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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셀프 시승해봤습니다 본문
지난주 15일, 현대 대구 서부 오토스퀘어에 다녀왔습니다.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를 타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G70 세단의 왜건형 버전입니다. 제원상 전장(길이), 전폭(너비), 전고(높이), 휠베이스(바퀴 간 거리)는 모두 같은데 적재 공간을 소폭 늘리고 짐차스러운 왜건보다 역동적 느낌을 살린 모습이 특징입니다.
앞모습은 G70 세단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두 줄로 지나는 헤드램프 사이로 오각 크레스트 그릴이 이어집니다. 스포츠 패키지가 들어간 시승차에는 검게 물들인 그물형 라디에이터 그릴, 스테인리스 스틸로 윈도 라인(DLO) 몰딩, 외장 색상과 동일한 리어 디퓨저, 듀얼 머플러 팁이 채워집니다. 무광형 본드 실버랑 잘 조화된 모습이지만 제네시스 고유의 세련미는 요즘 모델보다 덜 느껴집니다. 어색하게 처리된 두 줄 리어램프, 예전 디자인의 제네시스 엠블럼이 살짝 거슬립니다.
옆에서 본 비율은 G70 세단보다 길고 뒤에서 보면 넓어 보입니다. 바퀴에는 스포츠 전용 19인치 휠이 꽂힙니다. 앞 타이어 규격은 225/40 R19, 뒷 타이어는 255/35 R19이며,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사계절 타이어)를 끼웠습니다. 앞바퀴의 브렘보 모노블록 브레이크 캘리퍼가 시선을 끌긴 합니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에 차동 제한 장치(LSD)가 붙게 되며 사륜 구동 모델인 시승차에는 LSD가 빠집니다. 장거리 혹은 와인딩을 가끔 즐기는 운전자들이 좋아할 세팅으로 보입니다.
운전석 문을 열고 실내를 둘러봤습니다. 곳곳의 장식이 G70 세단을 쏙 빼닮았습니다. 천장과 주요 필러는 블랙 스웨이드 내장재를 두르고 마름모형 장식을 낸 도어 트림과 시트는 세비아 레드(톤-다운 레드)를 칠했습니다. 대시보드에서 좌우 에어 벤트로 향하는 장식과 전자식 변속 레버 주변, 문 손잡이, 렉시콘 스피커가 든 부위는 알루미늄 장식으로 감쌌습니다. 3-스포크형 운전대, 10.25인치 화면, 다이얼 타입 공조 컨트롤러를 보고 있으면 한 세대 전 제네시스 느낌이 부쩍 듭니다.
뒷좌석도 G70 세단과 같습니다. 운전석 뒤 무릎 공간(레그룸)은 주먹 한 개가 꽉 낄 만큼 비좁습니다. 머리 공간(헤드룸)은 대략 한 주먹 정도 남고 좌판 길이는 앞 좌석과 비슷해서 무릎 뒤가 허전합니다. 운전석 밑에 둘 발 공간은 빠듯합니다. 센터 터널이 높게 올라와서 가운데에 앉아 가기는 어렵습니다. 에어 벤트 밑으로는 A 타입 USB 두 개가 들어갑니다.
테일 게이트는 와이퍼 축 아래의 버튼을 누르면 열립니다. 트렁크 용량(러기지 공간)은 G70 세단(330리터)보다 소폭 넓은 465리터입니다. 기아 K3 GT 5-도어(428리터)처럼 입구가 좁고 높이가 낮아서 뭔가 많이 싣기는 어렵습니다. 러기지 보드 밑으로는 여러 칸으로 나뉜 트레이가 고정됩니다. 러기지 스크린 아래의 양쪽 레버를 당기면 2열 시트가 6:4 비율로 접힙니다(최대 1,535리터). 승객석과 짐칸의 경계가 뚜렷하고 경사지게 접혀서 차박용으로 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차 시동을 걸어봤습니다. 엔진음은 보통 4기통 엔진과 다르지 않은데 진동 대책은 꽤 좋았습니다. 공조 장치를 켰을 때 늘어나는 진동이 얼마 안 됩니다. 직전에 시승한 더 뉴 셀토스와 비교하면 엔진음은 더 잘 들리고 진동은 더 적습니다. 운전석 시트 위치는 아반떼 CN7보다 다소 높습니다. 보통 세단보다 보이는 보닛 면적이 넓지만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그래픽과 겹치는 수준은 아닙니다. 쿠션은 단단하고 좌우를 잘 받쳐주며 옷과의 밀착감이 괜찮았습니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맞추고 대로에 나왔습니다. 운전대 조향 반응은 다소 느슨하고 8단 자동 변속기의 반응성은 대체로 부드러웠습니다. 노면 소음과 엔진음은 실내 유입을 허용하면서 대형차나 경적 소리 같은 외부 소음은 덜 들리는 세팅으로 보였습니다. 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좌우 시야는 괜찮으나 룸 미러 후방 시야는 부족합니다. 더 뉴 팰리세이드의 디지털 센터 미러 같은 구성이 추가되면 좋겠습니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단단합니다. 갈라지거나 깨진 노면에서 일어나는 충격은 일부 걸러내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강한 탄력으로 밀어내며 자세를 단번에 추스릅니다. 그랜저처럼 부드러운 승차감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조금 거칠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혹은 스포츠+로 바꾸면 댐퍼가 한층 단단해지며 운전대 조향 반응이 민감해집니다.
