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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제네시스 GV60, 전기차 계의 카멜레온인가? 본문
오늘(30일) 제네시스가 GV60을 공개했습니다. E-GMP 전동화 플랫폼을 기반한 쿠페형 럭셔리 전기차입니다. 키를 지니지 않아도 운전자 얼굴로 문 잠금을 풀고 전원을 켜면 가운데 달린 크리스탈 스피어(수정구슬)가 180도 회전해 다이얼 타입 변속 레버로 변신합니다. 제네시스 첫 전기차인 G80 전동화 모델(eG80)에서 한 단계 더 진보됐군요. 럭셔리 수입차에서 보던 뱅앤울룹슨 사운드 시스템, 배터리 팩 온도를 알아서 맞추는 배터리 컨디셔닝도 들어갑니다. 판매가는 스탠다드 후륜이 5,990만 원, 사륜 6,459만 원, 퍼포먼스가 6,975만 원부터 시작됩니다. GV60 계약은 10월 6일부터 진행됩니다.
참조 글 :
2021.08.19 - [이 차 저 차] - 제네시스 GV60, 왜 프랑스 차가 떠오르는 걸까요?
제네시스 GV60의 안팎 디자인은 지난 8월 중 다룬 바 있습니다. GV60에 형광색(상파울로 라임)을 칠해서 젊고 발랄한 느낌을 주려 했지만 당시 국내외 반응이 요란했죠. 예전의 시트로엥 C4 칵투스처럼 프랑스 감성을 양껏 담아낸 차로 보였거든요. 며칠이 지나지 않아 순백색(우유니 화이트)을 칠한 GV60으로 대표 이미지가 싹 바뀝니다. 일부 국내 유튜브 인플루언서는 위장막만 벗긴 시험 주행 차를 배경 삼아 "GV60 블랙, 실물이 괜찮네"라는 입소문으로 디자인 불평을 잠재웠죠. 실내 구성은 괜찮았습니다. 외장 색상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겠군요.
1. 색상? 외장은 열 한 가지, 내장은 다섯 가지
GV60은 색 선택 폭이 넓습니다. 제네시스에 들어있던 비크 블랙, 우유니 화이트, 마테호른 화이트(무광), 세빌 실버, 카본 메탈, 멜버른 그레이, 로얄 블루 말고도 상파울로 라임, 하나우마 민트, 아타카마 코퍼 및 아타카마 코퍼 무광 등 11가지 외장 색상을 갖췄죠.
상파울로 라임은 GV60 중 고성능 라인업인 퍼포먼스에 적용되겠습니다. 자브라 스포츠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보던 그 색깔과 거의 같죠. 하나우마 민트는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과 비슷하고요. 아타카마 코퍼는 고급 주방 가전에 많이 쓰이는 구리색인데요. 무광형(매트) 코퍼의 경우 귀금속 느낌이 나도록 도료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군요.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대표 색이기도 합니다.
내장 색상은 옵시디언 블랙, 토렌트 네이비 원톤과 애쉬 그레이/글래시어 화이트, 몬스테라 그린/카멜 베이지, 몬스테라 그린/글래시어 화이트 투톤 등 다섯 가지로 맞췄습니다. 발랄하고 활동적인 전기차에 옵시디언 블랙처럼 칙칙한 색깔은 안 어울리겠군요.
2. 감성맞춤 신기능, 회전식 수정구슬과 얼굴 인식
GV60 센터 콘솔에 달린 크리스탈 스피어는 순우리말로 "수정구슬"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전원(차 시동)이 꺼졌을 때는 동화 속 마법사가 어루만지는 반원형 조명 구슬이 되었다가 전원이 켜지면 180도 회전하며 다이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가 나타납니다. 주부들의 감성맞춤 빌트인 가전인 삼성 비스포크, LG 오브제가 떠오르는군요.
