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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기아 신형 니로 EV, 셀프 시승해봤습니다 본문
지난 31일 기아 대구 만평 지점을 찾았습니다. 신형 니로 EV(전기차)를 셀프 시승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운영 중인 시승차는 어스 트림에 모든 패키지가 묶인 풀옵션 모델입니다. 외장은 시티스케이프 그린과 오로라 블랙 펄, 실내는 라이트 그레이 투톤으로 꾸몄습니다. 탁송료를 뺀 차 가격은 5,300만 원(개별소비세 3.5% 및 친환경차 세제 혜택 반영가 기준)입니다.
신형 니로 EV 출시 직전에는 배터리 관련 이슈가 있었습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중국 CATL에서 받아온다는 사실에 품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왔습니다. SK온과 LG 에너지솔루션이 납기(납품 기한)를 잘 맞출 수 있다면 다른 결정이 나왔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서 배터리 공급사로 CATL을 결정한 듯합니다. 기아가 요구하는 배터리 스펙(Spec.)을 만족한다면 굳이 국적을 가릴 이유가 없습니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 추구에 있으니까요.
니로 EV의 안팎은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순한 호랑이 얼굴을 한 앞모습, 양 끝에 매달린 부메랑 테일램프, 휠 아치를 따라 까맣게 멋을 낸 옆모습은 분명 기존 니로보다 세련된 이미지를 전합니다. 실내는 EV6의 틀에 스포티지의 감각을 불어넣은 모습으로 보입니다.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낸 차콜 혹은 페트롤 인테리어보다 밝고 화사해서 전반적으로 포근합니다. 앞좌석 주위로 번들거리는 장식이 많지만 주행에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2열 거주성은 니로 HEV 대비 다소 부족합니다. 가운데를 편평하게 처리해서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지만 차 바닥이 소폭 높아져서 허벅지 앞쪽이 좌판에서 살짝 뜨고 헤드룸(머리 공간)도 반 주먹 밖에 안 남습니다. 운전석을 가장 밑으로 내렸을 때 발 공간은 신발 앞날개가 겨우 들어갈 만큼 바듯합니다. 레그룸(무릎 공간)은 주먹 한 개 반에서 두 개 정도 남습니다. 시트는 6:4 비율로 접히며 러기지 보드 밑 수납공간도 일부 마련돼 있습니다.
전원(시동)을 켜고 도로에 나왔습니다. 운전석 시트 위치, 주행 시야는 니로 HEV랑 거의 같습니다. 공조기 작동에 따른 진동의 차이는 별로 없고 정차 시 전장품 소리도 희미합니다. 에어컨 바람 1단에 묻히는 수준입니다. 운전대 림은 인조 가죽으로 마감된 니로 HEV 프레스티지 트림보다 손에 잘 잡히고 두툼합니다. 변속 레버는 다이얼 타입으로 조절되며 주변부 버튼 배치는 니로 HEV 시그니처 트림과 같습니다.
출발 가속감은 니로 HEV보다 가볍고 경쾌합니다. 주행 모드 노말에서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밀어도 보통의 내연기관차보다 속도가 잘 오릅니다. 회생 제동 레벨은 오토로 두고 다녔습니다. 가속하거나 항속 중일 때는 레벨 0, 앞차와 가까워지거나 정차할 때는 레벨이 1~2로 알아서 바뀝니다. 완전 정차 직전에 회생 제동 레벨이 잠시 느슨해져서 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 더 밀게 되는데요. 운전법이 익숙하지 않다면 우측 시프트 패들을 한 번 길게 당겨서 스마트 회생 시스템을 끄면 됩니다.
회생 제동 레벨 0일 때는 아무 저항 없이 차가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내연기관차의 코스팅 모드(가속 페달 OFF, 관성 주행) 보다 속도가 덜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레벨 1에서는 완만한 내리막을 관성 주행할 때 조금씩 느려지는 정도로 속도가 줄어듭니다. 가감속 제어 범위가 넓어지는 i-페달 모드(원-페달 주행 모드)가 있기는 하나 승차감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가속 페달을 섬세하게 다뤄야 합니다. E-GMP 기반 전기차인 아이오닉 5나 EV6보다는 제동 감도가 덜합니다.
승차감은 니로 HEV 시그니처보다 좋았습니다. 16인치 타이어(금호타이어 솔루스 TA31+, 205/60 R16)보다 상하로 덜 흔들리고 18인치 타이어(콘티넨탈 프로콘택트 RX, 225/45 R18) 사양보다 부드러웠습니다. 시승차에 끼워진 타이어는 금호타이어 솔루스 TA31 EV(전기차용), 규격은 215/55 R17입니다. 외부 소음은 2월 중 시승한 니로 HEV 시그니처와 비슷하고 노면 소음은 덜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30분간 13.1km를 타고 난 주행 전비는 8km/kWh로 나왔습니다.
니로 EV에서 괜찮았던 기능은 의외로 HUD입니다. 니로 HEV의 HUD는 글자나 그래픽 외곽이 또렷하지 않았는데 니로 EV의 HUD는 글자 및 그래픽이 한층 진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고가도로와 하부도로로 나뉘는 구간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진입할지 지시 안내가 명확합니다. 초행길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에게는 권할 만한 옵션 패키지입니다. 옥에 티인 후방 카메라 화질은 셀토스 만큼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형 니로 EV는 5,500만 원 이하 보급형 전기차로서 상품성이 괜찮아 보입니다.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된 다른 전기차처럼 초급속 충전은 안 되지만 같은 니로 중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차로 판단됩니다. 니로 HEV의 주행 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승차감도 적당히 부드럽습니다. 출고 대기는 대략 1년쯤 걸립니다. HEV는 이보다 3개월 빠른 9개월 정도라더군요. 온 가족이 탈 입문형 전기차로 쓰기 좋지만 충전하는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니로 HEV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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