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호보다 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국내 출시되나?

지난 28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가 국내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마쳤습니다. 일반 에스컬레이드보다 거대한 롱휠베이스(LWB) 버전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출시된 쉐보레 타호보다 414mm 더 길고 휠베이스도 335mm 더 멉니다. 타호의 윗급인 서버번(Suburban)에 미국적 럭셔리를 판올림한 초대형 3열 SUV죠. 길이 약 5.4m인 에스컬레이드 기본형도 존재감이 충만한데 그보다 더 긴 에스컬레이드 ESV를 들이는군요. 가족을 둔 일반 소비자용으로는 과하고 VIP 의전용으로 잘 어울릴 이 차의 매력은 뭘까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입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의 국내 소음 인증 정보입니다.(출처 : 국립환경과학원)

크기 하나는 압도적입니다. 전장 5,766mm, 전폭 2,060mm, 전고 1,941mm, 휠베이스 3,406mm로 웬만한 3열 SUV보다 우람합니다. 미국에는 지프 그랜드 왜고니어(전장 5,453mm), 쉐보레 서버번(전장 5,733mm)처럼 쟁쟁한 풀사이즈 SUV들이 많은데 에스컬레이드 ESV는 유별나게 큽니다. 기본형 에스컬레이드도 전장 5,382mm로 결코 작은 차가 아닌데요. 한국지엠 차원에서 타호랑 외적 차이를 분명히 두려고 에스컬레이드의 선택지를 늘린 듯합니다. 땅은 작아도 큰 차, 럭셔리 브랜드의 하차감에 열광하는 한국 시장의 구색을 잘 맞춘 마케팅 전략인가 싶기도 합니다.

 

에스컬레이드 ESV는 3열 레그룸이 4.4cm 늘었습니다.

3열 레그룸(다리 공간)은 소폭 여유가 생겼습니다. 886mm에서 930mm로 반 주먹정도 늘었습니다. 실내 거주성보다는 3열까지 편안한 승차감, 3열 뒤 러기지(트렁크) 공간 확장에 더 신경을 쓴 모습입니다. 기본 에스컬레이드는 3열을 세우면 722리터, 접어야 2,064리터였지만 에스컬레이드 ESV는 3열을 세워도 1,175리터, 접으면 2,665리터로 여유롭습니다. 2열까지 다 접으면 4,044리터까지 확보됩니다.

 

공차 중량(무게)은 보통의 에스컬레이드보다 더 나갑니다. 2022년형 국내 인증을 기준으로 일반형은 2,780~2,805kg, ESV는 2,870~2,890kg입니다. 거의 3톤에 가깝습니다. 무게 2,755kg인 타호에 성인 남성 두 명을 더 태운 셈이죠. 견인 하중은 일반 버전이 90kg 더 여유롭습니다. 일반형은 3,629kg, ESV는 3,538kg까지 끌고 다닙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운전석 모습입니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똑같습니다. DFM(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이 적용된 6.2리터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426마력, 63.6kg.m토크), 하이드라매틱 자동 10단 변속기가 맞물립니다. 3리터 직렬 6기통 디젤 터보 엔진(282마력, 63.6kg.m토크)을 씌운 버전도 있지만 국내 대기 환경 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 안 들어옵니다. 부드럽고 안정된 승차감을 이끄는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과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둘 다 들어갑니다. 미국에서 옵션인 e-LSD(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도 국내엔 기본 사양으로 취급됩니다.

 

에스컬레이드 ESV도 22인치 휠 타이어가 꽂힙니다.

바퀴에는 전처럼 22인치 알로이 휠, 사계절 타이어(규격은 275/50 R22)가 꽂힙니다. 연비는 미국 기준으로 도심에서 14mpg(5.95km/l), 고속도로에서 19mpg(8km/l)로 둘 다 같습니다. 기존 에스컬레이드의 국내 복합 연비가 6.5km/l(도심 : 5.8km/l, 고속도로 : 7.8km/l)였으니까 ESV도 대략 비슷하겠군요. 대신에 연료 탱크가 커서 주유소를 덜 들르겠습니다. 일반 에스컬레이드는 91리터, 에스컬레이드 ESV는 107.1리터나 됩니다.

 

북미에서는 슈퍼 크루즈가 지원되지만 국내는 아직입니다.

운전자 주행 지원 시스템(ADAS)은 거의 꽉 채웠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전방 충돌 경고 및 자동 긴급 제동(AEB), 후방 보행자 경고, 후방 교차 제동 및 주차 제동 보조, 안전 경고 시트(햅틱 진동으로 주의 알림), 지능형 하이빔 보조, 차선 유지 보조 및 차선 이탈 보조, 차선 변경 경고 및 사각지대 경고, 나이트 비전까지 든든합니다. 핸즈프리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인 슈퍼 크루즈는 나중에 적용될 예정입니다(북미 일부 구간 한정, 국내는 미정).

 

에스컬레이드의 실내 주요 구성을 모았습니다. ESV도 공통 적용됩니다.

현재 에스컬레이드는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스포츠 플래티넘 두 가지 모델로 수입 판매 중입니다. 전자는 타호랑 비슷한 갈바노 그릴, 후자는 블랙 메쉬 그릴로 얼굴을 꾸몄죠. 16-방향 앞좌석 전동 시트(마사지 포함), 냉동 기능이 되는 센터 콘솔, 스웨이드로 뒤덮인 천장과 필러, 38인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 스피커 36개로 이뤄진 AKG 사운드 시스템, 무선화된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2열 12.6인치 듀얼 디스플레이 등 편의 사양도 풍부합니다.

 

에스컬레이드 ESV 컨피규레이터(내 차 만들기) 화면을 캡처했습니다.

더 큰 에스컬레이드 ESV라 해서 극적으로 다를 내용은 없습니다. 더 큰 연료 탱크, 더 긴 휠베이스, 더 넓은 트렁크만 알면 됩니다. 미국에서는 에스컬레이드가 10만 6,290달러(한화 약 1억 2,749만 원), 에스컬레이드 ESV가 10만 9,290달러(한화 약 1억 3,109만 원)부터 시작됩니다(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및 스포츠 플래티넘 기준). 몇 가지 옵션을 더한 한국형 에스컬레이드는 1억 5,357만 원에 판매 중입니다. 에스컬레이드 ESV는 1억 6천만 원 언저리가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