GV60 B-필러 패널에 매립된 페이스 커넥트는 낯선 기술이 아닙니다. 얼굴 인식으로 화면 잠금이 풀리는 스마트폰 보안 기능을 전기차로 옮겨왔을 뿐이거든요. TV 리모컨 버튼을 누를 때 발산하는 적외선 다이오드, 야간 투시경이나 캠코더에 쓰이는 나이트 비전, 열 감지 카메라 화상 센서를 넣어서 구현한 기술로 판단됩니다. 흐린 날, 한밤처럼 사방이 어둡거나 모자나 패션 안경을 쓰고 있어도 운전자를 잘 알아볼 겁니다. 두 명까지 등록된다는군요. 전자식 도어록처럼 숫자 키를 건드려 차문을 열던 포드·링컨의 시큐리코드 키리스 엔트리 키패드보다 편하겠네요.
차 밖에서 주인을 알아본 GV60은 운전석 시트, 운전대, 사이드 미러의 위치,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설정값을 불러와 맞춥니다. 전원을 켤 때는 보통의 디지털 키처럼 무선 충전 패드에 스마트폰을 얹지 않아도 됩니다. 출퇴근 인증하듯 손가락을 센서에 살짝 대면 되거든요. 지갑 속 카드나 스마트폰을 펼치지 않아도 간편 결제(제네시스 카 페이)가 되며 주차를 맡긴 뒤 발레 모드 잠금을 풀 때도 지문 터치 한 번이면 됩니다.
3. 커넥티드 카 콕핏, 차내 모든 화면을 연결한다
GV60은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와 내비게이션, HUD를 연결하는 CCIC(커넥티드 카 통합형 콕핏)가 들어있습니다. 클러스터에 지도, 내비게이션, ADAS(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기능을 띄워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돕고요. 클러스터 화면을 쪼개서 운행 정보와 전화, 미디어, 음성인식 정보가 잘 드러나게 꾸미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치면 콘텐츠 및 주요 기능을 이용하기 좋게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했다고 보면 됩니다.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범위는 전보다 더 넓어졌습니다. 클러스터, 내비게이션, HUD 외에도 전기차 ICC(통합 제어 장치), 서스펜션, 브레이크, 운전대, 에어백, ADAS 등 자동차 전반에 걸쳐있거든요. PC의 스팀(Steam), 플레이스테이션, XBOX 같은 게임 콘솔로 비유하면 무료 DLC(다운로드 콘텐츠) 확장판 범위가 기존에 나왔던 차들보다 더 넓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GV60 출고 후에도 DLC가 꾸준히 뜨니까 매번 신차를 타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용 조건이 까다롭던 디지털 키도 앞으로는 쓰기 더 편해집니다. 디지털 키 버전 2는 스마트폰을 지닌 채 문 손잡이를 건드리고 운전석에서 전원 버튼을 누르면 바로 차 시동이 걸리거든요. 차 키는 가족 혹은 지인 등 세 명까지 돌려쓸 수 있습니다. 올해 안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진행될 거라는군요.
4. 렉시콘 퀀텀 로직 대신 뱅앤울룹슨?
GV60에 뱅앤울룹슨 사운드 시스템이라니, 렉시콘 퀀텀 로직 서라운드를 고집하던 제네시스에 뭔 바람이 분 걸까요? 볼륨급 브랜드에 들어가던 보스(BOSE)나 크렐(Krell)도 아닙니다. 브랜드 등급만 보면 볼보차에 들어가는 바워스 앤 윌킨스나 링컨의 레벨 울티마 오디오에 준하거든요. 가상화된 3D 입체 사운드보다 원음 재현에 비중을 싣고 협업을 진행하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스피커는 17개가 들어갑니다. 제네시스 G-매트릭스 패턴의 알루미늄 그릴로 덮었군요. 뱅앤울룹슨과 협업을 거쳐 고해상도 오디오 출력에 최적화된 부품을 넣고 전용 소리 제어 인터페이스, 네 가지 사운드 믹스(릴랙스, 에너제틱, 브라이트, 웜) 등을 갖췄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GV60의 가상 주행음은 e-ASD(전기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로 구현됩니다. 주행 모드, 속도, 가속 페달 답력에 따라 제각각 다른 소리를 스피커로 들려주죠. 소리 타입은 퓨처리스틱, G-엔진, E-모터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순수 전기 스포츠 카인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처럼 절묘하고도 우렁찬 주행음을 느껴보라는 걸까요? eG80에 든 ANC-R(외부 소음 저감 기술), 역동적 주행감을 안겨 줄 e-LSD(전자식 차동 제한 디퍼렌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까지 들어갑니다.
