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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스코다 엔야크 쿠페 iV, ID.5보다 더 끌리는 전기차 본문
지난달 31일 스코다가 엔야크(Enyaq) 쿠페 iV를 선보였습니다. 스코다 첫 전기 SUV로 이름 알렸던 엔야크 iV보다 더 역동적이고 화려합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공유해서인지 폭스바겐 ID.5의 안팎 구성과 비슷합니다. 고성능 사륜 버전인 엔야크 쿠페 iV RS는 ID.5 GTX에 대응하는데요. ID.5보다 바람 저항을 덜 받아서 주행 가능 거리가 더 멉니다. 배터리 82kWh를 가득 충전하면 WLTP 기준으로 545km까지 굴러갑니다. 차는 체코 믈라다볼레슬라프에 있는 스코다 공장에서 만들어집니다. 더 알아볼 특징이 있을까요?
플랫폼은 같은데 크기는 ID.5보다 더 큽니다. 전장은 4,653mm, 전폭 1,879mm, 전고는 1,622mm에 이릅니다. 54mm 더 길면서 27mm 더 넓고 9mm 더 높습니다. 현대차(≒폭스바겐)보다 조금씩 큰 기아차(≒스코다)를 보는 느낌입니다. 휠베이스는 2,765mm로 거의 같습니다. 2열 뒤 러기지(트렁크) 공간은 570리터로 ID.5보다 21리터 더 넓습니다. 전고가 살짝 높아서 2열 헤드룸(머리 공간)은 ID.5보다 낫겠군요. 좌판에서 천장까지 잰 길이는 1열이 1,095mm, 2열이 990mm입니다. 편평한 지붕이 덮인 소형 SUV랑 거주성이 비슷해 보입니다.
공기 저항 계수는 ID.5(0.26 Cd)보다 낮은 0.234 Cd에 불과합니다. 고성능 버전인 RS도 0.248 Cd에 그칩니다. ID.5보다 화려한 겉모습을 보면 엔야크 쿠페 iV가 얼핏 불리해 보이지만 의외로 바람의 영향을 덜 탑니다. 라디에이터 그릴 장식 아래의 공기 흡입구는 내부 롤 블라인드를 여닫는 구조로 가끔씩만 열립니다. 앞범퍼 양쪽 끝 에어 커튼과 공력 성능에 최적화된 바람개비 휠, 로커 패널과 캐릭터 라인 곳곳에 바람 길을 만들고 윗공기도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루프 라인과 트렁크 리드를 손봤습니다.
앞모습은 깔끔하고 단정했던 ID.5의 인상과 사뭇 다릅니다. 크롬 장식을 두른 기아의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에 세로형 그릴을 나란히 세운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이오닉5처럼 플라스틱으로 막혀 있습니다. 육각 그릴을 연결하는 풀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왕관처럼 디자인된 각진 블랙 하이그로시 범퍼 장식이 대칭을 이루며 다부진 모습을 드러냅니다. LED 131개로 그릴을 환하게 비추는 크리스탈 페이스 기능은 옵션입니다(RS에서 기본 적용).
RS 버전에서는 얼굴이 확 사나워집니다. 풀 LED 헤드램프를 이었던 육각 그릴 테두리를 블랙 하이그로시 타입으로 메웠습니다. 왕관의 양 날개를 세 줄로 그려낸 RS 전용 앞범퍼, 휀더의 RS 윙 뱃지, RS 전용 외장 색상인 맘바 그린(Mamba Green), 구멍을 수두룩 낸 20인치 및 21인치 RS 에어로 휠, 블랙 하이그로시로 덮인 윈도 라인(DLO) 몰딩은 엔야크 쿠페 iV의 스포티함을 강조합니다.
뒷모습은 다소 절제된 형태를 띱니다. 화살촉 모양으로 디자인된 풀 LED 테일램프는 다이내믹 인디케이터를 적용해 웰컴 및 굿바이 시그널(순차 점등 및 점멸 효과)을 보냅니다. 테일램프 사이에는 브랜드 로고 대신 스코다 레터링이 붙습니다. 무엇보다 방향 지시등이 범퍼 밑으로 안 내려와서 보기 좋군요.
