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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2022 청년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참가 후기

커피스푼 2022. 6. 2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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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23일) 학교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왜냐고요? '설마 되겠어?'라고 생각했던 청년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본선에 오르게 됐거든요. 경북 지역 특화 산업인 스마트팩토리, 모빌리티, 재난안전 AI·SW(소프트웨어) 아이디어를 우대한다고 해서 농업용 추종 로봇을 올렸더니 그게 통했습니다. 스마트팜 분야로 경험 많던 팀원이 참가해 보자는 제안을 시작으로 서류 제출 마감 10분 전까지 내용 정리에 공을 들였죠.

2022 청년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2022 청년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던 장면입니다.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던 장면입니다.

일주일 뒤 전달된 예선 통과(본선 6위) 소식은 설렘과 걱정을 안겨줬습니다. 수업 후 프로젝트 회의에 쓸 시간도 얼마 안 되는데 아이디어 경진 대회 본선 준비까지 과연 매끄럽게 잘 풀릴지 의문이었죠. 주어진 준비 기간은 대략 5일이었지만 방과 후 시간은 하루에 길어야 2~3시간뿐이었습니다. 포항-경산을 매일 오가던 저는 줌(Zoom)으로 화상 회의하며 PPT 내용을 다듬고 진행 방향, 내용 수정 안을 수시로 전달하며 완성도 높이기에 매진했습니다.

본선 하루 전날인 목요일, 팀원 세 명이 한 자리에 모인 시각은 오후 6시였습니다. PPT는 완성이 덜됐고 계획했던 발표자 스크립트 및 시나리오 영상은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할지 긴급 회의 후 가장 급한 PPT부터 마무리짓기로 했습니다. 슬라이드 스무 장에 내용을 채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템플릿에 맞게 시각화를 하고 그에 따라 스크립트를 수정하는 등 보완 작업에 끊임이 없었습니다.

강의실에 대범하게(?) 야식을 차려 먹었습니다.
강의실에 대범하게(?) 야식을 차려 먹었습니다.

밤 11시쯤 강의실에 야식이 도착했습니다. 순살 파닭 치킨 세 마리였습니다. 머스터드 소스에 마늘 간장, 양념을 버무리고 한 움큼의 파채가 올라간 메뉴였죠. 뜨거워진 머리와 에너지 바로 달랜 허기를 쓸어내릴 겸 바로 젓가락을 집어 듭니다. 잡담하며 시간을 보내니 시계는 어느덧 자정을 넘깁니다. 치킨무까지 남김없이 비운 뒤 PPT랑 발표 내용을 점검합니다. 고칠 내용과 슬라이드 순서를 뒤바꾸고 발표할 단어를 수 차례 바꾸니 새벽 3시가 넘어가는군요.

촬영할 영상 시나리오랑 편집점을 정리했건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촬영할 영상 시나리오랑 편집점을 정리했건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화이트보드에 써 놨던 시나리오 영상 계획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로봇을 가동하기 전 코딩 점검, 노트북으로 명령을 주고 스스로 움직이며 맵을 그리는 모습을 담으려 했는데 그러기에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일부 중요 기능만 5~6초 간 반응하는 움짤(GIF)로 보여주기로 합니다. 밤새 내린 빗소리가 새벽을 적시더니 어느덧 새벽이 밝습니다.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가 찬물 세수로 정신을 차리니 벌써 다섯 시 반을 가리킵니다. 밤을 잊은 채 PPT와 발표 스크립트를 완성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여섯 시 반이 조금 지나 팀원 둘과 강의실 문을 나섭니다.

학교 버정(버스 정류장)으로 곧장 걸어가 카카오 택시를 부릅니다. 방학이라 휑한 학교 입구, 낮게 깔리며 지나가는 새털 구름을 쳐다보니 문득 '나는 왜 여기 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포항역으로 향하는 택시에 오릅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어 포항발 서울/행신행 첫 KTX에 몸을 싣습니다. 1호차 좌석 어딘가에 앉아 고개를 몇 번 떨궜더니 금세 김천구미역에 도착합니다.

ICT 이노베이션 스퀘어 내 마련된 청년 창업 경진대회장 현장입니다.
ICT 이노베이션 스퀘어 내 마련된 청년 창업 경진대회장 현장입니다.

8시 반을 가리키던 LED 전광판을 지나 택시 문을 엽니다. "ICT 이노베이션 스퀘어로 가 주세요"라고 하니 기사님은 어딘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카카오 맵의 경로 안내 볼륨을 높이며 움직입니다. 10분 남짓 이동해 들어간 발표장 안은 누군가 가지런히 정리한 의자랑 대형 스크린이 반깁니다. 단상과 무대 설비를 둘러보니 진짜 본선에 오르긴 했구나 실감이 납니다. 안쪽에 커피 머신이 보였지만 한 잔 더 마셨다간 속이 메슥거릴 것만 같았습니다.

