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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인제스피디움 콘도 1박 2일 운전 여행 후기 본문
지난 3월 말 인제스피디움 콘도로 1박 2일 주말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엔 가적 네 명이서 묵으려고 패밀리 더블로 잡았는데 각자 사정이 생겨 나 홀로 1박 여행을 하게 됐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강원 인제로 올라가는 데만 5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경험치를 풍부히 쌓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경산역에서 인제스피디움으로 출발한 시각은 토요일 오후 4시 반이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안드로이드 오토로 연결한 네이버 지도를 쓰기로 하고 이용 중인 스마트폰은 센터 플로어 안쪽 무선 충전 패드에 올렸습니다. 차에 수납된 카셰어링 주유 카드, 주유량, 예상 도착 시간을 얼추 살피고 곧바로 운전 여행에 나섰습니다.
고속도로 진입 전 파악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주행감, 승차감은 이미 익숙했습니다. 막내 여동생의 첫 차 더 뉴 투싼과 비교하면 운전 시선이 낮고 승차감이 부드러우며 주행감은 편안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변속기의 동작이 느슨해서 운전 재미는 떨어지는데 나긋한 승차감을 바라는 운전자들은 좋아할 세팅이기도 합니다.
오후 5시가 조금 안 돼 수성 IC로 들어갑니다. 제한속도 110km/h인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가속감을 살짝 느끼고 왕복 8차선 경부고속도로 품에서 편안히 달리다 대구 끝자락 금호 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에 오릅니다. 기후 변화가 뚜렷해서 위로 갈수록 잔잔하던 바람이 세지고 기온이 훅 떨어져서 도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주말이라 교통량이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쾌적했습니다. 양반의 고장 경북 안동을 지나 거슬러 오르면 그나마 보이던 자동차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춥니다. 오후 6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달리는 순간에는 드라이브의 낭만에 젖어듭니다.
죽령을 관통하는 긴 터널을 지났더니 누렇게 물들던 해가 사라지고 어스름한 저녁이 서서히 번집니다. 주행 두 시간째 뭉치던 엉덩이를 좌판에 비틀며 풀 때쯤 눈앞에 휴게소가 보였습니다. 조금씩 느끼던 허기가 배고픔으로 확 번집니다. 나부터 쉬어가자는 생각에 거침없이 단양팔경휴게소로 차를 밀어 넣었습니다.
쉼 없이 172km를 달렸 건만 앞으로 갈 길이 멉니다. 196km, 2시간 10분 남았다고 띄우던 내비게이션 알림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합니다. 주차 후 차에서 내려 뭘 먹을까 메뉴를 곱씹다가 식당 앞 메뉴판을 보고 생각을 접었습니다. 사골 우거짓국에 실속 라면이 전부라니. 바로 옆 간식 코너에 진열된 꼬지 음식도 허기에 찬 낯선 여행객을 홀리지 못했습니다.
하는 수없이 차로 돌아와 단팥빵과 편의점 커피에 손을 뻗습니다. 장거리 운전 여행을 대비해 집 근처 편의점에서 미리 사 온 간식거리였습니다. 미리 만들어 데우기만 한 즉석 간식보다는 늘 먹고 마시던 나만의 간식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차창을 반쯤 내려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더니 연보랏빛 하늘이 진해지며 어둠을 슬슬 불러옵니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반짝이는 가로등을 배경으로 차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몇 해가 지난 갤럭시 S21+에서 담아본 사진 품질은 아직도 봐줄 만합니다. 생각했던 이미지 위에 가로, 세로 선을 긋고 야간 모드로 바꿔서 조용히 셔터 버튼을 누릅니다. 잠시 숨을 멈추고 손을 진정시키면 몇 초의 인내로 그럴싸한 사진을 만들어줍니다.
갤럭시 S21+ 사진 콘테스트로 첫해를 보냈던 2021년 초에 비해 후 처리가 강해져서 사진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이날만큼은 보기가 괜찮았습니다. 노이즈를 지우고 선명도, 색농도를 더 높인 지금의 사진은 인스타스럽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후 7시가 되어 차를 깨웠습니다. 어둠을 가르며 빛나던 두 줄기 LED 헤드램프를 믿고 앞에 난 도로를 차분히 달리기로 합니다. 주위 차들이 없다 싶으면 오토 하이빔으로 더 먼 곳을 비추는데 상향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도 바닥과 정면이 잘 보였습니다.
