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설탕 한 숟갈
혼다 첫 전기 SUV, 프롤로그가 중요한 이유? 본문
지난 9월 29일 혼다가 전기차 프롤로그(Prologue)를 선보였습니다. 아이오닉 5보다 몸집이 큰 혼다의 첫 전기 SUV입니다. GM의 세 번째 전기차 플랫폼 BEV3을 공유한 모델이며, 혼다의 프리미엄 모델 어큐라(Acura) ZDX와 형제지간이기도 합니다. 얼티엄셀즈(GM·LG 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에서 만든 85 kWh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착되며 1회 충전으로 483km(EPA 기준 예상치)를 달립니다. 2024년 상반기 출시될 프롤로그의 가격은 4만 달러(한화 약 5,401만 원)부터 시작됩니다.
크기는 E-GMP 플랫폼을 바탕에 둔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보다 조금씩 큽니다. 전장은 4,877mm, 전폭 1,989mm, 전고 1,643mm, 휠베이스는 3,094mm입니다. 실내가 비슷한 어큐라 ZDX보다 145mm 짧은데 7mm 높고 33mm 더 넓습니다. 지붕은 도심형 크로스오버 형태로 다듬고 바닥은 SUV처럼 높이 띄웠습니다. 앞바퀴와 뒷바퀴를 양쪽 밖으로 밀어서 실내 거주성을 더 확보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디자인은 CR-V와 파일럿처럼 적당한 터프함(강인하고 굳센)을 갖춘 모델로 느껴졌습니다. 범퍼 밑에서 튼튼한 턱을 내놓은 공기 흡입구는 휠 에어커튼으로 바람길이 자연스레 연결되게 만들었습니다. 둥근 휠 하우스를 꽉 채운 21인치 바퀴(타이어 규격은 275/45 R21)는 프롤로그의 볼륨감을 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강렬한 선이 아닌, 면 위주로 정직하고 깔끔하게 도려낸 모델이라서 바퀴로 하체를 적당히 부풀려 비례를 맞춘 의도로 보입니다.
보도자료에 밝힌 프롤로그의 디자인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스케치에 3D 모델링, 조각, 목업(mock-up)을 거쳐서 디자인 완성도를 점점 끌어올리는데 프롤로그는 유니티 3D와 같은 가상현실(VR) 환경을 적극 이용하며 차를 다듬었습니다. 밖에서는 더 날렵하면서 단단해 보이도록, 안에서는 바람이 지나는 소리가 덜 들리도록 휠과 리어 스포일러를 섬세히 맞췄습니다.
실내는 혼다 시빅에서 파일럿으로 쭉 이어지는 분위기를 옮겨 담았습니다. 수평형 대시보드에 3-스포크 휠을 놓고 안쪽에 11인치 디지털 계기판(클러스터), 가운데 앞으로 11.3인치 터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세웠습니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는 둘 다 무선으로 작동하며 최고급형 트림 엘리트는 눈앞에 가로 7인치, 세로 3인치 크기의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띄웁니다. 내장된 주요 소프트웨어, 구글 인포테인먼트는 이동 중에 알아서 무선으로(OTA) 업데이트됩니다.
에어 벤트 밑으로는 조작성과 수납성 위주로 공간 설계를 마쳤습니다. 공조 장치는 다이얼과 물리 버튼, 센터 콘솔과 연결된 플로어는 복층형으로 만들어서 여러 곳에 짐과 물품을 얹도록 공간을 나눴습니다. 스마트폰은 컵홀더 뒤쪽에 비스듬히 꽂아 넣는 형태로 무선 충전되며 기어 모드는 운전대 오른쪽 칼럼 레버(전자식 변속 칼럼)로 움직이며 바꿉니다.
2열은 CR-V와 파일럿 사이에 끼던 SUV 패스포트보다 공간을 크게 넓혔습니다. 뒷좌석 리클라이닝으로 더 편하게 누울 수도 있고 천장의 파노라믹 루프를 열어서 개방감을 늘리기도 합니다. 2열 승객을 위한 USB-C 충전 포트는 최대 45 W 출력으로 모바일 기기의 빠른 충전을 돕습니다. 1열과 2열에 각 두 개씩 모두 네 개의 USB-C 포트가 구성됩니다.
