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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BMW iX 플로우, 흑백 카멜레온이 된 전기차 본문
지난 5일 BMW가 CES 2022에서 특별한 차를 선보였습니다. 흰색과 회색, 검은색으로 차 색깔을 바꾸는 BMW iX 플로우(Flow)입니다. 자동차 표면에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초소형 전자잉크 캡슐을 골고루 박은 전기차인데요. 전기 자극에 따라 외장 색상이 하얘지거나 까맣게 바뀝니다.
전기차가 흑백 카멜레온처럼 변장하는 이 기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대에 부착된 가격표를 떠올려보세요. 종이 대신 작은 전자잉크(E ink) 화면에 기록된 상품명과 가격이 생각나셨다면 바로 이해가 될 겁니다. 작동 원리(전기영동 현상*)가 똑같거든요. 음전하(-)를 띤 흰색 안료와 양전하(+)를 띤 검은색 안료를 섞어 만든 전자잉크 캡슐 수백만 개를 BMW iX 표면에 붙여놨습니다. 전기 자극을 주면 캡슐 속 안료가 반응하며 원하는 색깔을 보여줍니다. 일부 영역만 검어지거나 잿빛 느낌의 회색을 입히고 휠 캡까지 색깔을 바꿉니다.
*전기영동 현상 : 전류가 흘렀을 때 나타나는 전기장에 의해 용액 속 전하가 반대 극성의 전하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하의 이동 궤적에 따라 글 혹은 그림이 출력되는 전자책(e-book/eReader), 마트에서 가격표로 장식된 전자잉크 화면이 이 원리를 따릅니다.
전기차에 왜 이런 기술이 필요할까요? 전기차는 외부 기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동차입니다. 너무 춥거나 더우면 주행 가능 거리가 적정 온도일 때보다 짧아지기 쉬운데요. 무더운 여름에는 태양광을 튕겨내는 흰색, 찬 바람이 잘 드는 겨울에는 태양광을 잘 받는(흡수하는) 검은색으로 바꿔서 냉난방에 드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쉽습니다. 한여름 외부 주차로 실내가 과열되는 현상에도 대비하기 좋습니다. 열 손실을 줄이면 전비가 늘어나니까 궁극적으로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외장 색상 유지에 필요한 전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PC의 모니터, 스마트폰의 터치 화면은 움직임이 없어도 계속 전력을 끌어 쓰지만 초소형 전자잉크 캡슐은 다음 전기 자극이 들어오기 전까지 전력 소모를 억제합니다. 동면(겨울잠) 중인 개구리처럼 초절전 모드를 유지합니다. 충전 후 한 달 이상을 버티는 전자책만큼 에너지 소모가 극히 적습니다. 차 색깔을 바꾸는 짧은 순간에 전류가 흐를 뿐이죠. 전자잉크 화면의 취약점인 응답 속도는 꽤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데 잔상이 남던 문제까지 보완됐으려나 궁금해집니다.
흑백에서 컬러 카멜레온이 되기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겁니다. 색 표현이 아직은 제한적이거든요. 현행 E ink 기술로는 4,096색까지 표현이 되지만 자동차용 유광(메탈릭) 페인트만큼 색깔이 다채롭지는 않습니다. 물 빠진 듯한 색감이 대부분이거든요. 버스 도착 알림판이나 옥외 광고판, 공공 정보 안내 표지, 갤러리 내 벽면 장식용으로 용도가 한정된 경우가 많아서 우리가 타는 전기차로 상용화되려면 관련 기술이 더 성숙해져야 할 겁니다. 신기함보다 보완할 점이 더 많아 보이지만 BMW가 CES 2022에서 제안한 전기차용 외장 색상 변경 아이디어만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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