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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앞둔 경산 반곡지, 분위기는 아직도 늦가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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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앞둔 경산 반곡지, 분위기는 아직도 늦가을

커피스푼 2024. 11. 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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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졌지요? 이른 아침 내리던 비가 그쳐서 반곡지에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차로 20분 밖에 안 걸리는 경산의 대표적 휴식처입니다. 주차장 앞에 운영 중인 카페는 세 곳으로 한곳이 더 늘었습니다. 팔각정을 헐고 난 자리에 반곡지 다목적 센터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2주 전 문을 열었지요.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휴식처라는 얘기겠지요?

 

 

어제 다녀온 반곡지의 전경입니다.
어제 다녀온 반곡지의 전경입니다.

 

저수지 주위 풍경은 며칠 새 많이 바뀌었습니다. 10월까지 이파리가 풍성했던 왕버드나무 군락지도 나뭇잎을 반 이상 떨구며 겨울나기를 하고 있었지요. 늦여름에도 꾸준했던 산책로 정비는 모두 끝나서 걷기 편해졌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옆으로 낡고 허름했던 공중 화장실도 제대로 된 시설로 단장을 마쳤지요.

 

 

2주 전에 문을 연 카페입니다.
2주 전에 문을 연 카페입니다.

 

판매 중인 음료 메뉴는 대략 이 정도입니다.
판매 중인 음료 메뉴는 대략 이 정도입니다.

 

산책 전에 가장 궁금했던 반곡지 이야기라는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를 비롯한 커피 음료가 5종, 미숫가루, 말차크림라떼 같은 혼합 음료가 6종, 에이드랑 스무디, 전통차를 통틀어 8종이 판매 중이었지요.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3,900원, 카페라떼가 5천 원 정도로 보통 뷰 좋은 곳에 들어선 카페랑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합니다.

 

 

따뜻한 1층을 건너뛰고 2층에 올라왔습니다.
따뜻한 1층을 건너뛰고 2층에 올라왔습니다.

 

평일 오후 2시쯤이라 발길이 뜸할 줄 알았는데 카페 1층과 외곽에서 담소를 나누는 방문객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음료 맛이 어떤가 궁금해서 가장 기본적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습니다. 반곡지 전경이 잘 보이는 2층 난간에서 마실 거라 텀블러를 미리 챙겨왔지요.

 

 

아메리카노 맛과 향은 솔직히 평범했지만요.
아메리카노 맛과 향은 솔직히 평범했지만요.

 

맛과 향은 평에 적힌 그대로 평범합니다. 음료 픽업 시 취향에 따라 물을 더 탈 수 있다는 정도였고요. 보통 내려주는 강배전 커피보다 쓴맛이 적고 산미가 조금 강합니다. 시중의 메가커피, 빽다방에서 흔히 마시는 초저가 커피보다는 낫습니다. 대부분 뷰 좋은 카페는 기분 좋게 시간을 흘리기 위해서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니 큰 의미를 안 둡니다.

 

 

물멍하며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물멍하며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따스하고 안락한 1층을 두고서 굳이 계단에 올라 2층으로 향한 이유는 뻔합니다. 처마와 기둥에 가렸던 예전의 팔각정 뷰보다 탁 트인 반곡지를 보기 위함이었지요. 1층에서는 그저 평범했던 아메리카노가 2층에서는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채우며 찬 바람에 움츠러든 몸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듭니다. 얼큰하고 짭짤한 분말수프가 잘 스며든 컵라면을 안에서 먹었을 때랑 밖에서 먹었을 때의 차이로 봐주시면 됩니다.

 

저수지 건너 가장 큰 나무를 바라보며 마시는 아메리카노 맛은 일품입니다. 파라솔을 켜지 않아 사선으로 내리는 햇볕을 쬐고 있어도, 사방에서 불어대는 바람을 맞더라도 그저 기분이 좋습니다. 물멍하며 온갖 잡생각을 비운다는 느낌으로 머리를 비우니까 개운합니다. 굳이 힘들게 산을 타지 않아도 되고요. 먼 곳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확실히 밑에서 보는 것보다 뷰가 좋습니다.
확실히 밑에서 보는 것보다 뷰가 좋습니다.

 

저수지 왼쪽에는 나란히 선 왕버드나무 군락지가 보입니다. 비가 내린 직후라 물이 흥건한 의자에 앉지는 못했지만 사진을 담는 보람은 좀처럼 감출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특별할 게 없는, 누구나 마주할 소박한 일상이지만 오늘을 쉬는 제게는 활력이 되고 위로가 됩니다. 일상이 아무리 바빠도 피로를 달랠 작은 보상쯤은 있어야 또 한 주를 견딜 힘이 나니까요.

 

 

왕버드나무 군락지를 향해 걷습니다.
왕버드나무 군락지를 향해 걷습니다.

 

이파리는 많이 떨어졌어도 분위기는 여전하지요.
이파리는 많이 떨어졌어도 분위기는 여전하지요.

 

그렇게 15분을 머물다 카페 앞 산책로로 내려왔습니다. 늘 알던 곳이고 고즈넉하고 한적하니까 다른 생각을 할 이유도 없고요.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람에 일렁이는 저수지의 잔물결을 힐끗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사진 담는 게 취미라 걷다 멈추는 시간이 더 긴 건 어쩔 수 없지만 나 혼자 바람 쐬러 왔으니까 아무렴 상관없지요.

 

 

비 내린 직후에 찾아가면 뷰가 한층 더 좋아집니다.
비 내린 직후에 찾아가면 뷰가 한층 더 좋아집니다.

 

바람이 불면 그 순간에 사진을 찍습니다.
바람이 불면 그 순간에 사진을 찍습니다.

 

반곡지가 감춘 또 다른 저수지입니다.
반곡지가 감춘 또 다른 저수지입니다.

 

그저 내 리듬에 맞춰 천천히 저벅저벅 눈앞의 산책로를 돌기만 하면 됩니다. 마음에 드는 순간이 있으면 낚시를 하듯이 사진으로 순간포착을 하고요. 아니다 싶으면 가던 길 그대로 이어갑니다. 도심에서는 어디서 어딘가를 가기 위해, 시간을 아끼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면 여기서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 덕분에 산책하기 참 좋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 덕분에 산책하기 참 좋습니다.

 

찍은 사진들 중에는 가장 가을 분위기가 나지 않았나 싶네요.
찍은 사진들 중에는 가장 가을 분위기가 나지 않았나 싶네요.

 

나 홀로 사색한 반곡지에서 머문 시간은 대략 3, 40분쯤 됩니다. 긴 시간 들일 필요 없이 집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이름이 잘 알려진 다른 곳보다 교통량도 적어서 돌아다니기 좋습니다. 한두 시간 남는다 싶으면 언제든 계획 없이 금방 다녀올 수 있어서 안심이 되는 휴식처이지요. 경산에 어디 가볼 만한 데 없나 하실 분들은 그냥 길 가다 한 번 둘러볼 만합니다. 짧고 굵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써 왔던 분들에게는 오히려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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