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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쉐보레 실버라도 EV, 다재다능한 전기 픽업트럭 본문
지난 5일 쉐보레가 실버라도 EV(전기차)를 선보였습니다. 국내에 수입 판매되는 콜로라도보다 더 큽니다. 포드 F-150 라이트닝처럼 완전 전동화된 대형 전기 픽업트럭이죠.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고급형 얼티움(Ultium)으로 만들어지며 아이오닉5, EV6처럼 800V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으로 35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합니다. 10분만 꽂아도 주행 가능 거리 160km가 확보됩니다. 모듈 24개로 짜인 배터리 팩을 100% 충전하면 약 644km(추정치)를 움직입니다.
차는 RST, WT, 트레일 보스 세 가지 버전으로 나오며 2023년 봄부터 출시됩니다. 가격은 WT 기준 3만 9,900달러(한화 약 4,804만 원)부터 시작되고요. 2023년 가을에 나올 출시 한정판 RST 퍼스트 에디션은 10만 5천달러(1억 2,642만 원)에 이릅니다.
셋 중에 제일 먼저 나오는 실버라도 EV WT는 상용차 고객을 위한 기본형 버전입니다. 차 앞뒤의 전기 모터로 517마력과 85kg.m토크를 내며 트럭 베드(짐칸)에 화물 544kg까지 싣거나 트레일러를 연결해 3.6톤까지 끌고 다닙니다. 고중량 견인 패키지가 기본화된 특수 모델은 9톤까지 가능하다는군요. 전자식 사륜구동(e-4WD)으로 네 바퀴를 굴리는데요. 사륜 조향 기능(Four-Wheel Steer)을 이용하면 저속 주행 시 회전 반경을 중형 세단만큼 줄였다가 고속 주행 시 조향 안정성을 높입니다. 대형 세단 뒷바퀴를 비틀던 메르세데스-벤츠의 리어 액슬 스티어링(RAS)과 개념이 같습니다.
선택 사양인 파워베이스(PowerBase) 충전 시스템은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V2L(Vehicle-to-Load)과 역할이 비슷합니다. 트럭 베드 옆에 10구까지 콘센트를 설치해 전기용품을 바로 연결하거나 V2V(차대차) 형태로 물려서 다른 전기차의 배터리를 충전시킵니다(총 가용 전력은 10.2kW). 쌍용 렉스턴 스포츠처럼 사용 목적에 따라 트럭 베드 덮개 혹은 유틸리티 롤바, 하드탑을 달아서 박스형 SUV처럼 보기 좋게 꾸미기도 합니다. 프렁크(eTrunk)는 경차의 트렁크만큼 넓어서 쓰임새가 많겠습니다. 고리에 그물을 걸거나 경량 칸막이를 껴서 영역을 나누고 서랍형 3단 수납 공구함을 달아 온갖 수공구를 꽂아 넣기도 좋습니다.
실내는 내연기관을 품은 실버라도보다 더 세련되고 깔끔합니다. SUV에 근접한 수준으로 현대화됐죠. 운전석과 가운데 화면은 네모난 돌출형 LCD 화면으로 자리 잡았고 물리 버튼 수를 확 줄여서 옛날 차 느낌을 지웠습니다. 조막만한 화면을 둘러싸던 공조기가 밑으로 내려오고 아날로그 계기판이 싹 사라지니 보기 좋네요. 운전대도 물리 버튼이 최소화된 3-스포크 타입으로 바뀌었습니다. 앞쪽 수납함에는 USB-C 2개와 왼편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만 내장됩니다. 센터 콘솔 뒤편에도 USB-C 2개를 잊지 않았죠.
WT의 상위 버전인 RST에서는 실내가 한층 살아납니다. 운전석에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 베젤이 최소화된 17인치 터치 LCD가 나란히 붙고요. 14인치 크기의 HUD(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달려서 운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전합니다. 디지털 키 인증을 마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키를 쥐고 차 앞에 다가서면 LED로 웰컴 시그널을 보내죠. 실버라도 EV에 첫 적용된 SW(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Ultifi)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처럼 리눅스(Linux) 기반 설계를 거쳐 언제든 무선(OTA)으로 SW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차후 출시될 이쿼녹스 EV에도 적용되겠군요.
