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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타 본 기아 EV6, 현대 아이오닉 5랑 다른 점?

커피스푼 2021. 9. 1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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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만평 지점으로 향하던 길입니다. 서대구 IC로 내리면 정체를 피할 수 있죠.
기아 만평 지점으로 향하던 길입니다. 서대구 IC로 내리면 정체를 피할 수 있죠.

지난 15일 기아차 대구 만평 지점을 찾았습니다. 기아 EV6를 잠시 타 보기로 했거든요. 오후 2시가 안 돼서 찾아간 지점 앞 주차장은 정비 대기 중인 차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기아 오토큐 정비 센터가 바로 옆에 있어서 드나드는 차들이 많았거든요. 그냥 지난번처럼 버스나 대구 3호선 모노레일로 찾아갈 걸 그랬습니다. 바람이 거칠게 불던 날이라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잠깐 달려서 왔더니 만차라서 빈자리가 날 때까지 빙빙 돌아다녔습니다.

 

5분쯤 기다려 생긴 빈자리에 차를 넣고 전시장에 들어갑니다. 아무도 없어서 지점에 유선전화를 하니 시승 담당 직원이 연락을 받고 내려오는군요. 면허증을 보여주고 시승 관련 서류를 써낸 뒤 워크 베이 앞에 주차된 EV6 앞에서 차 키를 받았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다 검은색 EV6를 본 적이 있는데 준비된 시승차도 그 차랑 똑같은 색깔이더군요. 오로라 블랙 펄이었습니다. 안은 신형 스포티지와 같은 그레이 색이라 밝고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기아 EV6(위)와 아이오닉 5(아래)의 차이점은 뭘까요?
기아 EV6(위)와 아이오닉 5(아래)의 차이점은 뭘까요?

EV6를 밖에서 보니 아이오닉 5보다 더 날렵하고 예쁘군요. 디지털 브로셔로 보던 이미지보다 실물이 더 낫습니다. 밝은 색보다는 그래비티 블루나 인터스텔라 그레이처럼 어둡고 진한 색이 잘 어울립니다. 세련미가 더 강조되는 느낌이거든요. 아이오닉 5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단정한 디자인이 돋보이죠. 아틀라스 화이트나 그래비티 골드 매트, 루시드 블루 펄처럼 채도가 높은 색들이 보기에 더 좋습니다.

 

EV6와 아이오닉 5의 운전석 문을 연 모습입니다.
EV6와 아이오닉 5의 운전석 문을 연 모습입니다.

실내는 어떨까요? 운전석을 열어 이곳저곳을 살폈습니다. 아이오닉 5 대비 EV6의 소재 구성이 더 좋습니다. 표면 처리가 깔끔하다고 할까요? 문 손잡이 주변은 더 세련되고 도어 포켓이 깊어서 긴 물건을 넣기 수월합니다. 아이오닉 5는 실내가 대체로 밝고 수평형으로 길게 이어져서 정적인 느낌이 들죠.

 

EV6와 아이오닉 5의 운전석을 찍은 모습입니다.
EV6와 아이오닉 5의 운전석을 찍은 모습입니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이가 뚜렷해집니다. EV6가 대시보드와 거리가 가까워 레그룸(무릎 공간)이 살짝 비좁다면 아이오닉 5는 간격이 넓어서 운전하기 여유롭습니다. 주행 모드를 바꾸는 버튼은 운전대 왼쪽 아래에 있는데요. 조작감은 아이오닉 5가 더 좋습니다. 눈에 더 잘 띄기도 하고요. 운전대 좌우로 배치된 버튼의 조작감은 EV6가 더 좋습니다. 모두 개별 물리 버튼으로 되어 있거든요. 아이오닉 5는 주행 모드 버튼을 뺀 나머지 버튼들은 터치로 감응합니다. 운전대 그립감은 비슷합니다. 가운데 혼 커버는 EV6에 쓰인 소재가 더 만지기 좋습니다.

