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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포항역-한동대, 매일 다른 버스·택시 환승 전략 본문
매주 평일 아침 8시쯤 포항역에서 바로 앞 버스 정거장까지 뜀박질을 펼칩니다. 한동대행 버스 환승 지점까지 이어주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작정 달렸습니다. 대구 버스를 공유하는 경산에서는 그냥 다음 버스를 타면 되지만 포항에서는 안 그렇습니다. 놓치면 적어도 15분, 길면 30분을 길에서 흘립니다. 포항역에서 한동대까지 운이 좋으면 약 1시간, 버스를 놓쳤다면 1시간 20분에서 30분이 걸립니다. 주변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그렇게는 못 다니겠다" 말하지만 벌써 석 달이 다 되어갑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 피로가 몰려 파김치가 되는 것 말고는 괜찮더군요.
이용 중인 포항행 KTX-산천 231의 열차시간표는 이렇습니다. 7시 32분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8시 7분 포항역에 도착하는데요. 열차가 제 시각에 도착해도 가끔 타야 할 버스를 놓치기도 합니다. 8시 10분 안팎에 오는 121번 버스를 타야만 장량동에서 한동대행 302번 버스로 바로 환승이 되는데 놓치면 이동 시간이 최소 20분 더 길어집니다. 수업 시작이 오전 10시인 과목은 괜찮지만 늦어도 9시 30분까지 출근 인증해야 하는 과목은 아슬아슬합니다. 대로변 횡단보도 신호는 빨간불이라 못 건너는데 환승할 버스를 애타게 바라보며 놓치는 상황은 정말 뼈아픕니다. 결국 지각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급하게 택시를 잡습니다(추가 지출 4~5천 원).
몇 번 겪어보니 상황 별로 환승 전략(빅데이터)을 더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는 노선 번호가 네 자리인 5000번 급행 버스(흥해 방면 보경사행)로 10분 전 놓쳤던 121번 버스보다 흥해공고에 3분 일찍 도착해 갈아타기도 하고요. 다른 날은 8시 30분쯤 9000번 급행 버스(시내 방면 양덕행)로 양덕동 부근 청소년수련관까지 가서 302번 버스로 환승해봤습니다. 플랜 A(121 -> 302번) 아니면 B(120 -> 302번)였던 경우의 수가 네다섯 가지로 늘었습니다. 깨지기 쉬운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는 심정이랄까요. 다행히 며칠간 9시 30분을 넘기지 않고 출근 인증을 마쳤습니다. 예고 없이 삼성 페이로 사라졌던 택시비 지출도 줄었습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은 선택지가 하나 더 늡니다. "택시"입니다. 요리조리 빙빙 둘러가는 버스는 빨라야 한 시간이었지만 포항역에서 한동대를 직결하는 영일만대로(고속화 산업도로)의 택시는 이동 시간을 10~15분으로 줄입니다. 주말을 타지에서 보내고 월요일 아침 학교 기숙사로 향하는 한동대생 몇몇과 택시 카풀을 하는 겁니다. 혼자서는 8,800~9,300원이 택시비로 빠져서 부담되는데요. 네 명이서 가면 2,200원, 세 명이서는 3천 원 안팎으로 이용 분담금이 줄어듭니다. 버스비(1,250원)에 1~2천 원 더 내면 학교까지 쾌적한 이동이 보장됩니다.
택시 카풀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안에서 이뤄집니다. 사람들이 떼로 몰려든 던전 입구에서 필요한 파티원을 현장 모집하는 식입니다. 누군가 이동할 날짜와 시각, 출발지와 목적지, 이동 수단(택시 혹은 개인 승용차), 연락처를 서너 줄로 남기면 몇몇 사람들이 문자를 보내옵니다. 당근 마켓처럼 만날 장소를 전하고 약속 시각이 임박하면 서로의 인상착의나 특징을 문자로 간단히 알립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택시 카풀을 제안한 사람이 카드 결제 후 본인 계좌로 입금할 금액을 알려줍니다. 매주 금요일 일과 후 학교에서 포항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는 택시 카풀도 같은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기숙사 대신 양덕동 원룸에 터를 잡은 한동대생들도 택시 카풀을 자주 이용합니다. 유일한 학교행 버스인 302번의 배차 간격이 고무줄 같아서(10~30분) 기동성 좋은 택시가 훨씬 낫다고 보거든요. 네 명이 각자 낸 버스비를 모으면 학교 버정(버스정거장)까지 단 7~8분 만에 뚫어줍니다. 이들에게는 익숙한 듯 "그할마", "유야", "오흡", "느헴", "궁물촌" 같은 줄임말 사용이 일상입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그할마는 "CU 장성그랜드점(구 그랜드할인마트)", 유야는 CU 양덕원룸점 바로 옆 카페인 "커피유야"를 가리킵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합니다.
택시 카풀이 생소했던 저도 이 세계에 입문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월요일에는 포항역에서 학교로 가는 택시 카풀에, 금요일 저녁에는 학교 앞 택정(택시정거장)에서 포항역으로 향하는 택시 카풀에 낍니다. 물론 학교에 반나절 이상을 머무는 프로젝트 기간 중에는 밤 9시 차편으로 포향역에 가는 파티원을 모으기도 합니다. 최근 택시를 자주 이용했더니 카카오 T는 어느새 "브론즈 등급 달성 축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더군요. 더위가 한층 기승을 부리는 7, 8월이면 버스 환승보다 택시 카풀 횟수가 더 많아질 듯합니다. 편하니까요.
올해 초 포항에서 실증 사업을 마쳤던 포티투닷(42dot)의 DRT(수요 응답형 대중교통)는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별로 촘촘하지 못한 시내버스, 노선이 지나치게 길어져서 기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급행버스, 헷갈리는 정거장 위치(정거장 명에 "건너편" 미표기) 등 포항시 안에서도 교통 불편 호소가 늘고 있지만 눈에 띄는 개선이 안 보입니다. 한동대 택시 카풀과 역할이 비슷한 DRT야 말로 꼭 필요한 서비스일텐데 학기가 끝난 뒤로도 관련 소식을 듣기 어려울 듯합니다. 당분간은 포항에서 얌전하게 자주 이용하던 버스·택시나 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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