첨단화된 인포테인먼트 말고도 살펴볼 구성이 많습니다. 운전대 위에 블랙 하이그로시로 장식된 부위에는 슈퍼크루즈(SuperCruise) 작동 시 LED가 켜집니다. 북미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핸즈프리 자율주행이 지원된다는 뜻입니다. RST 레터링이 추가된 운전대 혼 커버에는 블랙 보타이 엠블럼이 붙고 센터 콘솔과 시트의 바늘땀 장식, 공조기 조절 레버에 빨간색을 칠해 스포티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크래시패드와 도어 트림 일부, 시트 볼스터 영역은 밝은 회색을 칠해서 칙칙해 보이지 않도록 맞췄군요. 천장에는 글래스 루프가 넓게 깔려서 기본형 버전인 WT보다 개방감이 좋습니다. 뒷좌석은 6:4 비율로 접히며 시트 열선 기능이 들어갑니다.
실버라도 EV RST의 기능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보통은 더블 캡 1톤 트럭처럼 승객석과 짐칸이 확실히 구분되지만 RST의 뒷좌석은 가끔 짐칸 대용으로 쓰입니다. 뒷좌석을 완전히 눕히면 미드게이트(Midgate)가 나옵니다. 세단 뒷좌석 가운데의 스키스루(Ski-through)를 응용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멀티 플렉스(Multi-Flex) 미드게이트까지 밑으로 눕히면 약 1.8m였던 적재함 길이가 약 2.74m로 늡니다. 테일게이트까지 펼쳐서 꼬리칸을 세우면 약 3.3m나 되는 긴 화물까지 싣습니다. 카약이나 서핑 보드를 싣고 다니기 좋겠군요. 일반 적재량은 589kg까지, 트레일러 견인 시 약 4.5톤까지 끌고 다닙니다.
보통의 픽업트럭보다 화물 적재 자유도는 높겠으나 전기 트럭으로 제공될 구매 혜택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실버라도 EV RST의 경우 승객석과 짐칸 구분이 모호해서 국내법상 화물차로 구분 짓기 애매해지거든요. 승객석과 짐칸이 분명히 나뉘지 않아서 자동차세가 낮은 화물차 세금 혜택도 못 받고 일반 승용 전기차의 두 배에 달하는 전기 화물차 국고 보조금 혜택도 못 받습니다. 외형상 화물차이지만 법적으로 승용 SUV라는 묶음에 속하게 됩니다. 포드 매버릭 HEV가 나오기 전까지 잘 팔리던 투싼 기반의 현대 싼타크루즈도 같은 이유로 SUV에 묶여서 화물차 혜택을 못 받게 됐죠. 전기차로 국내 수입 판매 시 F-150 라이트닝만 득을 보겠군요.
실버라도 EV RST가 내세울 강점은 현대 N-라인처럼 꾸며진 실내와 소폭 더 나은 성능입니다. 출시 한정판인 RST 퍼스트 에디션의 경우 WOW(광폭 오픈 와트) 모드를 켜서 672마력과 107.83kg.m토크를 한순간에 쏟아내기도 합니다. 4.5초 안에 제로60마일(0~96.5km/h) 가속을 끝낸다는군요. 제네시스 GV60에서 20초간 여유 출력을 끌어왔던 부스트 모드와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총 배터리 용량(200kWh로 알려짐)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용 후 주행 가능 거리가 다른 전기차보다 더 많이 줄지도 모릅니다. GV60 퍼포먼스(21인치)보다 3인치 더 큰 24인치 바퀴가 꽂히는 차이기도 하니까요. 자동 긴급 제동, 전방 충돌 경고, 전방 보행자 충돌 방지 보조, 차선 유지 및 이탈 방지 보조, 지능형 오토 하이빔, 차간 거리 보조가 기본화된 전기 픽업트럭이지만 차고를 50mm 낮추는 자동 적응형 에어 서스펜션, 사륜 조향, 멀티플렉스 미드게이트, 슈퍼크루즈까지 꽉 채운 특별한 실버라도 EV는 웬만한 전기차보다 더 비쌉니다. 무려 시작가가 10만 5천 달러입니다.
기본형 버전인 실버라도 EV WT는 3만 9,900달러부터 시작됩니다. 5만~8만 달러까지 상품 구성을 세분화해 나눌 계획이라는데 포드 F-150 라이트닝 대비 가격 경쟁력이 얼마큼일지 궁금해지는군요. 숨겨진 또 하나의 버전인 실버라도 EV 트레일 보스(Trail Boss)는 지프의 트레일호크(Trailhawk)처럼 험로 주행에 최적화된 모델로 준비 중입니다. 머드 트레인(MT) 타이어에 더 높은 지상고, 튼튼한 턱받침으로 장식된 스키드 플레이트와 빨간색 견인 고리가 돋보이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올 하반기쯤 되어야 나오겠군요. 사전 예약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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