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설탕 한 숟갈

한국과 일본의 음주운전 단속·처벌 기준은? 본문

이 차 저 차

한국과 일본의 음주운전 단속·처벌 기준은?

커피스푼 2021. 9. 22. 15:36
반응형

국내 음주운전 단속, 처벌은 매년 강화 중입니다. (출처 : 구글)
국내 음주운전 단속, 처벌은 매년 강화 중입니다. (출처 : 구글)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코로나 2년 차를 맞은 지금도 차례상 한 번에 식사를 겸한 음복을 꼭 거치더군요. 며칠 전 코로나 1차 백신을 맞았기에 술은 일절 마시지 않았습니다. 음주운전은 죄악이라 생각하거든요. 식전주로 한 잔 걸치는 막걸리나 백세주도 마찬가집니다. 윤창호 법이 시행되면서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이 0.03%로 강화되고 처벌 수위도 덩달아 높아졌지만 걸핏하면 술을 권하는 사회상은 여전합니다. 몇 푼 안 되는 대리운전비 아끼겠다고 운전대를 잡는 분들이 보이거든요.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요? 한국처럼 음주운전에 관대할까요?

 

 

1.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법, 한국보다 일본이 더 엄격

 

일본의 음주운전 단속, 처벌 규정입니다. (출처 : 일본 경시청)
일본의 음주운전 단속, 처벌 규정입니다. (출처 : 일본 경시청)

일본 경시청 홈페이지에 적힌 음주운전 처벌 법규를 알아봤습니다. 도로교통법 제65조에 따르면 음주운전 위반 유형은 주취(술에 취한) 운전과 주기(술 기운이 있는) 운전으로 나뉩니다.

 

주취 운전은 운전자의 종합 상황 인지 능력을 판단해 적발하는 방식입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와 관계 없이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지를 알아본다는 뜻입니다.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해 차선을 따라 똑바로 걷게 하거나 눈동자 움직임을 살피거나 말을 걸어보는 식이죠. 음주운전으로 적발 시 벌점 35점을 받습니다. 3년 간 면허 취소와 함께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만 엔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죠.

 

주기 운전은 날숨 1리터에 든 알코올 함량을 기계로 검출하는 방식입니다. 0.15 mg~0.25 mg 미만은 벌점 13점, 0.25 mg 이상은 벌점 25점을 받습니다. 행정 처분은 각각 면허 정지 90일, 면허 취소 2년(위반 전력 없음 기준)이며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만 엔 이하의 벌금을 내립니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단속, 처벌 규정입니다. (출처 : 교통안전공단)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단속, 처벌 규정입니다. (출처 : 교통안전공단)

한국은 어떨까요?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 적힌 음주운전 시 행정 처분을 살폈습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0.08% 미만이면 벌점 100점에 면허 정지 100일, 형사적 책임으로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5백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이 이어집니다. 0.08~0.2% 미만은 면허 취소 1년, 1~2년 이하의 징역 혹은 5백~1천만 원 이하의 벌금, 0.2% 이상은 2~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따릅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체크에 전적으로 기대는 한국과 다르죠. 

 

 

2. 음주운전 방조죄, 일본은 차주, 가게 주인까지 벌 내려

 

음주운전 처벌이 왜 일본에서 더 엄격한지 모르겠다고요? 음주운전 처벌 범위를 살피면 답이 나옵니다.

 

카드 뉴스로 정리된 음주 폐해 예방 소개 Q&A 편 일부를 옮겨왔습니다. (출처 : 정책브리핑)
카드 뉴스로 정리된 음주 폐해 예방 소개 Q&A 편 일부를 옮겨왔습니다. (출처 : 정책브리핑)

우리나라는 술을 마시고 운행한 운전자, 암묵적으로 음주운전을 부추긴 사람들까지 묶어서 처벌하는 "음주운전 방조죄"가 있긴 합니다. 도로교통법이 아닌 형법 제32조 내용을 포괄 적용한 개념이라 처벌 수위가 상대적이죠. 음주운전을 적극 독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수위가 낮으면 1년 6개월 이하의 징역 혹은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고요. 음주운전을 만류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음주운전 방조 혐의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음주운전자 주변인 처벌 규정 및 사례입니다. (출처 : 일본 경시청)
음주운전자 주변인 처벌 규정 및 사례입니다. (출처 : 일본 경시청)

일본은 어떨까요? 운전자 주변 사람들에 관한 처벌 규정이 뚜렷합니다. 운전자에게 차 키를 빌려준 자동차 주인은 주취 운전으로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만 엔 이하의 벌금, 주기 운전으로 적발 시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만 엔 이하의 벌금이 따릅니다. 운전자에게 술을 권한 가게 주인, 자동차에 같이 탄 동승객도 주취 운전으로 적발 시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만 엔 이하의 벌금, 주기 운전으로 적발 시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운전면허 행정 처분도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와 똑같이 내립니다. 운전자가 술을 마신 것을 알면서도 2차 회식 장소로 이동 중이던 동승객, 차로 가게를 찾아온 손님에게 주류를 판매한 자영업자도 2년 간 면허 취소됐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둘 다 운전자를 음주운전에 휘말리게 한 공범으로 취급하겠다는 뜻입니다.