 

EV6(좌)와 아이오닉 5(우)의 디지털 클러스터, 내비게이션 화면 구성입니다.
EV6(좌)와 아이오닉 5(우)의 디지털 클러스터, 내비게이션 화면 구성입니다.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와 내비게이션 화면은 EV6가 눈에 더 잘 들어옵니다. 아이오닉 5는 두 화면을 일자형으로 여며서 따로 떨어진 느낌이라면 EV6의 두 화면은 베젤과 화면 배경색이 같아서 연결된 느낌이 자연스럽습니다. 운전자 중심으로 곡면 처리를 해놔서 거리가 가깝고 화면이 더 크다는 착각이 들 겁니다. 실제 화면의 크기는 똑같은데 말이죠. 인간의 눈이 이렇게나 간사합니다. 가로 배치된 송풍구 장식도 EV6가 가로로 조금 더 넓은 느낌이군요. 

 

EV6와 아이오닉 5의 공조 패널 구성을 비교한 사진입니다.
EV6와 아이오닉 5의 공조 패널 구성을 비교한 사진입니다.

가운데 화면 밑을 볼까요? 인포테인먼트 전환 시 조작성은 아이오닉 5, 공조 터치 패널 조작성은 EV6가 더 낫습니다. 아이오닉 5는 볼륨 다이얼, 지도, 내비게이션, 미디어, 즐겨찾기 물리 버튼이 있어서 화면 전환이 빠른데요. 공조 패널 조작은 EV6가 더 편합니다. 운전자 위주(Driver Only) 공조 모드를 바로 가동할 수 있고 온도 조절 다이얼이 양쪽으로 달려서 더 빠른 조작이 가능합니다. 그전에 날개 모양 그림을 건드리는 게 귀찮긴 합니다. 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잘 쓰시리라 믿겠습니다.

 

EV6(좌)와 아이오닉 5(우)의 센터 콘솔과 기어 레버를 찍은 사진입니다.
EV6(좌)와 아이오닉 5(우)의 센터 콘솔과 기어 레버를 찍은 사진입니다.

센터 콘솔은 차이가 큽니다. 아이오닉 5는 유니버설 아일랜드 타입으로 앞뒤로 전체 슬라이드가 되죠. 운전석에서 앉은 자세 그대로 옆자리에 넘어가기 좋고요. EV6는 K8, 신형 스포티지처럼 플로팅 스탠드 형으로 디자인돼 있습니다. 지향하는 콘셉트가 다르기에 우열을 가리는 의미가 없겠습니다.

 

변속 레버는 아이오닉 5의 경우 운전대 뒤, EV6의 경우 보통의 기아차처럼 다이얼을 돌렸다 놓는 디자인입니다. 취향에 따라 선택지가 나뉘겠군요. 음... 저는 컬럼식 변속 레버에 익숙하니 아이오닉 5를 고르겠습니다. 앞으로 가려면 위로, 뒤로 가려면 아래로 살짝 돌렸다 놓으면 되고 레버 끝 P 버튼을 누르면 주차 상태가 됩니다. 더 직관적이지 않나요? 제네시스나 기아의 전기차에 익숙한 분들은 다이얼 방식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EV6(좌)와 아이오닉 5(우)의 전방 운전 시야를 촬영한 모습입니다.
EV6(좌)와 아이오닉 5(우)의 전방 운전 시야를 촬영한 모습입니다.

운전 시야는 아이오닉 5가 더 좋습니다. 전고가 높아서 헤드룸(머리 공간)에 여유가 있고 개방감이 좋죠. 윗 공기를 못 마시는 비전 루프라도 괜찮습니다. 반면 EV6는 전고가 55 mm 낮아서 상체가 긴 사람이 타기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앞좌석 선루프가 부족한 개방감을 보완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운전석 기본 시트 높이는 EV6가 미세하게 낮습니다. 아이오닉 5가 코나를 탄 느낌이라면 EV6는 레이를 탄 느낌이랄까요? EV6는 보통의 승용 세단보다 살짝 높습니다.

