세하지는 않고요. 받아쓰기하듯 딱딱했던 TTS(text-to-speech)보다는 낫습니다. 어색하면 꺼 두려 했는데 없으니까 심심해서 켜 둡니다. 도로 위 적막과 고요를 깨는 외마디 백색소음처럼 말이죠. 게임에 고이기 시작하면 KBS 클래식 FM 89.7이나 출퇴근마다 나오는 57분 교통정보를 틀어 놓고 즐기게 될 겁니다. 마치 그게 일상이었던 것처럼요.

 

운송 업무를 마치면 은행에서 간혹 이런 메일이 옵니다.
운송 업무를 마치면 은행에서 간혹 이런 메일이 옵니다. "대출 한도 올려드렸어요. 고객님"
장거리 운전은 귀찮으니까 단가 센 걸로 가겠습니다.
장거리 운전은 귀찮으니까 단가 센 걸로 가겠습니다.

처음에 이 게임을 켜면 내 차가 없습니다. 물류 운송 업계에서 인정을 받아야 은행이 초저리 할부를 도와주거든요. 현실에서 업력을 인정받으려면 여기저기 발품을 팔거나 업계 인맥이 필수겠지만요. 여기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지도에 마우스 커서 몇 번 휘저어서 찍어주면 거리 당 가격, 운반 거리, 화물 종류 등 취향 맞춤 일거리가 수두룩 나옵니다. 목적지나 화물 중량, 중요도, 회사에 따라 배정될 트랙터가 다르니까 이차저차 다 몰면서 브랜드랑 특성을 알아가면 됩니다.

 

ETS2에서 정식 라이센싱된 트럭 브랜드는 7종입니다.
ETS2에서 정식 라이센싱된 트럭 브랜드는 7종입니다.
ETS2에서 선택 가능한 주요 차종 목록입니다. (출처 :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공식 홈페이지)
ETS2에서 선택 가능한 주요 차종 목록입니다. (출처 :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공식 홈페이지)

운전할 트랙터 브랜드 및 차종도 다양합니다. 삼각별 단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뉴 악트로스, 스웨덴을 대표하는 스카니아 스팀라인과 볼보 FH16, 독일산 만트럭 TGX 유로6 말고도 네덜란드 메이커인 다프(DAF) 트럭의 XF, 이태리 태생인 이베코(Iveco)의 스트라리스, 프랑스 르노 트럭의 T까지 있습니다. 아쉽게도(?) 현대 엑시언트는 아직 없군요. 간혹 유로 트럭 유저들이 만든 모드(mod)를 씌워서 달리는 것 정도는 됩니다.

 

차축을 6x2로 할지, 6x4로 할지는 더 뛰어보고 결정하세요.
차축을 6x2로 할지, 6x4로 할지는 더 뛰어보고 결정하세요.
DAF XG+ 2021년형 실내입니다. 세로형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부착됩니다.
DAF XG+ 2021년형 실내입니다. 세로형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부착됩니다.

내 차로 구매 계약할 단계가 오면 포르쉐만큼 복잡한 커스터마이즈를 거칩니다. 4x2 트랙터보다 10톤을 더 들거나 4x2로도 운용 가능한 6x2(셋째 축 뒷바퀴를 들었다 내릴 수 있음, 둘째 축이 구동 바퀴)로 할지, 험로 주행 및 무거운 화물을 잡아끌기 좋은 6x4(둘째 및 셋째 축이 구동 바퀴)로 할지, 파워트레인을 어느 정도로 잡을지는 나중에 알 일입니다. 캐빈 캡 외부에 달린 사이드 미러 대신 디지털 사이드 미러(DSM)처럼 실내 좌우로 세로형 액정을 달지, 대시보드에 뭘 더 붙일지에 따라 예산이 고무줄처럼 확 늘어납니다.

 

내 차로 뛰지 않는다면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면 됩니다.
내 차로 뛰지 않는다면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면 됩니다.

은행 대출을 껴안지 않으려면 당분간 프리랜서 운송 기사로 다니는 게 속 편합니다. 작업 후 레벨이 오를 때마다 화물 운송 숙련도를 높여주거든요. 장거리 운반, 긴급 배송, 연비 주행, 고중량 화물, 위험물 등 숙련 타입에 따라 특정 분야 화물의 운송 단가가 비싸지기도 합니다. 기름값은 화주가 부담하니까 제한 속도 범위 내에서 파손 없이 잘 전달해주면 무난하게 끝납니다. 시작부터 겁 없이 은행 대출로 트랙터를 샀다간 운송 중 소모한 연료, 트랙터 및 타이어 정비에 드는 유지비들은 온전히 본인 부담입니다. 숙련도를 높여서 자금을 어느정도 모은 뒤 구매 계약하는 게 좋습니다.

 

곧 우회전해야 합니다. 소형차라면 오른쪽 포켓 차로로 들어갔겠지만요.
곧 우회전해야 합니다. 소형차라면 오른쪽 포켓 차로로 들어갔겠지만요.
표지판 등 도로 구조물이 닿을 것 같지만 그건 기분 탓입니다.
표지판 등 도로 구조물이 닿을 것 같지만 그건 기분 탓입니다.

넋 놓고 해 보면 현실 세계에서 자가용 차를 몰고 다니는 것과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대형 화물 트레일러가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우회전할 때 왜 왼쪽으로 살짝 비틀며 우로 들어가는지 잘 알겠더군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뒷바퀴가 모퉁이에 걸리거나 가드레일에 쓸리더군요. 숙련되면 소형 화물 트레일러 두 개를 연결한 트랙터도 잘 끌게 될 겁니다. 입력 장치는 키보드랑 마우스가 기본이지만 제대로 하겠다면 레이싱 휠 컨트롤러, 유압식 페달까지 물려도 됩니다. 시뮬레이터 게임이니까요.

 

회전 교차로도 진입 규칙만 잘 알면 문제없습니다.
회전 교차로도 진입 규칙만 잘 알면 문제없습니다.
여기서 100 km/h로 달린다고요? 대형 트랙터는 80~90 km/h로 제한됩니다.
여기서 100 km/h로 달린다고요? 대형 트랙터는 80~90 km/h로 제한됩니다.
어둠을 헤치고 크루즈 선에 오릅니다.
어둠을 헤치고 크루즈 선에 오릅니다.

현실의 운전도 피곤한데 왜 게임에서까지 운전을 하냐고 하시면 추천 드리지 않겠습니다. 화주가 빨리 와 달라고 재촉하면 진짜로 피곤해지기도 하거든요(페널티 있음). 돌발 변수가 늘었다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카페리처럼 초저녁 대형 크루즈에 승선해서 다음 날 아침 다른 국적의 항구에 하선하는 경험은 뭔가 새롭고요. 누가 봐도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제한 속도가 100km/h인 구간도 나옵니다. 북유럽 일부 국가는 전조등을 안 켜고 다닐 시 벌금 150 유로로 금융 치료를 시켜줍니다. 하면 할수록 뭔가 빠져드는 게임입니다. 몇 탕 뛰고 시계를 보니 앗 벌써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역시 위험한 게임임에 틀림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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