주변을 살피며 운전에 집중했더니 어느새 마지막 고속도로 환승 지점이 나옵니다. 영동고속도로를 맞댄 춘천 분기점에서 양양 방면으로 램프를 돌아 30분을 내리 달리니 내린천 휴게소 겸 인제 IC가 나타납니다. 하이패스 차로를 지나며 찍힌 통행료는 1만 6,500원이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여기서 인제스피디움까지는 약 20분이 더 걸렸습니다. 31번 국도를 따라 어둠이 짙은 기린면 마을 어귀를 지나면 인제스피디움을 기리키는 표지가 나옵니다. 서킷으로 향하는 첫 출입구 말고 그다음 진입로에 설치된 인제스피디움 호텔, 콘도미니엄 유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들어갑니다.
밤 9시 20분, 오르막차로를 쭉 타고 들어간 인제스피디움 콘도 앞은 주차장이 꽉 차 있었습니다. 일방통행로를 따라 한 바퀴 쭉 돌았더니 비탈진 곳에 빈자리 딱 하나가 보였습니다. 간신히 후면 주차를 마치고 들 짐을 내린 시각은 9시 반. 차 문을 잠그고 인제스피디움 콘도 접수대로 향합니다.
예약자명을 말하니 컨시어지가 문자 메시지로 스마트 키 URL을 보내줍니다. 함께 묶인 쿠폰으로 카페비치(레스토랑) 및 서킷 체험권 10% 할인, 브로키즈하우스 2시간 무료, 클래식 카 박물관 할인, 스파 30% 할인권이 주어집니다. 배정된 객실은 최상층인 8층이었습니다. 운영 중인 엘리베이터는 세 대였고 객실 출입문은 객실키 페이지 맨 아래 '열림 요청' 버튼을 누르고 도어록이 풀렸을 때 열면 됩니다. 동반인 출입 시 실물 키 없이 URL만 공유해도 되니까 이용하기 편합니다.
객실과 패키지로 예약된 N 서킷 택시는 점심, 오후, 저녁 시간에 걸쳐 운영됩니다. 당일 오전 9시부터 선착순으로 접수를 하고 빠르면 오전 11시 반쯤 20분 간격으로 서킷을 서너 바퀴 도는 식이었습니다. 월요일 혹은 비가 내릴 시 운영되지 않으며 외부 행사나 대회로 서킷 통행량이 급증하면 이용이 제한됩니다. 숙박객의 경우 당일 아침 일찍 1층 안내 데스크로 전화하면 컨시어지가 서킷 택시 예약을 도와줍니다.
8층에 올라가 살핀 패밀리 더블은 네 명이 묵을 객실로 적당했습니다. 마루, 벽, 테이블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데 침구류 및 주방 집기류, 전자레인지, 인덕션 상태는 괜찮았습니다. 화장실 기본 물품으로 두루마리 휴지 두 개에 수건 네 장, 헤어드라이어, 샤워 부스 안쪽에 샴푸랑 바디 워시가 비치되는데 칫솔, 치약을 비롯한 일회성 어메니티 물품은 없습니다.
객실 구조는 안방 한 개가 딸린 보통의 24평형(79㎡) 콘도랑 비슷합니다. 42인치 벽걸이 TV, 서랍장, USB 포트가 포함된 2구형 콘센트는 4인용 식탁 바로 옆에, 1인용 테이블과 의자는 더블 베드와 베란다 사이에 놔뒀습니다. 콘센트가 침대 머리맡에 없는 형태라서 노트북이나 모바일 기기를 충전하며 작업하기는 불편했습니다.
침구류는 전반적으로 깨끗했습니다. 일자로 반듯하게 누웠을 때의 쿠션감, 두툼한 이불의 촉감, 아침 햇빛을 가리는 커튼의 두께는 마음에 드는데 베개가 목침만큼 높아서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실내 온도는 0에서 9까지 10단계로 나뉘며, 온돌방은 안쪽에서 온도 조절을 따로 합니다. 냉난방은 객실 개별로 이뤄져서 계절 별 온습도 관리는 대체로 쾌적하겠습니다.
