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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은 가을, 가성비 커피는 못 참지 본문

낙서장

무르익은 가을, 가성비 커피는 못 참지

커피스푼 2022. 11. 3.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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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커피는 한 줄기 생명수입니다.
직장인에게 커피는 한 줄기 생명수입니다.

직장인에게 가을은 등 따시고 배부르면 두 눈이 스르르 감기는 계절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카페인을 수혈받는 그 순간을 빼면 졸음이 알게 모르게 찾아옵니다. 일교차 큰 요즘 날씨엔 달콤씁쓸한 커피 한 잔이 더 고플 뿐입니다.

새 직장에 근무란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저녁이면 쥐 죽은 듯 사방이 조용해지는데 뜨문뜨문 자리 잡은 커피 전문점들은 길가의 보통 음식점들보다 활력이 넘칩니다. 싼 맛에 즐기던 편의점 커피 말고 다른 커피나 맛볼까 해서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아파트랑 몇 안 되는 원룸 주택이 공존하는 이 동네의 길가 분위기는 좀 달랐습니다.

메가커피, 더 벤티는 가성비 커피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메가커피, 더 벤티는 가성비 커피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얼마 전 문을 연 메가커피에 더 벤티 같은 가성비 커피 전문점이 주변을 밝게 비추며 커피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미용실과 김밥 전문점이 공존하는 작은 상가 골목에서 더욱 눈에 띄더군요. 이곳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쯤 되어 보였습니다.

그저께엔 더 벤티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메뉴 중 하프 벤티(half-venti)로 나오는  아인슈페너가 맛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보통 다른 음료들은 스타벅스 벤티만큼 넉넉하게 담아주지만 더 벤티의 아인슈페너는 예외입니다. 양보다 질에 집중한 느낌일까요?

더 벤티의 아인슈페너는 하프 벤티 사이즈로 나옵니다.
더 벤티의 아인슈페너는 하프 벤티 사이즈로 나옵니다.

14온스 테이크아웃 컵에 포장된 아인슈페너 가격은 3,500원이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톨(Tall) 사이즈로 주문하던 블랙 아인슈페너랑 비슷한 양입니다. 토핑을 눈대중으로 살피니 휘핑크림이랑 시럽은 충분히 두르고 시나몬 파우더는 덜 쓰는 식으로 올렸더군요.

숙소로 곧장 가져와 한 모금 마셔봤습니다. 입구를 에워싼 휘핑을 빨면서 잔을 기울였더니 부드럽게 적시는 달달함에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시나몬 향은 코 앞에서 흔적을 남긴 채 흰 거품 속에서 점차 자취를 감춥니다. 어제 마셨던 메가커피의 티라미수 라떼보다 맛의 강약이 분명해서 음료 만족도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더 벤티 아인슈페너, 꼭 드셔보세요.
더 벤티 아인슈페너, 꼭 드셔보세요.

휘핑 밑에 가라앉은 커피는 빨대를 꽂아 마셨습니다. 한두 모금했더니 가라앉은 시럽과 고소한 커피가 어우러져서 죠리퐁 커피우유를 마시는 듯한 느낌입니다. 코 안쪽의 비강을 스치는 꼬순내가 마음에 듭니다. 이내 빨대로 휘휘 저어서 휘핑 층과 커피 층을 뭉개서 호로록 마시니 잘 넘어가는군요.

 

옆 동네에 문을 연 컴포즈커피에 다녀왔습니다.
옆 동네에 문을 연 컴포즈커피에 다녀왔습니다.

엊저녁엔 다른 매장을 찾아갔습니다. 메가 커피 다음으로 슬세권(슬리퍼 차림으로 누비는 동네 상권) 커피 브랜드로 입소문이 자자한 '컴포즈커피'였습니다. 제가 머무는 동네엔 이 브랜드가 아직 없어서 번화한 옆 동네로 버스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10분쯤 걸려 버스에서 내리니 커피랑 베이커리 전문점, 화장품 로드숍인 올리브영이 바로 보입니다. 밤 8, 9시쯤이면 고요해지는 어느 동네랑 분위기가 다릅니다.