2열 뒤 적재 공간은 714리터, 2열 등받이(비율은 6:4)를 접으면 1,634리터로 늘어납니다. EX, 투어링, 엘리트 세 트림 중에 기본 등급인 EX 트림은 러기지 보드 밑에 수납공간이 14리터 정도 더 남습니다. 전동식으로 테일게이트를 닫아주는 기능은 투어링, 엘리트 트림에 들어갑니다.
셋 중에 한국으로 가져올 가능성이 큰 트림은 AWD 엘리트로 보입니다. 천공 가죽 시트에 1열 열선과 통풍, 가죽 마감된 열선 운전대, 21인치 휠, 스포츠 주행 모드가 추가되고 내장재 색상도 블랙, 차콜, 라이트 그레이(밝은 회색), 브라운으로 넓어지며 바늘땀 장식이 더 화려해서 분위기가 잘 살아납니다. 중간 등급인 투어링은 운전석 메모리 기능, 스피커 12개를 갖춘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가 들어가지만 한국에서 필수인 일부 품목이 빠져서 상품화가 쉽지 않겠습니다.
바퀴 구동 방식은 쉐보레 이쿼녹스 EV처럼 앞바퀴 굴림(전륜구동)을 지향합니다. 상품 구성에 따라 2륜과 상시 사륜(AWD)으로 나뉘며 제원상 알려진 사륜구동 모델의 출력은 292 마력, 토크는 46 kgf.m로 알려져 있습니다(2륜 모델은 차후 공개). 급속 충전 시 155 kW까지 입력되고 1회 충전 시 약 483km를 움직입니다. 배터리 잔량 20%에서 80% 충전까지는 35분이 걸립니다.
혼다 프롤로그는 올 연말 북미 시장에서 사전계약을 받습니다. 시작 가격은 4만 달러부터인데 웬만한 상품성을 다 갖추고 한국에 들인다면 적어도 6천만 원 이상(AWD 엘리트 기준)을 받지 않을까 합니다. 기능성이 풍부한 아이오닉 5, EV6에 비해 구매력이 다소 아쉬운 모델로 보이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잘하는' 혼다답게 주행 질감과 안전성에 집중하며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GM과 공동 개발을 거쳐 탄생한 프롤로그는 2024년 여름에 첫 고객 인도가 진행됩니다. 2024년 말 완공을 목표로 들어설 혼다·LG 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소재지는 미국 오하이오 주 파이에트 카운티 제퍼슨빌)은 혼다자동차의 전동화 전략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2026년 배터리 전기차 제조 시설 확장을 앞둔 혼다 메리스빌 공장까지 계획대로 잘 맞추려면 프롤로그의 성공적 데뷔가 혼다에게 꼭 필요할 겁니다. 제네시스가 미국에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첫 럭셔리 SUV GV80처럼 말이죠.
같이 보면 좋은 글 :
2023.09.26 - [이 차 저 차] - 2024 혼다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 시승 후기
2023.09.15 - [이 차 저 차] - 2024 혼다 파일럿 엘리트 시승 후기
2023.10.01 - [이 차 저 차] - 추석엔 캐스퍼, 밀양의 정겨운 시골 풍경을 찾아서
2023.09.21 - [이 차 저 차] - 2024 레이 EV 출시, 보조금 더한 가격은?
2023.09.20 - [이 차 저 차] - 2024 토레스 EVX 출시, 가격은 더 내렸다
2023.09.18 - [이 차 저 차] - 2023 폴스타 2 듀얼 모터 대구 시승 후기
2023.09.16 - [이 차 저 차] - 매콤한 왜건, 2024 미니 클럽맨 JCW ALL4 시승 후기
2021.10.14 - [이 차 저 차] - 혼다 전기차 브랜드 e:N, 그들의 전략은?
'이 차 저 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동 킥보드? 따릉이? 혼다 모토콤팩토 (14) | 2023.10.09 |
---|---|
2024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 시승 후기 (18) | 2023.10.07 |
쏘카·그린카 반납 전 세차, 하면 더 좋은 이유? (16) | 2023.10.02 |
추석엔 캐스퍼, 밀양의 정겨운 시골 풍경을 찾아서 (2) | 2023.10.01 |
2024 혼다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 시승 후기 (1) | 2023.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