옷이나 짐을 둘 곳은 군데군데 있었습니다. 침대 우측 옆으로 옷과 바지, 캐리어를 넣을 매립형 붙박이장이 있고 온돌방 장에 수납된 이불과 베개를 들어내면 짐 정리할 공간이 확 늡니다. 조용하고 세련된 분위기보다 넓은 공간이 우선인 2인 이상 4인 이하의 숙박객에게는 패밀리 더블의 객실 구성이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객실을 나와 주변 편의 시설을 둘러봤습니다. L층 밑 1층에는 한식당, 편의점(GS25), 코인 세탁실, 오락실이 있는데 편의점은 마감 시간이 지나 문이 닫혔고 한식당은 동계 시즌이라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을 먹겠다면 호텔 동 1층 카페버치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편의점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열리는데 향후 심야 시간대는 교내 편의점처럼 카드 혹은 QR 코드 인증 후 드나드는 무인 매장으로 돌려주면 좋겠습니다.
코인 세탁실 안에는 드럼 세탁기랑 건조기가 두 대씩 운영됩니다. 동네 앞 24시 무인 세탁실보다는 규모가 작고 동전 혹은 현금을 투입해야 작동됩니다. 이용법은 보통 집에서 쓰는 가전과 다르지 않은데 세탁 시 필요한 액체세제는 편의점에서 사야 합니다. 세탁 및 건조기 이용료는 각각 3천 원입니다.
코인 노래방을 갖춘 오락실은 평범했습니다. 예전에 유행하던 대전 격투 게임, 테트리스와 같은 고전 게임이 대부분이고 옛 추억을 떠올려도 손이 가는 게임이 없었습니다. 오락실 앞 나란히 설치된 인형 뽑기, 농구 머신 정도만 눈이 잠깐 머뭅니다. 지리적 특성과 콘셉트를 생각해서 레이싱 VR, 가상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었으면 시간을 보내는 만족도가 높을 텐데 단순 위락에 지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L층 뒷문으로 나가면 인제스피디움 서킷이 마주 보입니다. 직선 주로 일부와 S자로 꺾이는 구간이 보이는데 몇 년 전 신차 시승과 외부 행사를 겸해 달려본 곳이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제가 머문 콘도 8층은 시야가 탁 트여서 한낮에 차가 달려오는 앞뒤 과정을 엿보기 좋았습니다. 어둠이 짙은 밤에는 산책로 주변을 비추는 LED 조명 말고는 잘 안 보입니다.
객실로 돌아와 샤워 후 몇 시간 잠을 청했습니다. 장시간 운전으로 푹 잠들기 좋은 피로도였는데 한두 시간 단위로 눈이 떠졌습니다. 받침이 높은 베개 탓에 목도 뻐근하고 피로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묵거든 집에서 자주 쓰던 베개를 가져가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다소 팽팽한 침대에서 몇 번 뒤척이며 일어난 시각은 5시 반쯤이었습니다. 아침 공기가 맑고 산 사이를 휘감은 안개가 보기 좋아서 하루를 여는 기분만은 좋았습니다. 산새들의 지저귐 속에서 날이 밝을 아침 7시쯤, 바람막이 차림으로 객실을 나왔습니다.
호텔 동으로 터벅터벅 내려가니 익숙한 조형물이 보입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입니다. 출입구 앞 '서킷 택시 타는 곳' 알림판은 호텔 숙박객을 위한 승하차장으로 보였습니다. 2~3월 동계 시즌에는 호텔이 운영되지 않아서 저와 같은 콘도 숙박객은 차를 몰고 서킷 앞 주차장으로 움직이는 게 낫습니다.
3월 당시 호텔에서 운영되던 시설은 L층 아래의 1층 카페버치, 스파(일반 목욕탕에 가까움) 뿐이었습니다. 카페버치는 평일에 한식, 주말에 뷔페식으로 아침 식사를 차리는 음식점인데 비수기에는 주말이라도 한식 메뉴만 돌립니다. 준비된 메뉴는 황태해장국, 사골 우거지 해장국, 쇠고기 미역국 세 가지며, 가격은 각각 1만 6천 원, 1만 5천 원입니다.
