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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기골장대한 SUV 쉐보레 타호, 과연 살 만한가? 본문
어제(12일) 쉐보레가 2022년형 타호의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형제차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있고 포드 익스페디션, 링컨 네비게이터와 나란히 경쟁하는 미국의 풀사이즈(Full-size) SUV입니다. 일반 대형 SUV로 팔리는 현대 팰리세이드,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트래버스보다 차급이 더 높습니다. 5.3 및 6.2리터 V8 자연흡기 가솔린, 3리터 직렬 6기통 듀라맥스 디젤 터보 엔진 중 6.2 가솔린을 택했군요. 변속기는 자동 10단이 맞물리며 6개 트림 등급 중 최고인 하이 컨트리에 한국형 패키지를 더했습니다. 판매가는 9,253만 원, 다크 나이트 스페셜 에디션이 9,363만 원입니다.
타호는 얼마큼 큰 차일까요? 전장 5,352mm, 전폭 2,057mm, 전고 1,925mm, 휠베이스 3,071mm에 이릅니다. 팰리세이드가 동생으로 보일만큼 큽니다. 372mm 더 길고 82mm 더 넓으면서 175mm 더 높습니다. 바퀴 간 거리도 171mm 더 길죠. 예전 구조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이밀기엔 신경이 많이 쓰이겠군요. 외형은 누가 봐도 웅장한 박스형 SUV인데 수치상 제원은 픽업트럭에 가깝습니다. 바퀴에는 22인치 크롬 실버로 도장된 휠과 사계절 타이어가 꽂힙니다. 외장 색상은 턱시도 블랙, 아발론 화이트 펄, 포레스트 던 세 가지로 이뤄집니다.
타호 하이컨트리 트림에는 온갖 장식과 전자 장비가 달립니다. 1초에 1천 번씩 노면을 읽으며 승차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마그네틱 라이드 콘트롤(MRC), 지상고를 자동 조절(-20mm~+50mm)하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 밖에는 스테인리스를 가공한 듀얼 트윈 배기 머플러 팁, 하이컨트리 로고와 갈바노 크롬 그릴, 크롬 루프 레일, 크롬 문 손잡이를 달고요. 안에는 하이컨트리 발판과 헤드레스트(머리받침)에 바느질된 하이컨트리 천공 가죽 시트, 전동식으로 접었다 펴는 2열 독립 시트, 3열 6:4 전동 폴딩 벤치 시트, 10-스피커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랑 커넥터(견인 하중은 3,493kg까지, 히치 뷰 카메라,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라인 등 일부 장비는 기본)까지 꽉 채웠습니다.
한국형 패키징 과정에서 빠진 기능(마이너스 옵션)은 전후방 주차 보조 기능과 후방 자동 제동 보조 시스템입니다. 해당 부품이 빠진 차를 고객에 인도한 뒤 나중에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부품을 확보해 달아주는 식입니다. 보통 마이너스 옵션이라 하면 일부 기능을 포기하는 대가로 차 값을 깎고 예정보다 빨리 차를 받게 해 주는데요. 타호는 6만 원 할인 후 빠졌던 부품을 무상 장착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LED 블랙 보타이 엠블럼, 블랙 타호 레터링, 블랙 하이컨트리 로고, 보타이 프로젝션 퍼들 램프가 추가된 다크 나이트 스페셜 에디션도 당분간 이 기능이 빠진 채 출고됩니다.
실내는 옛 F-150 픽업트럭의 흔적이 풍기던 포드 익스페디션보다 낫습니다. 계기판은 디지털화된 12인치 LCD 클러스터, 가운데엔 돌출형 타입으로 10.2인치 터치 LCD가 붙습니다. 운전자에게 편안한 15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360도 카메라, 디지털 룸미러까지 붙죠. 1열 시트에는 자동 열선과 통풍 기능이, 2열에는 시트 열선 외에 인포테인먼트용으로 시트백 12.6인치 듀얼 터치 디스플레이, HDMI 포트 2개, 블루투스 헤드셋 2개가 마련됩니다. 1열 가운데의 전동식 슬라이드 센터 콘솔은 뒤로 25.4cm까지 움직입니다. 센터 콘솔 위쪽 뒤에 파놓은 컵홀더, 하단 수납 트레이는 2열 탑승객용으로 쓰입니다.