RS 버전에서는 레터링과 모델명, 리어 디퓨저 장식까지 블랙 하이그로시로 잔뜩 멋을 부렸습니다. 뒷범퍼의 반사판은 보통 좌우 측면에 작게 붙는데요. RS로 치장한 엔야크 쿠페는 차폭만큼 반사판을 길게 뽑았습니다. 지붕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와 잘 어울리도록 2열 옆과 뒷유리도 검게 물들여(틴트 처리됨) 깔맞춤 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실내는 ID.5에 돋보기를 댄 듯 익숙합니다. 가운데 돌출된 터치 화면은 13인치로 부쩍 키웠는데 운전석에 달린 5.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는 예전 차처럼 우레탄 커버 안쪽에 넣었군요.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ID.5처럼 선택 사양으로 추가됩니다. 크래시패드는 박음질 장식을 더한 마이크로 스웨이드로 감쌌습니다. 재활용 PET와 양모를 혼합해 만든 시트 커버를 씌우는 등 지속 가능한 소재도 두루 넣었죠.
RS의 실내는 블랙 원톤으로 한층 고급스럽게 꾸몄습니다. 필러와 천장까지 모두 블랙입니다. 더 스포티하게 디자인된 3-스포크 가죽 운전대는 회색 바늘땀 장식과 RS 뱃지, 펀칭을 넓게 둘러서 손에 잘 잡히도록 만들고요. 오른쪽 무릎이 닿는 센터페시아 격벽에는 부드러운 플라스틱을 둘렀습니다. 헤드레스트(머리받침) 일체형 스포츠 가죽 시트는 파이핑(piping)과 스티칭을 더해 착좌감이 더 좋아졌죠. 블랙 인조 가죽으로 감싼 크래시패드, 카본 느낌이 나는 실내 장식, 앰비언트 무드 램프가 서로 조화를 이룹니다.
엔야크 쿠페 iV의 전기 파워트레인은 네 가지로 나뉩니다. 일반 버전은 iV 60, iV 80, iV 80x로 세 가지, RS iV 단일로 구성됩니다. ID.5처럼 기본적으로 뒷바퀴를 굴리는 후륜구동 타입이며 iV 80x와 iV RS만 사륜구동(AWD) 타입입니다.
iV 60은 배터리 62kWh(가용량은 58kWh)를 품은 스탠다드 모델입니다. 132kW(179.5마력) 출력과 310Nm(31.63kg.m) 토크를 전합니다. 배터리 82kWh(가용량은 77kWh)가 깔린 iV 80은 롱 레인지 모델입니다. 150kW(204마력) 출력을 내보냅니다. 전기 모터를 앞뒤로 둔 iV 80x는 195kW(265.2마력) 출력에 425Nm(43.37kg.m)토크를 냅니다. 제한 최고 속도는 셋 다 160km/h며, 제로백 가속 성능은 각각 8.8초, 8.7초, 7초 수준입니다.
RS iV는 iV 80x에서 몇 가지 스포츠 패키지를 더한 퍼포먼스 모델입니다. 시스템 총 출력은 220kW(299.2마력), 토크는 460Nm(46.94kg.m)를 냅니다. 제로백 가속은 6.5초에 끝내며 180km/h까지 속도를 냅니다. 파워트레인 구성이 같은 ID.5 GTX랑 출력과 토크는 거의 같지만 제로백 가속은 0.3초 느립니다.
배터리는 82kWh 기준으로 DC 급속 충전 시 125kW까지 입력되며 10%에서 80%까지 29분이 걸립니다. 11kW까지 입력되는 AC 월 박스로는 6~8시간, 일반 230V 가정용 콘센트로는 시간당 2.3kW씩 전력을 채웁니다. 기존 400V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에 대응한 전기차라서 아이오닉5나 EV6, GV60처럼 더 빠른 속도로 배터리를 채우진 못합니다. ID.5도 DC 급속 충전 시 최대로 끌어오는 전력은 135kW입니다. 언제쯤이면 800V 혹은 900V 이상의 고전압 시스템이 일반화될까요?
스코다는 수년 전 국내 진출 전망이 밝던 수입 브랜드였습니다. 폭스바겐의 하위 호환 브랜드라는 인식이 짙지만 스코다가 추구하는 가성비는 국내에서 훌륭한 장점으로 어필할 만합니다. 현대차보다 차를 만들어 온 역사도 길죠. 디젤게이트 사건만 없었더라면 지금의 폭스바겐 코리아보다 더한 인기를 누리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보조금 100% 지원이 촉망되는 스코다의 보급형 전기차를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점이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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