5. 일관성 지킨 배터리 팩, 전기 모터만 달라
GV60은 스탠다드, 퍼포먼스 둘 다 똑같은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기아 EV6 롱 레인지에 쓰이는 77.4 kWh짜리 리튬 폴리머 배터리 팩이죠. 전기 모터는 아이오닉 5랑 EV6처럼 후륜 차축 위에 실리며, 네 바퀴 전부 굴리는 사륜(4WD)만 전륜 차축까지 전기 모터가 추가됩니다. 퍼포먼스(고성능) 모델은 4WD만 있죠.
동력 성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탠다드 2WD는 168 kW 출력(228.48 마력)에 350 Nm(35.7 kg.m 토크), 4WD는 234 kW 출력(160+74 kW, 318.24 마력)에 605 Nm(61.73 kg.m 토크)를 냅니다. 퍼포먼스 4WD는 160 kW 출력을 내는 전기 모터를 앞뒤로 달아서 320 kW 출력(435.2 마력)에 605 Nm(61.73 kg.m 토크), 10초간 성능을 바짝 높이는 부스트 모드로 360 kW 출력(489.6 마력)에 700 Nm(71.43 kg.m 토크)를 냅니다. GV60 퍼포먼스 4WD에서 부스트를 켜면 출발 후 4초 만에 100 km/h를 찍는다고 하네요. EV6 GT의 제로백이 3.5초니까 가속력은 결코 모자라다고 못 느끼겠군요.
국내 복합 전비는 각각 5.1 km/kWh, 4.5 km/kWh(19 인치), 4.1 km/kWh(21 인치)며,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451 km, 400 km, 368 km순입니다. 온 가족이 타는 일상용이 아닌,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된 전기차라서 EV6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짧습니다. 휠베이스는 2,900 mm로 같으면서 전장은 EV6 대비 165 mm가 짧으니까 주행 역동성은 EV6 GT-라인보다 더 낫겠군요. 나중에 나올 EV6 GT나 아이오닉 5 N과 비벼도 모자라지 않겠습니다.
배터리 기능성은 다른 차보다 돋보입니다. 배터리 팩 온도를 최적으로 맞추는 컨디셔닝 기능이 들어있거든요.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에서 급속 충전소를 검색해 찾아갈 경우 미리 배터리 팩 온도를 알맞게 조절해서 고전압 충전 시 손실 전력을 줄입니다. 400V 및 800V 멀티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350kW 초급속 충전 시 18분 내에 10%에서 80%까지 배터리를 채웁니다. 완속 충전 속도도 7.2 kW에서 11 kW로 개선됐죠. 아이오닉 5와 EV6에서 쓰던 V2L도 되고 충전 플러그를 꽂았다 빼는 것만으로도 충전료 결제를 마치는 플러그 앤 차지(PnC)도 됩니다. 올 4분기에는 주차장에 GV60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배터리 잔량이 느는 무선 충전 인프라를 시범 도입한다고 합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군요.
제네시스 GV60은 10월 6일부터 사전계약이 시작됩니다. 판매 시작가는 스탠다드 2WD가 5,990만 원, 4WD가 6,459만 원, 퍼포먼스 4WD는 6,975만 원(친환경차 세제 혜택 및 개별소비세 3.5% 기준)입니다. 개인 주차장을 보유한 고객에게는 벽걸이형 홈 충전기를, 아파트처럼 공동주택에 사는 고객에게는 벽부착 과금형 콘센트 설치 지원, 220V 휴대용 완속 충전 케이블을 주며, 충전기 설치가 어려우면 유효 기간이 3년짜리인 충전 크레딧 50만을 대신 받아도 됩니다.
GV60을 둘러보고 싶은 고객은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압구정에 있는 카페캠프통을 찾아가면 됩니다. GV60 핵심 기술을 소개하는 특별전시가 열리거든요. 크리스탈 스피어와 AI 음성인식, 뱅앤울룹슨 사운드 등을 경험할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참가 신청은 제네시스 홈페이지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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