점심 때 나온 도시락은 남김 없이 싹싹 비웠습니다.
점심 때 나온 도시락은 남김 없이 싹싹 비웠습니다.

탁자에 앉아 잠시 기운을 차렸다가 발표할 내용을 점검하러 나왔습니다. 발표자 역할을 맡은 팀원을 따라 스톱워치를 켭니다. 10분 발표 후 질의 응답은 5분만 주어지는 대회 룰에 맞게 몇 번을 준비했는지 모릅니다. 발표 중 막히는 부분을 계속 살피고 보완했더니 점심시간이 다가옵니다. 고기반찬 가득한 도시락을 먹고 의자에 몸을 기댔더니 졸음이 마구 쏟아집니다. 본선 시작 10분 전이 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킵니다. 마주 앉았던 기술 담당 팀원은 몇 번이고 불러도 일어나질 못하더군요. 양 어깨를 살짝 두드려 깨웠습니다.

개회 선언으로 슬슬 긴장이 되니까 육신을 짓누르던 잠 기운이 잠깐 물러납니다. 심사위원 소개 후 5분 뒤 본선에 오른 여섯 팀의 발표가 시작됐습니다. 첫 팀은 지역 간 교육 편차를 해소할 시스템을, 두 번째 팀은 원하는 옷 디자인과 크기를 찾아주는 패션 쇼핑 앱을, 세 번째 팀은 계약의 불공정성을 가린다는 전자 결재 앱을 제안했습니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알겠는데 실현할 기술, 사업화 모델에 관한 설명이 부족해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네 번째 팀은 홈가드닝 스마트팜을 제안했습니다. 대기업 제품(ex. LG 틔운)의 경우 잎채류만 키울 수 있지만 자신들이 구상한 기기에서는 딸기나 토마토 같은 과채류를 기를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스마트팜을 경험했던 팀원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이미 교내 프로젝트로 불가능하다고 결론 났던 내용이라더군요. 차별점이라곤 잘 느낄 수 없던 아이디어였습니다.

다섯 번째 팀의 발표는 가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전기차 충전 분쟁 해결에 도움될 보조 배터리 팩을 제안했습니다. 20인치형 여행용 캐리어 크기로 작게 만들어서 필요한 경우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전기차 배터리를 채운다는 개념이었습니다. 이미 시제품으로 만들어 해외 공인 기관에서 인증을 받고 성능 검증까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는군요. 발표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저 역시 접근법이 괜찮다고 봤던 아이디어였습니다.

농업용 추종로봇으로 PPT를 하던 장면입니다. (첫 번째)
농업용 추종로봇으로 PPT를 하던 장면입니다. (첫 번째)
농업용 추종로봇으로 PPT를 하던 장면입니다. (두 번째)
농업용 추종로봇으로 PPT를 하던 장면입니다. (두 번째)

우리 팀은 마지막 순서로 발표에 나섰습니다. 사람을 따라가는 농업용 추종로봇입니다. Depth 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이 서 있는 위치를 가늠하고 수확물 이송을 돕는 자율 로봇입니다. 자이로 센서를 부착해 울퉁불퉁한 노지에서도 균형을 잘 잡고 이동하며 향후 기능 확장이 잘 되도록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시설 원예 농업에 한정된 비싼 로봇과 달리 활용 범위가 넓고 목표 가격이 저렴해 대중화를 쉽게 이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증 계획까지 촘촘하게 메꿔서 발표를 마쳤더니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제법 호의적이었습니다.

밤을 갈아낸 노력 끝에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밤을 갈아낸 노력 끝에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심사 도중 진행된 창업 특강을 거쳐 시상팀이 결정됐습니다. 최우수상(상금 1백만 원)에는 전기차용 보조 배터리 팩, 우수상(상금 5십만 원)으로 계약 불공정성을 미리 알려주는 전자 결제 시스템, 수확물 이송을 돕는 자율 로봇이 선정됐습니다. 본선 6위에서 최종 3위로 올라서 입상하게 되니 기분이 좋더군요. 늦은 밤 외로이 택시에 몸을 싣고 집을 향했던 지난날들의 고생과 본선 전날 밤을 갈아낸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3위까지 입상한 팀은 사업화 자금 지원 등 여러 혜택이 주어집니다.
3위까지 입상한 팀은 사업화 자금 지원 등 여러 혜택이 주어집니다.

3위까지 입상한 팀들은 다음과 같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사업화자금(~5천만 원)과 창업 공간 무상 지원(경북 김천 ICT 이노베이션 스퀘어), 올 하반기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전국 공모전에 출전할 기회도 줍니다. 창업 교육 및 멘토링도 꾸준히 제공됩니다. 현재 학교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만으로도 벅찬데 뭔가 더 바빠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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