셋 중에 속풀이를 겸해서 황태해장국을 주문했습니다. 몇 분이 지나 한상차림이 나왔습니다. 소복이 담긴 반찬 몇 가지에 조미김, 공깃밥, 뚝배기째 끓인 황태해장국이 놓였습니다. 아침 첫 손님으로 밥 한술을 뜨는데 전반적인 맛과 양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국물 한 숟갈 떴다가 냉큼 반 공기 떠서 밥을 뚝배기에 말았습니다. 그릇을 비우고 일어나 결제한 금액은 10% 할인된 1만 4,800원입니다. 재방문한다면 사골 우거지 해장국도 먹어볼 생각입니다.
식당을 나와 호텔 안팎을 둘러봤습니다. L층에 그랜드 볼륨과 비즈니스 센터, 최상층인 7층에 스카이라운지를 둔 걸로 봐서 가족보다는 2명 이내의 개인 여행객, 행사 관계자들이 휴식하기 좋은 시설로 보였습니다. 이날 7층에는 행사가 예정된 모양인지 각 테이블마다 식탁보가 쫙 깔려 있었습니다.
서킷 전망은 콘도동 8층 베란다보다 좋았습니다. 감속 후 크게 도는 1번 코너를 시작으로 2번 헤어핀 구간, 빗면을 따라 돌다 안으로 파고드는 3번 코너를 지나서 쭉 오르다 바로 꺾이는 4번 코너가 바로 보입니다. 굽이치며 맹렬히 달아나는 차들을 바라보기 좋은 위치입니다. 서킷 내 운영되는 챔피언스 클럽, 브로카트장, 브로키즈하우스, 클래식 카 박물관은 바로 앞 보행로와 지하보도를 거쳐 걸어갈 수 있는데 편의상 차로 가는 게 더 낫습니다.
주변을 서성이다 객실로 돌아왔습니다. 휴식하며 체크아웃 준비를 하는데 잠잠하던 서킷이 제법 부산스러워집니다. 잠자던 고성능 스포츠카, 슈퍼카들이 부릉대며 서킷으로 옮겨 가더니 트랙 안에서 타이어를 슬슬 달굽니다. 데칼을 붙인 더 뉴 아반떼 N 몇 대는 웜업이 끝났는지 연석을 타고 궤적을 그리며 타이어를 요란하게 문지릅니다.
베란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더니 벌써 10시 반이 됐습니다. 짐 정리, 쓰레기 분리수거는 미리 끝냈고 서킷 택시는 11시로 예약돼 있어 시간 여유가 충분했습니다. 체크아웃 과정은 간단했습니다. 스마트키 URL 안에서 '퇴실'을 누르고 객실 자가 점검표 체크 후 '완료'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L층 데스크로 내려와 체크아웃 확인 후 나오면 끝입니다.
차에 짐을 싣고 서킷으로 향했습니다. 호텔 동을 끼고 쭉 내려가서 좌회전한 다음, 차단기 통과 후 왼쪽 지하도를 지나 우회전하면 바로 서킷 뒤 주차장과 운영 시설이 나옵니다. 차는 서킷 진입로 부근 빈자리에 세우고 6번 피트 옆 웰컴 센터(B 게이트)로 들어갑니다.
서킷 택시, 서킷 사파리(내 차로 서킷 탐험)를 비롯한 주요 프로그램은 2층 접수처에서 받습니다. 서킷 택시 예약자명을 말하면 이용 동의서 작성 후 손목 탑승권을 받게 됩니다. 11시 10분 1번 피트로 배정된 택시는 '벨엔(벨로스터 N)'이었습니다. 더 뉴 아반떼 N을 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정비 중인 관계로 오랜만에 벨엔 옆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현장 대기한 1번 피트 안에는 아반떼 N, 더 뉴 아반떼 N, 코나 N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습니다. 레이싱 게임에서 낯익은 쉐보레 콜벳도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몇 분 기다리니 N 택시 벨엔이 1번 피트 안에 들어왔습니다. 탑승 전 선반에 진열된 헬멧을 쓰고 턱끈을 조여 맵니다. 현장 직원이 있으면 차를 기다리기 더 좋았을 텐데 차가 어디로 들어올지, 준비할 내용에 관한 안내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비상등 점등 후 피트를 빠져나온 수동 벨엔은 첫 코너를 돌며 빠르게 웜업을 진행했습니다.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첫 바퀴는 진입 속도를 낮추며 부드럽게 제동하더니 두 바퀴째부터 컨디션을 확 끌어올렸습니다. 직선 주로에서 시속 180~190km에 가깝게 속도를 냈다가 급감속하며 차를 다룹니다.