운전자 입장에서 타호는 좀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공조기 왼쪽에 달린 전자식 변속 버튼(기어 시프트)이 우리가 알던 전자식 변속 버튼이랑 "좀" 많이 다르거든요. P(주차), N(중립), L(저단 주행)은 버튼인데 R(후진), D(주행)은 홈에 손가락을 걸고 창문 스위치처럼 왼쪽으로 튕겨야 합니다. 단수를 수동으로 맞추려면 L 양쪽의 -, +를 꾹꾹 눌러야 합니다. 직관적이면서 편해야 할 변속 버튼을 뭐하러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부츠형 기어 노브 끝에 +, - 버튼을 두던 과거의 쉐보레 차나 지금이나 여전하군요. 레버 전체를 당겼다 밀던 컬럼식 변속기보다 더 불편합니다.
타호에 든 가솔린 엔진은 배기량만 6.2리터나 됩니다. 426마력(@ 5,600rpm)과 63.6kg.m토크(@ 4,100rpm)를 냅니다. 가변형으로 실린더 네 개를 막던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FM)보다 작동 범위를 넓힌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DFM) 연료 제어 기술을 적용했다는군요. 상황에 따라 실린더 일곱 개까지 틀어막아 연비를 높입니다. 2019년형 쉐보레 실버라도, GMC 시에라에 이 기술을 씌워서 연비를 5~20% 개선했다는데요. 타호는 복합 연비가 6.8km/l(북미 기준)이라고 합니다. 국내 인증 절차를 마치는 대로 홈페이지랑 카탈로그에 기록이 적히겠군요.
똑같은 10단 변속기(GM-포드 공동 개발)를 맞물리는 포드 익스페디션은 타호보다 연비가 좋습니다. 배기량이 3.5리터로 낮은 에코부스트 가솔린 터보 엔진만으로도 405마력(@ 5,500rpm)과 66kg.m토크(@ 3,250rpm)를 내고 22인치 바퀴(타이어 규격은 285/45 R22)를 꽂고도 국내 복합 연비 7.4km/l를 인증받았습니다. 실내가 옛 F-150 픽업트럭처럼 올드하고 투박해서 호불호를 타기는 합니다. 사전계약이 시작된 현시점에서는 타호가 일정 수요를 가져가겠지만 부분변경된 익스페디션과 나란히 경쟁하게 된다면 입장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타호에 기본화된 안전 사양은 차급만큼 알찹니다. 앞좌석 센터 에어백이 포함된 7-에어백을 시작으로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자동 긴급 제동 보조,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보조, 전방 충돌 경고 및 거리 감지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및 유지 보조, 후방 보행자 경고, 차선 변경 경고, 후측방 및 사각지대 경고, 운전석 시트 햅틱 경고(진동 알림), 지능형 하이빔, 후석 승객 알림, 스태빌리트랙(StabiliTrak) 자세 제어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반도체 수급 부족 관계로 빠졌던 전후방 주차 보조, 후방 자동 제동 시스템은 나중에 채워집니다. 레인 센터링(차로 중앙 유지) 기능은 지원되지 않는 모양이네요.
쉐보레 타호는 3열 승객까지 편안한 이동을 제안하는 풀사이즈 SUV입니다. 1열 1,130mm, 2열 1,067mm, 3열 886mm로 다리공간(레그룸)이 괜찮고 2, 3열 시트를 전부 눕혔을 때 쉽게 평탄화돼 차박에 대응하기 좋습니다. 러기지(적재) 공간은 3열 뒤가 722리터, 3열을 접으면 2,056리터, 2열까지 접으면 3,480리터가 됩니다. 팰리세이드와 비교 안 될 만큼 큰 차인데 이용 빈도가 높은 전후방 주차 보조가 당분간 안 달려 나오는 점이 살짝 거슬리는군요. 감수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으나 굳이 사전계약에 뛰어들 욕망은 안 생깁니다. 타호 말고도 대안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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