아쉬운 점은 제동성입니다. 자주 다니던 코스에서 교통 흐름에 맞춰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더니 예상 위치보다 더 밀려서 멈춥니다. 순발력보다 장거리 주행에 더 비중을 둔 모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출고 시 사계절 말고 여름용 타이어를 끼는 선택권도 줬으면 좋겠습니다. 오토스탑(ISG) 유지 시간도 다른 제네시스 모델보다 짧고 재시동 직후 좌판으로 전해지는 진동도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HUD 시인성은 괜찮았습니다. 그래픽 윤곽이 진해져서 이미지 내용이 눈에 잘 보였습니다. 후측방 접근 경고, 길 안내 정보, 제한 속도 안내 기능은 연식 변경 이전의 G80에서 보던 내용과 비슷했습니다. 길 안내 실력은 여전합니다. 거의 다 와서 굳이 좌회전, 우회전을 섞으며 좁은 골목으로 P턴을 유도했어야 했나 싶은데 좀 더 쉬운 길로 이끌도록 알고리즘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 화질은 겉보기에 무난하나 다른 제네시스 모델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집니다.
11.2km를 달리고 난 연비는 8.6km/l로 나왔습니다. 시내 구간과 고속화 도로를 약 40분간 시승한 결과입니다. 기온이 섭씨 35~36도로 높기도 했고 고출력 대응 2리터 터보 엔진으로는 좋은 연비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제원상 최고 출력은 255마력(@ 6,200 rpm, 기본 모델은 252마력), 최대 토크는 36kg.m(@ 1,400~4,000 rpm)에 이르는데 토크는 조금 더 높여도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어떤 운전자를 위한 차일까요? 날렵하면서 기계적 완성도가 높은 내연기관차를 선호하고 가끔 와인딩 구간에서 운전 재미를 느끼면서 레저를 즐기는 분에게 어울려 보입니다. 다른 모델보다 출고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지만 몇몇 최신 장비가 빠지고 한 세대 전의 차를 산다는 점을 감수해야 합니다. 판로가 유럽 일부 시장에 한정된 모델인 만큼 타겟층도 상당히 좁습니다. 국내에는 판매 목적보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다지는 차원으로 접근한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승차 가격은 5,980만 원입니다. 기본 값(4,390만 원)에 사륜 구동(250만 원), 스포츠 패키지(380만 원), 무광형 외장 색상(본드 실버, 70만 원),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120만 원), 와이드 선루프(80만 원), 라이프스타일 패키지(400만 원),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120만 원),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170만 원)를 모두 합한 구성입니다. 위 가격이면 선택 사양을 적당히 줄인 GV70을 고르거나 비슷한 사양을 갖춘 볼보 V60 CC(크로스컨트리)가 나아 보입니다.
G70 슈팅브레이크가 꼭 필요한 고객이라면 5천만 원 초중반으로 타협하는 방안이 좋겠습니다. 사륜 구동 대신 후륜 구동, 외장 색상은 세빌 실버(유광), 바퀴는 18인치,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210만 원), 라이프스타일 패키지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와이드 선루프만 더하는 식으로 5,250만 원에 맞췄습니다. 역동성, 고급감이 중요하다면 스포츠 패키지에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을 추가한 5,560만 원이 마지노선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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