 

주행 질감은 어떨까요? 아이오닉 5는 휠 베이스(바퀴 간 거리)가 EV6보다 100 mm 길어서 상하 요동은 부드러우나 고속도로 주행 시 좌우 롤이 조금 더 쉽게 느껴집니다. EV6는 첫 진입 때 앞이 딱딱하고 뒤가 다소 부드럽습니다. 고속 이동 시 롤도 덜하고요. 역동적인 주행을 즐긴다면 EV6가 더 나을 수 있겠습니다. 장거리 주행 위주라면 아이오닉 5가 오히려 더 편할 겁니다. 아이오닉 5에겐 앞좌석 승객의 꿀잠을 이끄는 원터치 릴렉션 컴포트 시트가 있으니까요.

 

EV6(좌)와 아이오닉 5(우)의 타이어, 연비 스티커를 찍은 모습입니다.
EV6(좌)와 아이오닉 5(우)의 타이어, 연비 스티커를 찍은 모습입니다.

타이어는 차이가 있을까요? 20 인치 휠에 끼우는 타이어가 다릅니다. 기본 규격은 255/45 R20으로 같은데요. 아이오닉 5에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A/S(올 시즌), EV6에는 콘티넨탈 크로스콘택트 RX를 신깁니다. 트레드웨어는 각각 540과 480입니다. 아이오닉 5는 그립, 제동성, 내구, EV6는 제동성, 소음 억제(승차감)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죠. 하중 지수는 105로 같지만 속도 지수는 아이오닉 5가 V(240 km/h), EV6가 H(210 km/h)로 살짝 다르긴 합니다.

 

제원상 두 차의 복합 전비는 4.9 km/kWh(20 인치 휠 타이어, 2WD 롱 레인지 기준)로 같습니다. 1회 충전 주행 거리에서 약간 차이가 있긴 합니다. 아이오닉 5는 401 km, EV6는 434 km를 갑니다. 배터리 용량 차(아이오닉 5 : 72.6 kWh, EV6 : 77.4 kWh)만큼 조금 더 멀리 가는 것뿐이어서 의미가 없죠.

 

30분 간 주행하고 난 EV6(위)와 아이오닉 5(아래)의 트립 기록입니다.
30분 간 주행하고 난 EV6(위)와 아이오닉 5(아래)의 트립 기록입니다.

둘 다 800 V 초급속 충전이 가능하니 전비로 우열을 가리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i-페달 모드랑 회생제동 3단계를 섞으며 달렸던 아이오닉 5는 전비가 7.5~7.9 km/kWh, 회생제동 2단계 및 노멀 모드로 다녔던 EV6는 6.9 km/kWh가 찍혔습니다. 보통 가감속 빈도가 높은 도심에서 운행하면 전비가 잘 나옵니다. 고속도로 구간과 같은 항속 주행 때는 회생 제동 단계를 0~1로 세팅해서 다니는 게 더 낫습니다.

 

EV6(위)와 아이오닉 5(아래)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EV6(위)와 아이오닉 5(아래)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시승차 구성은 풀옵션에 가까웠습니다. 기아 만평 지점에서 탔던 EV6 시승차는 2WD 롱 레인지 중 어스 트림에 하이테크, 20 인치 휠 타이어,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빌트인 캠, 와이드 선루프를 고른 6,319만 원짜리 차였고요. 몇 달 전 탔던 아이오닉 5는 2WD 롱 레인지 중 프레스티지 트림에 파킹 어시스트, 컴포트 플러스, 비전루프,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달렸던 6,275만 원짜리 차였습니다. 같은 E-GMP 플랫폼으로 만들어도 콘셉트 차이가 뚜렷해서 라이프스타일 지향점에 따라 최종 선택이 달라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음... 세련미와 기능성은 EV6가 나은데 아이오닉 5의 운전 편의성이랑 공간 활용성은 놓치기 어렵군요. 두 차를 모두 경험한 운전자라면 어느 한 쪽으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길게 보고 타겠다면 아이오닉 5를, 기동성과 품질이 중요하다면 EV6를 결정하는 게 낫지 않겠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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