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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폴바셋 경산임당역 DT점, 라떼 빌런의 추억 소환 본문
며칠 전 대구 2호선 임당역에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 카페를 다녀왔습니다. 폴바셋 경산임담역 DT점입니다. 폴바셋이 라떼 맛집으로 소문난 커피 전문 브랜드라서 궁금했는데 근처에 생겨서 반가웠습니다. 듣기로는 작년(2022년) 10월 말에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매달 이곳 근처에서 머리 손질을 받다가 건강상 이유로 몇 달을 가지 않았더니 그 사이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난다고 했던가요? 커피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게 폴바셋은 특별한 의미로 기억됩니다. 폴바셋을 처음 알게 된 건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꾸려진 대구신세계백화점을 통해서였죠. 8층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커피를 마시고 에스컬레이터로 지하 1층 푸드코트까지 호기롭게 내려가던 길이었습니다.
빵 코너 둘러볼 겸 길목 사이를 누비는데 한쪽에서 고소하고 진한 커피 냄새가 풍깁니다. 필기체로 대충 휘갈겨 쓴 듯한 폴바셋 스펠링 위에 빨간 왕관을 씌운 이곳이 뭐가 그리도 고상해 보였을까요. 병풍처럼 둘러친 검은 칸막이 속 테이블 위엔 라떼가 천지삐까리('사방에 흔하게 널려 있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였습니다. 짧고도 강렬했던 그 첫인상이 아직도 새록새록 남습니다. 몇 년이 흘렀어도 "폴바셋=라떼"라는 공식이 머리에서 안 지워집니다.
임당역 2번과 3번 출구 사이에 꽂힌 폴바셋은 언뜻 보면 스타벅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드라이브스루와 주차장을 안내하던 입간판, 드라이브스루 유도 과정, 건물 외장 구성이 비슷했습니다. 브랜드 주인은 각자 다르지만요. 지금의 스타벅스코리아는 유통에 빠삭한 신세계그룹 소속이고 폴바셋은 매일홀딩스(지주는 매일유업)의 자회사 엠즈씨드가 운영을 맡습니다. 고소하고 진한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를 취급하는 매일유업이 카페를 이끌고 있으니 라떼가 맛없을 리 있을까요?
점심 식사가 한창인 평일 낮 12시 반. 기대감에 부풀어 폴바셋 출입문에 들어갑니다. 매장 안은 음료를 기다리며 주변을 서성이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가운데에는 음료 주문을 전담하는 키오스크 두 대에 약간의 굿즈(Goods), 안쪽에 베이커리 코너와 카운터를 둔 구조였습니다. 천장과 바닥은 베이지(beige), 벽면과 기둥은 백아이보리색으로 밝게 꾸미고 테이블과 의자는 원목 느낌의 가구, 고풍스러운 둥근 조명이 매달려서 전반적으로 따스한 느낌을 전합니다. 다른 커피 전문점 대비 바리스타랑 거리두기 한 간격이 꽤 멀어 보였습니다.
폴바셋 앱으로 주문한 플랫 화이트는 7분 뒤에 나왔습니다. 에스프레소 샷에 적정 온도로 데운 마이크로 우유 폼(미세한 우유 거품)을 살짝 끼얹은 오세아니아식 커피입니다. 보편적인 카페라떼보다는 우유가 덜 들어가서 커피 고유의 맛을 느끼기 좋습니다. 거칠고 강한 에스프레소보다 부담감이 덜하달까요.
우유를 락토프리(유당을 걸러내 소화가 잘 되는 우유)로 바꿔서 주문했더니 속이 편안했습니다. 제조 과정상 일반 우유 대비 맛이 좀 밍밍해지는 결점이 생기지만 플랫 화이트를 음미하는 데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유 거품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시작하다가 에스프레소 위의 풍성한 크레마와 겹치며 구수해집니다. 들숨으로 커피잔 주위의 공기를 섞으며 슬러핑해서 마시면 맛과 후미가 더 깊어집니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 음료는 왜 폴바셋에서 즐겨야 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첫 관문인 플랫 화이트를 즐겼더니 에스프레소 대비 우유 비율이 높은 카페라떼, 배고픔 해소에 도움이 될 아이스크림 라떼, 아이스크림을 녹이며 떠먹는 아포가토는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되더군요. 점점 줄어가는 음료를 바라보고 있으니 재방문을 향한 의지가 강해집니다. 비록 집 근처에서 버스로 20분 조금 넘게 걸리는 곳이지만요.
지역 곳곳에 뿌리내린 스타벅스 말고 또 다른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폴바셋에 찾아가 보길 바랍니다. 사이렌오더의 높은 커스텀 자유도로 나만의 커피를 마셔야겠다면 스타벅스겠지만요. 라떼가 끌리는 날, 커피 속 작은 카리스마(Charisma)를 느껴보고 싶은 분에게는 폴바셋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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