 

KFC 바로 옆에 문을 연 컴포즈커피의 시즌 한정 메뉴는 초당 옥수수를 곁들인 스위트콘 라떼였습니다(가격은 3,500원). 감칠맛과 달콤함, 부드러움이 잘 조화된 음료일 거라 생각해 주문했더니 아쉽게도 품절이었습니다. 재고가 남던 스위트콘 밀크셰이크(3,900원)는 맛 균형이 달달함에 쏠려 있을 듯해서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메뉴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결정한 음료는 헤이즐넛 라떼입니다. 20온스 테이크아웃 컵에 포장된 음료 가격은 3,000원이었습니다.

 

큼직한 크루아상을 데리고 왔습니다. 내일 제 뱃속에 머물겠군요.
큼직한 크루아상을 데리고 왔습니다. 내일 제 뱃속에 머물겠군요.

커피만 사서 돌아가려 했더니 눈앞에 빵집이 아른거립니다. 작은 칠판에 정리된 문구와 메뉴를 살피다 빵 진열대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잘 팔리는 빵들은 부스러기만 남아서 휑하고 유난히 달달해 보이는 빵들은 칸막이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서 누군가의 빵 트레이에 오르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둥글게 말린 몽블랑, 갸름하면서 봉긋한 소금빵 코너를 지나서 존재감이 돋보였던 크루아상을 골라 담았습니다. 베이커리 업계가 인정하는 대회에서 상 받은 빵이라고 했으니까 맛을 안 볼 수 없었습니다. 정가는 4,500원인데 저녁 할인을 받아 3,800원에 업어왔습니다.

 

적립을 마치고 버스정거장으로 갔더니 공교롭게도 전 정류소를 출발했다는 알림이 뜹니다. 실은 컴포즈커피를 찾아가기 전에 맞은편 정거장에서 어떤 버스가 오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빵집 문 바로 앞이 버스정거장이라서 빵 하나라도 신중히 고를 여유까지 생깁니다. 미리 준비한 에코백에 잘 담아서 환승 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터벅터벅 걸어왔더니 시계는 8시 반을 훌쩍 넘겼습니다. 굳이 버스를 타서 사 가져온 커피를 음미할 생각에 피로 대신 마음이 설렙니다.

 

숙소에 가자마자 헤이즐넛 라떼를 맛봅니다.
숙소에 가자마자 헤이즐넛 라떼를 맛봅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에코백을 조심히 열어 커피를 꺼냈습니다. 다행히 흰 우유층과 밀크 캐러멜 빛깔의 커피 층이 막 섞이지 않았군요. 빨대를 꽂아 맨 아래층의 달달한 기운부터 느껴봅니다. 침전된 시럽과 우유를 한 모금했다가 컵 뚜껑을 살포시 열어 위층의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켭니다. 사흘 전 마셨던 메가커피의 티라미수 라떼보다 한결 깔끔해서 막 마시기 좋네요. 더 벤티의 아인슈페너보다는 커피 향이 순하면서 덜 달고 대체로 가벼웠습니다.

 

셋 중에 훌륭했던 메뉴는 더 벤티의 아인슈페너였습니다.
셋 중에 훌륭했던 메뉴는 더 벤티의 아인슈페너였습니다.

셋 중에 무얼 다시 마실 꺼냐면 더 벤티의 아인슈페너입니다.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보다 양은 좀 적더라도 커피 향이 조금 더 진해서 마음에 듭니다. 바디감이나 맛 균형도 조금 더 잘 잡힌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머무는 동네에서 접근성이 좋은 점도 한몫합니다. 물론 품절로 기회를 놓쳤던 컴포즈커피의 스위트콘 카페라떼를 맛본다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군요. 더 벤티 옆에 신장개업한 메가커피는 뭘 마시는 게 좋을지 다른 메뉴를 찍먹 하며 살펴야겠습니다. 냉장 보관용 커피로 유명한 메가리카노(에스프레소 3샷)도 언젠가 제 선택을 받을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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