 

 

3. 가중 처벌 폭넓은 일본, 더 강력한 행정 처분

 

음주운전 중 인명을 해쳤다면 치러야 할 죄의 대가는 더 커집니다.

 

음주운전 가중 처벌 관련 OX퀴즈 내용 일부를 옮겨왔습니다. (출처 : 대한민국 법제처)
음주운전 가중 처벌 관련 OX퀴즈 내용 일부를 옮겨왔습니다. (출처 : 대한민국 법제처)

우리나라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상 사고는 1~1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사망 사고는 3년 이상 혹은 무기 징역으로 형사 처벌을 내리기도 합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1년(대물·대인 사고 시 2년),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단속되면 2년(대물·대인 사고 시 3년), 음주운전으로 인사 사고를 내고 도망가거나 사망 사고를 내면 5년 간 면허가 취소됩니다.

 

민사상 자동차 종합보험 자기부담금으로 대인 사고 시 1천만 원, 대물 사고 시 5백만 원을 내야 하고요. 2년 간 보험료 할증 부담까지 떠안게 됩니다. 1회 적발 시 10%에 그쳤지만 2회 적발 시 20%로 껑충 뛰죠. 무면허 및 도주 시에는 20%가 추가됩니다.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혈중 알코올 농도에 관계없이 2년 간 운전면허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이진아웃제가 있지만요. 음주운전 특별 교통안전 교육 이수 후 면허 정지 기간이 20일이나 줄기도 합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어도 재취득이 어렵지 않아 보이는 건 제 착각일까요?

 

일본의 자동차 운전 사고 처벌법(신법) 중 일부 내용입니다. (출처 : 일본 경시청)
일본의 자동차 운전 사고 처벌법(신법) 중 일부 내용입니다. (출처 : 일본 경시청)

일본에서는 차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운전자를 엄벌하는 신법을 적용합니다. 자동차 운전 사고 처벌법 제2조에 따르면 부상 사고는 15년, 사망 사고는 1~20년 이하의 유기 징역에 처합니다. 음주 혹은 약물 복용, 질병으로 정상적 운전이 불가한 경우 제3조에 따라 부상 사고 시 12년, 사망 사고 시 15년 이하의 징역을, 무면허 운전의 경우 제6조에 따라 특별 가중 처벌을 내립니다. 15년 이하 징역은 형기를 6개월 이상 늘린 20년 이하의 징역으로, 12년 이하는 15년 이하로, 7년 이하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됩니다.

 

음주운전으로 부과되는 벌점은 행정 처분을 받은 날짜로부터 3년 간 유지됩니다. 6~14점은 면허 정지, 15점 이상은 면허 취소 처분에 해당되죠. 주기 운전으로 적발돼 벌점 25점을 받았던 운전자가 2년 간 면허 취소 후 재취득해 주취 운전으로 적발되면 벌점 35점을 더해서 총 60점이 됩니다. 면허 취소 8년에 해당되는 벌점인데요. 기존의 적발 이력 1회를 합쳐서 면허 취소 기간이 9년으로 늘어납니다. 적발 이력(0~4회, 5단계로 구분)과 벌점 누진제를 복합 적용해서 엄벌을 내리는 식이죠.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도 이 같은 제도로 운영됩니다.

 

우리나라는 벌점 40점 이상일 때 면허 정지(1점 당 1일), 누적된 벌점이 1년 간 121점, 2년간 201점, 3년간 271점 이상이면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리고 있기는 합니다. 최종 위반일 혹은 사고일로부터 1년 간 교통법규 위반 및 사고 이력이 없으면 자동 소멸되는 식이어서 엄벌이 어렵습니다. 음주운전 이진아웃제를 적용한다 해도 신호 위반이나 과속, 중앙선 침범,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나중에 적발됐다면 해당 벌점 혹은 범칙금만 부담하면 그만이거든요. 음주운전에만 한정 짓지 말고 법적 기본 틀부터 잘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4.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일본이 더 적어

 

한국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 경찰청)
한국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 경찰청)
일본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입니다. (출처 : 일본 경찰청)
일본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입니다. (출처 : 일본 경찰청)

음주운전 사망자 수는 한국보다 일본이 더 적습니다. 2020년 기준 경찰청 통계를 살피면 한국은 287명, 일본은 159명이었습니다. 인구 수 대비 일본의 사망자가 더 적은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내용으로 정리가 됩니다. 지난 2006년 후쿠오카 대교에서 술에 취한 공무원이 한밤 중 과속으로 승용차 뒤를 들이받아 다리 밑으로 추락해 일가족 5명이 참변을 당했던 사건의 파장도 컸죠. 당시 운전자 및 동승자를 엄벌하자는 여론이 들끊자 지금의 윤창호 법과 같은 규정이 만들어진 겁니다. 우리나라도 10년 전 보다 음주운전 사고가 많이 줄었지만 일본만큼 더 단속·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술 한 잔 뒤 운전대를 잡는 건 도로 위 예비 살인자가 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요.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