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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일반인 태울 포티투닷 자율주행차, 어떻게 만들었나? 본문
오는 7일 포티투닷(42dot)이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서울 상암에서 일반 시민을 태우며 달립니다. 자율주행차 호출 앱(애플리케이션) '탭(TAP!)'으로 차를 부르면 운전석 옆이나 뒤에 앉아서 자율주행 실력을 알아보는 동승체험이 가능해졌다는 얘깁니다. 차는 안전성 검증을 마친 시범 주행 코스를 따라 움직이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운전석에는 안전 요원이 배치됩니다. 내일(6일)부터 앱으로 사전 신청을 받고 선정된 일반인에게 체험 기회가 주어집니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차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2년 전 창업된 포티투닷은 스스로 움직이는 도로 위 모든 이동수단을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연결하는 도심형 교통 운영 체계 "유모스(UMOS)"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율주행 키트 'AKIT', 자율주행 유틸리티 기능을 갖춘 '탭'으로 풀스택(Full-stack) 자율주행 플랫폼을 완성합니다.
기존 자동차 제작사들이 써 왔던 고가의 라이다(LiDAR) 장비나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쓰지 않습니다.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NCU(뉴럴 컴퓨팅 유닛)*, 블랙박스 만한 대시 캠, 보급형 GNSS**/IMU(관성 측정 장비), 기존 내비게이션의 SD 맵으로 비용을 10% 밑으로 확 낮추고 온갖 언어로 구성된 자율주행 능력치를 올리면서 네트워크 망 부하를 줄인다는 목표로 개발 중이죠. 자율주행 보급을 빠르게 늘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요?
* NCU : 자율주행의 주요 알고리즘인 인지, 판단, 제어, 탑승객 인포테인먼트를 전담하는 연산 유닛입니다.
** GNSS : 위치, 고도, 속도를 알려주는 위성 항법 시스템입니다. GPS는 GNSS에 속합니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일곱 대, 레이더(Radar) 다섯 개, GNSS/IMU 수신기에 의지하며 움직입니다. 현재 개발된 AKIT 0.7 버전에는 HDR을 지원하는 2백만 화소 카메라가 깔립니다. 쏘나타 DN8에 달렸던 초기의 전방 빌트인 캠과 스펙이 비슷합니다. 신호등과 표지판, 노면 표시, 보행자, 자동차, 오토바이 탑승객, 길가에 불법 주정차된 차까지 잘 가려내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하드웨어적 한계로 스킵(건너뛰기)되거나 수동 제어가 필요했다는군요.
2022년에 선보일 AKIT에는 자체 개발 중인 카메라를 8백만 화소로 높인다고 합니다. 이미지 센싱 능력이 좋아지면 거리 측정 및 주변 3D 물체들을 잘 잡는 모노-뎁스 에스티메이션(mono-depth estimation) 기술의 신뢰성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길가에서 차선을 바꾸며 들어오는 택시, 바로 뒤의 오토바이가 틈을 비집고 앞지르기하거나 보행자가 무단으로 길을 가로질러도 탑승객은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됩니다. 당분간은 보통 운전자보다 숙련된 운전 요원이 운전석을 든든히 지킬 테니까요.
카메라 기반으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기 때문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필요 없습니다. 가볍게 쓰던 내비게이션 지도에 포티투닷이 수집한 3D 위치, 차로 정보를 반복 매핑해 상황 별로 더 쉽고 빠른 길을 안내합니다. 자올주행차나 모빌리티, 물류용 차들의 길 안내가 차 속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죠. 지금의 증강 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 HUD)를 대신해 SDx 맵 위에 전방 카메라 화면과 다음에 어느 차선으로 바꿀지 레인 내비게이션까지 띄웁니다. 값비싼 장비나 고용량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아도 운전 편의가 뚜렷이 좋아집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승객과 자율주행차를 연결 짓는 알고리즘까지 구체화되고 섬세해집니다. 배차 시간, 기다리는 시간, 도착 시간 설정에 따라 로보택시나 자율주행 DRT(수요응답형 교통 수단)가 알아서 최적의 위치로 보내집니다. 로보택시 안에는 목적지 도착 전까지 승객의 무료함을 달랠 인포테인먼트가 깔립니다. 자율주행을 얼마나 잘하나 관찰할 거리를 주면서 사람이 안 몰아도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전할 계획입니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사이퍼펑크 2077 게임에 나왔던 델라메인 택시도 더 이상 남 얘기처럼 흘려듣지 않겠군요.
두 감각 기관(카메라, 레이더)을 다스리는 AI 가속기(NPU)도 개선됩니다. 내년 1분기 FPGA* 방식으로 1.0 ES(엔지니어링 샘플) 버전을 선보이고 2023년 4분기쯤 ASIC** 방식(1.0 정식 버전 발표)으로 양산화됩니다. 주요 자동차 브랜드에서 개발 중인 일부 신차에 오랜 시간을 거쳐 검증된 포티투닷의 AKIT가 깔릴지도 모릅니다. 2년 뒤면 차 주변 연결(V2X), 더 치밀해진 하드웨어 보안(HSM), 무선 업데이트(OTA)로 최신화된 소프트웨어까지 갖출 테니 허둥대던 자율주행차 운전 실력이 한층 나아질 겁니다. 지금처럼 안전하다고 학습된 서울 상암동 일부 구역만 빙빙 돌지도 않을 테고요.
* FPGA : 프로그램으로 기능을 마구 바꾸는 고성능 칩입니다. 성능 시험 연구용에 어울리나 가격이 비쌉니다.
** ASIC : 필수 기능만 하는 주문형 반도체입니다. 개발비가 비싸지만 제조 단가가 낮고 전력 소모가 적습니다.
12월 7일 운영될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차 동승체험 서비스는 "탭(TAP!)"에서 시작됩니다. 서울 상암을 돌면서 유의미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모으고 자율주행 기술의 사업화 모델을 논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올 연말까지 상암과 성남 판교에서 로보택시 넉 대를 돌리며 주행거리를 7천 마일(약 11,265 km) 이상 채운다고 합니다. 9백 평 안팎의 자율주행 랩(Lab)에서 뿌리내릴 포티투닷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현대-기아차를 아울러 여러 곳에서 1천억 원 넘는 돈을 투자받은 점만으로도 장래가 촉망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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