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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어차피 1등은 테슬라? 전기차 계의 애플인가? 본문
전기차 제2막을 연 테슬라의 성장이 무섭습니다. 내로라하는 내연기관차 브랜드가 전기차를 불쑥 내밀어도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자신감은 언제나 최상입니다. 운전대랑 세로형 태블릿 하나만 달린 네 바퀴 전기차에게 보내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대단하거든요.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평정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면, 테슬라는 배터리 전기차(BEV) 게임의 최강자다운 모습을 보입니다.
크고 느린 물고기가 작고 빠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는 세상에서 테슬라의 성장을 향한 관심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애플-삼성의 관계처럼 전자 업계에서 위험을 감수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의 훌륭한 먹잇감, 혹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 왔죠. 테슬라는 둘 다 갖춘 회사입니다. 격변하는 시장 흐름에 선제 대응하면서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로 고객과 소통할 창구를 항상 열어둡니다. 도대체 테슬라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요?
1. 글로벌 전기차 시장 꽉 붙든 테슬라
올 3분기(7~9월) 테슬라는 전 세계에 전기차 약 24만 대를 팔았습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1월부터 9월까지 총 63만 대를 내보냈죠. 추세대로면 올 12월까지 9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우는 일이 어렵지 않겠습니다. 폭스바겐과 현대차 그룹 등 내연기관차 브랜드에서 전기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이 소폭 깎였지만 지속 상승 중인 테슬라의 판매량에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블룸버그 등 주요 경제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2020년 3%에 머물던 전 세계 전기차 채택률이 2021년 6%, 2025년에는 30%까지 늘어날 예정인데요. 전기차 시장이 커질 동안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21%대에 이르겠다는 전망을 내세웁니다. 언젠가 내연기관차 브랜드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 견고했던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조용히 지켜보겠습니다.
2. 테슬라? 한국에서도 잘 팔려
테슬라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배터리 전기차를 얼마나 팔았을까요? 1월부터 9월까지 1만 6,288대의 테슬라 차가 신규 등록을 마쳤습니다. 테슬라를 뺀 나머지 수입사의 전기차들은 같은 기간에 3,874대가 등록됐죠. 수입사 중에는 80%, 국내를 통틀어서 열 대 중 서너 대가 테슬라 고객 품으로 전달되는 중입니다.
테슬라 전기차가 한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가 뭘까요? 지난해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독보적이었습니다. 니로 EV에 6백만 원쯤 더 내면 모델 3 스탠다드 플러스를 마련할 수 있었죠. 30분 꽂으면 270km를 내달리는 테슬라 전용 초고속 충전소 슈퍼 차저, 일부 지역 곳곳에는 무료 이용 가능한 데스티네이션 차저도 촘촘하게 깔려서 신선한 충전 경험을 전했죠. 기껏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만 가능했던 현대-기아차와 비교해 새 기능이 하나씩 열리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였습니다.
3. 인기 독차지 하는 이유?
테슬라 전기차들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운전 재미, 세련된 자율주행 경험, 놀라울 만큼 휑한 안팎이 되겠습니다. 기존에 나왔던 전기차들은 지하철 전동차를 자동차에 맞게 잘라낸 소형 이동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운전하기 재미없고 센서들은 사람만큼 대단히 똑똑하지 않았으며 사방에 "나 전기차야!"라고 티를 팍팍 내는 안팎 장식이 촌스럽다고 생각했거든요.
테슬라는 내연기관차들이 생각하던 전기차와 다른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마치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짜릿한 주행 성능, 사람이 운전하듯 놀라운 지능과 반응성을 갖춘 소프트웨어, 실내에는 차 조종에 필요한 운전대와 페달, 기능 제어에 필요한 화면만 두겠다는 차별화였죠. 처음에는 바퀴 네 개가 꽂힌 거대한 스마트폰을 반기지 않았지만 타 보고 난 사람들은 테슬라를 전기차 계의 애플로 부르곤 합니다. 자동차 혈통과 역사를 중요시하던 유럽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았죠.
4. 균일하지 않은 품질 논란 돌기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가끔 테슬라에게 비수를 꽂기도 합니다. 도료가 균일하게 착색이 안 된 점, 범퍼와 철판의 이음새가 밀착되지 않은 점, 바퀴 안쪽 볼트가 헐겁게 고정돼 덜커덕 소리를 낸다던지, 주행 중에 바퀴가 차체를 버티지 못하고 폭삭 주저앉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현대차 그룹 차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두고두고 놀림 거리로 승화됐겠지만 테슬라 차에서 제기되는 품질 이슈는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자동화 공정에 따른 미세 초기 불량을 조기에 잘 잡았어야 하는데 검수가 부족한 탓이었을까요? 전통적으로 차를 잘 만들던 브랜드가 아니라서 나온 필연적 문제로 추정됩니다. 10년 전 만들어진 미국 자동차 품질이 국산 브랜드 차보다 별로 나은 게 없었던 것처럼요. 테슬라가 지금보다 차를 더 많이 만들어서 빅데이터로 만들고 보완점을 하나 둘 메운다면 그때와 같은 리콜 이슈는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5. 고객 응대 소홀하나 그럼에도 사 주는 고객
만약 고장난 테슬라 차는 어디에 맡겨야 할까요? 지역 곳곳에 공식 서비스센터를 세우는 중이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서울에 세 곳(강서, 성수, 문정), 나머지 다섯 곳(경기 분당, 광주, 대구, 부산, 제주)을 두고 있는데요. 차가 많이 팔린 만큼 부품 수급이나 수리 과정에 많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보통 수입차들은 부품 수급이 가능한 창고나 현지 조달이 바로 되도록 정비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처럼 자체적으로 물품을 바로 조달하든지, 포드-링컨처럼 온라인 주문 후 일주일 뒤 수리가 진행되도록 체계화하든지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할 겁니다. 판매량과 비례해서 워크 베이와 부품 창고를 늘리지 않는 한은 차 수리에 드는 시간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6. 이미 "완성된 차" 말고 "성장형 차" 산다
테슬라를 사는 사람들은 차 말고 테슬라를 산다고 말합니다. 왜냐고요? 시간 흐름에 따라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테슬라 차들은 나날이 최신화되는 중이거든요. 차를 주차장에 가만히 세웠을 뿐인데 새 버전으로 론칭된 소프트웨어를 깔았더니 안 되던 기능들이 하나씩 켜지기도 하고 불안한 거동을 보였던 차가 시스템 안정화를 거치며 주행 품질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갖고 있으면 돈이 되는 전기차라고 할까요? 리튬 이온 배터리 팩보다 성능이 별로인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로 바꾸면서 차 가격을 마음대로 쥐락펴락 주무르는 일론 머스크의 모습은 마음에 안 들지만요. 그가 전기차에 심어놓은 혁신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면 곧바로 트위터에서 "확인 후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기도 하니까요. 모델 S, X, 3, Y를 차례로 선보이며 파란을 일으켰던 카드의 효과가 앞으로도 지속될지 두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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