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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제퍼, 그랜저 만한 중국 전용 세단

커피스푼 2021. 11. 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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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링컨이 광저우 모터쇼 2021에서 제퍼(Zephyr)를 선보였습니다. 지난 4월 상하이에서 사전 공개한 제퍼 리플렉션 프리뷰 카의 양산형 모델입니다.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럭셔리 세단입니다. 얼굴은 아우디 A7, 뒤는 부분변경된 그랜저가 떠오릅니다.

 

링컨이 중국에서 공개한 제퍼(Zephyr)입니다.
링컨이 중국에서 공개한 제퍼(Zephyr)입니다.

크기는 그랜저와 비슷합니다. 전장 4,982mm, 전폭 1,865mm, 전고 1,485mm, 휠베이스 2,930mm로 기아 K8 대비 소폭 높으면서(+30mm) 짧습니다(-33mm). 실내는 운전석에서 동반자석까지 쭉 뻗은 화면 때문인지 메르세데스-벤츠 EQE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물론 전기차는 아닙니다. 2리터 가솔린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를 맞물리거든요. 차는 2022년 1분기에 출시되며 오직 중국에서만 양산됩니다.

 

링컨 MKZ를 끝으로 세단은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럭셔리 SUV에 전념하겠다며 코세어(Corsair), 노틸러스(Nautilus), 에비에이터(Aviator), 네비게이터(Navigator)를 밀면서 중국의 Z세대를 위한 로컬라이징 모델을 개발했군요. 링컨 캘리포니아 글로벌 팀, 중국 현지 팀 간의 협업을 거쳐 상품 구성과 디자인을 마쳤습니다. 사진으로 안팎을 엿보니 럭셔리 브랜드 세단을 좋아하는 프리미엄 소비층을 타게팅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 진출을 알리며 신차를 하나 둘 보내기 시작한 제네시스처럼요.

 

제퍼의 얼굴은 그동안 봐왔던 링컨 SUV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입니다. LED 헤드램프를 연결하는 라이트 스트립 장식이 처음 쓰였거든요. 가운데 링컨 엠블럼까지 LED로 빛납니다. 링컨 SUV 사총사(코세어, 노틸러스, 에비에이터, 네비게이터)를 수놓던 스타 그릴보다 별 장식이 빽빽하면서 화려하군요. 헤드램프만 보면 자동차 업계에서 LED 조명회사로 유명한(?) 아우디 A7 같기도 합니다. 만나고 헤어질 때는 LED 헤드램프로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합니다. 범퍼 장식은 지붕이 완만히 떨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과 잘 어울리게 만들었군요.

 

제퍼 좌측면입니다.
제퍼 좌측면입니다.
펜더 장식이 문 손잡이까지 이어집니다.
펜더 장식이 문 손잡이까지 이어집니다.
제퍼 우측면입니다.
제퍼 우측면입니다.

옆모습도 링컨 답지 않게(?) 날렵합니다. 평온한 비행(Quiet Flight)을 뜻하는 디자인 언어를 따르면서 옆선을 과감히 드러냅니다. 헤드램프 눈꼬리를 따라 길게 이어진 주름은 네비게이터만큼 굵습니다. A-필러와 사이드미러 위는 검게 칠하고 사이드미러 밑과 윈도 라인 몰딩(DLO)을 크롬 장식으로 덮었군요. 휠도 터빈형 날개를 본뜬 모양으로 다듬었죠. 더 이색적인 건 차명이 붙는 펜더 장식이 앞좌석 문 손잡이까지 이어지는 점입니다. 문 손잡이도 최신형 전기차처럼 플러시 타입으로 숨겨놨죠. 추후 하이브리드나 전동화 모델로 파워트레인이 바뀌어도 이질감이 별로 안 들겠군요.

 

제퍼 뒷모습입니다.
제퍼 뒷모습입니다.

뒷모습은 뭔가 익숙합니다. 부분변경된 더 뉴 그랜저의 뒤태가 생각났거든요.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그랜저는 곡선으로 가운데를 둥글고 유하게 다듬었지만 제퍼는 이전의 링컨 MKZ처럼 트렁크 리드 끝을 반듯하게 세웠습니다. 차명 대신 브랜드명 레터링(Lincoln)을 넓게 새기는 전통은 여전하군요. 3D LED 리어램프 바로 밑에 레터링이 붙으면서 단정하고 깔끔해졌습니다. 배기 팁을 절묘히 가린 플라스틱 범퍼 장식도 나쁘지 않네요.

 

동반자석 쪽에서 본 제퍼의 실내입니다.
동반자석 쪽에서 본 제퍼의 실내입니다.
뒷좌석에서 바라본 제퍼의 실내입니다.
뒷좌석에서 바라본 제퍼의 실내입니다.

실내를 볼까요? 운전석에서 동반자석까지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화면에 시선이 뺏깁니다. 운전석에는 12.3인치, 가운데와 동반자석을 연결하는 27인치 터치 화면을 나란히 붙였습니다. 해안가에서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본다는 콘셉트로 새 디지털 HMI(휴먼-머신 인터페이스)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미지의 우주를 찾아 떠나는 기장과 부기장의 여정을 담은 걸까요? 피아노 건반형 전자식 변속기, 간결하면서 우아한 금속 물리 버튼, 2-스포크 운전대의 터치 패널, 섬세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 등)은 링컨 고유의 특징을 대변합니다.

 

제퍼에 설치된 싱크 4+(Sync 4+)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중국 고객 전용으로 세팅됩니다. 소프트웨어 무선(OTA) 업데이트를 지원하며 2세대 링컨 코-파일럿 360 시스템(전방 충돌 방지 보조 등 첨단 안전 기능), 레벨 2+ 자율주행이 되는 링컨 액티브글라이드(ActiveGlide)도 제공됩니다. 운전 피로도 개선을 위한 네 가지 휴식 모드, 디지털 퍼퓸, 128색으로 비추는 앰비언트 무드 램프, 스트리밍 콘텐츠 예약 및 시청까지 편의 기능도 다양하게 갖췄습니다.

 

제퍼는 중국에서 양산되고 중국 안에서만 판매됩니다.
제퍼는 중국에서 양산되고 중국 안에서만 판매됩니다.

국내에는 제퍼 이전에 MKZ 하이브리드가 수입 판매된 바 있습니다. 링컨의 SUV 고도화 전략에 떠밀리듯 사라졌지만 디지털 경험을 두른 제퍼는 국내에 투입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순수 가솔린 버전보다는 하이브리드나 전동화 모델로 라인업이 늘어났을 때 말이죠.

 

제퍼는 럭셔리 브랜드, 신기술을 선호하는 중국 내 젊은 부유층을 겨냥합니다.
제퍼는 럭셔리 브랜드, 신기술을 선호하는 중국 내 젊은 부유층을 겨냥합니다.

지난 10년간 세단 말고 SUV로 바꾼 국내 고객의 비중이 약 두 배 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랜저와 비슷한 몸집의 세단을 바라는 소비층은 아직 견고합니다. 그랜저, G80, K8, BMW 5 시리즈, 벤츠 E-클래스가 순위권 상위에 올라와 있거든요. 제퍼는 그 어떤 미국 차보다 최신 기술을 두르고 있으니 혹할 만한데요. 국내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저평가돼 있어서 인기를 끌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럴 바에 제네시스 G80을 산다고 할 게 눈에 뻔하니까요. 일단 중국에서 제퍼가 잘 팔리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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