소싯적 신차 발표회를 겸해 렉서스, 포르쉐 월드 투어 쇼로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몇 번 달려봤는데 업계를 떠나 오래간만에 경험한 N 택시는 나름 짜릿했습니다. 차체의 균형감, 거칠게 마찰하는 타이어, 전문 드라이버의 힐 앤 토로 동력이 쉴 새 없이 실리는 감각이 운전석 옆자리에서도 잘 느껴졌습니다. 세 바퀴 딱 돌면 끝나는 프로그램인데 후반에 열을 식히겠다며 한 바퀴를 더 탔습니다. 예전에 벨로스터 1.4T로 꼬부랑길을 막 돌던 때가 떠올라서 즐거웠습니다.
서킷 택시 이용료는 8만 원, 운전자 외 탑승 인원은 두 명까지 됩니다. 놀이공원에서 타는 롤러코스터보다 꽤 격렬한 편인데 과감한 운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잘 맞을지도 모릅니다. 탑승 후 사진 및 영상 촬영보다는 전방과 그다음 코너에 진입을 위한 드라이버의 손발 놀림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다음에 또 경험하게 된다면 코너 진입 속도가 좀 더 빠른 더 뉴 아반떼 N으로 서킷 택시를 누렸으면 합니다.
서킷 택시 체험을 마친 시각은 11시 40분쯤이었습니다. 전날 출발한 경산역으로 목적지를 잡으니 3시간 40분이 걸리겠다고 뜹니다. 반납 예정 시각은 오후 5시라서 서두를 이유가 없었습니다. 토요일보다 날이 맑고 더 밝아서 길을 따라 차분히 내려가기 좋았습니다.
경로는 왔던 길 그대로입니다. 인제 IC로 올려서 중앙 고속도로를 쭉 타고 내려와 수성 IC로 빠지는 장거리 구간입니다. 휴식은 중간 지점인 치악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운전석 좌판만 괜찮으면 세 시간은 버틸 주행 환경이었는데 딱 두 시간째가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엉덩이가 배겨서 아립니다.
어차피 연료 부족으로 한 번은 쉬어가야 했습니다. 주행 가능 거리 215km를 띄우던 연료계 눈금이 100km 안팎으로 떨어지자 빨간 눈금 한 칸으로 변합니다. 장시간 운전으로 뭉친 어깨를 풀고 셀프 주유소로 들어갑니다. 차 안의 주유 전용 카드로 결제 후 주입한 연료량은 42리터였습니다. 기름이 가득 찬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주행 가능 거리가 726km로 부쩍 늡니다.
카드를 원 위치에 꽂고 가던 길로 계속 내려갑니다. 220km를 약 2시간 더 달려야 했는데 주행 피로도는 어제보다 덜 느껴졌습니다. 주변이 훤해서 음악과 라디오를 들으며 내려가는 여유까지 부립니다. 나중에 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리며 주행 속도를 늦추고 교통량 급증으로 지정체가 벌어졌지만 '세차할 필요 없겠구나'라며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수성 IC로 고속도로를 벗어난 시각은 오후 4시였습니다. 눈에 익은 길을 따라 경산역 공영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4시 20분. 쉴 틈 없이 마구 밀던 와이퍼도 비가 잦으며 얌전해졌습니다. 주차 후 기록된 주행 정보를 살피니 장거리 주행 연비는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타 등을 타고 빗속을 뚫고 온 길이었음에도 16km/l에 근접한 연비가 뜹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블루투스로 연동된 개인 정보를 지우고 차를 반납합니다.
1박 2일 여행 경비 중 차에 쓴 금액은 대략 21만 원, 잡비를 합친 금액은 25만 원 정도입니다. 그 중에 반을 차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목표한 즐길 거리를 모두 해내서인지 뿌듯함과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인제로 또 여행을 가거든 인제스피디움을 숙박 거점으로 잡아도 되겠는데 먹거리 구하기, 맛집 방문 계획은 잘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밑에 편의점이 있어도 심야에는 이용할 수 없으니까요. 인제스피디움 숙박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참고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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