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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더 뉴 레이, 어쩌다 마주친 경차

커피스푼 2022. 10. 27.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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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22일) 정형외과 진료를 막 끝내고 근처 주차장에 나왔습니다. 카셰어링 앱 그린카로 기아 더 뉴 레이(2022년형)를 딱 하루 빌렸거든요. 비용은 저렴했습니다. 1일(24시간) 대여료, 보험료(자기 부담금 5만 원 한도)에 반값 할인 쿠폰을 씌운 가격이 3만 8천 원, 결제 카드를 갱신하며 포인트를 깡그리 모았더니 사전 결제금이 3만 4천 원 정도로 확 줄었죠. 여기저기 다른 볼 일도 있으니까 개인 이동 수단으로써 꼭 필요했습니다.

 

그린카로 더 뉴 레이를 빌리던 모습입니다.
그린카로 더 뉴 레이를 빌리던 모습입니다.
더 뉴 레이의 겉모습을 둘러봤습니다.
더 뉴 레이의 겉모습을 둘러봤습니다.

어쩌다 마주친 더 뉴 레이는 올해 8월 중 만들어진 차였습니다. 남성적 모습으로 얼굴과 뒷태를 바꾼 지금의 레이랑 좀 다릅니다. 순박한 인상의 박스 모양 경차에 새로운 기아 로고를 붙여서 완성도를 높인 부분변경 모델입니다. 누적 주행 거리는 4,133km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시승차 수준의 신차 상태로 보이는데 왼쪽 뒷범퍼는 벌써 상처를 입었군요. 앞뒤로 꽂힌 14인치 휠 타이어는 깨끗했습니다. 올해 30주 차에 생산된 한국타이어 옵티모 H724(규격은 165/60 R14)를 끼웠네요.

 

더 뉴 레이의 운전석 문을 연 모습입니다.
더 뉴 레이의 운전석 문을 연 모습입니다.

운전석으로 들어가 앉아봅니다. 오금(무릎 뒤쪽)이 한 주먹 비고 등받이는 버킷 시트처럼 딱 맞는데 운전대는 위아래로 조금씩만 꺾여서 운전 자세가 어색합니다. 시트 품이 여유롭던 대형 SUV를 몰다 레이에 앉으니 쫙 달라붙는 옷을 입은 듯 조입니다. 시트 위치는 껑충합니다. 보닛 끝이 보일락 말락하네요.

 

더 뉴 레이의 실내 주요 모습입니다.
더 뉴 레이의 실내 주요 모습입니다.

주차 브레이크는 왼발로 꾹 밀었다 푸는 방식입니다. SUV에 적응했던 운전자라면 왼무릎을 위로 더 들었다 미는 자세가 나오겠군요. 계단식으로 드드득 소리 내며 바꾸는 기어 노브는 익숙합니다. 캐스퍼처럼 일자로 바꿔줄 만도 한데 부분변경을 거듭한 지금의 레이도 다를 게 없습니다. 디지털 계기판으로 판올림 되지 않은 더 뉴 레이는 작은 LCD 클러스터와 계기판 바늘이 공존하는 과도기적 모델임을 증명합니다.

 

더 뉴 레이의 시동을 걸고 기다려봤습니다
더 뉴 레이의 시동을 걸고 기다려봤습니다

알았으니까 시동을 겁니다. 브레이크 페달 밟고 시동 버튼을 누르니 1리터 3기통 엔진이 켜지며 존재감을 알립니다. 에어컨을 켜지 않은 상태의 떨림(진동), 소음은 무난한데 에어컨을 켜니까 운전대와 시트로 진동이 넘어옵니다. 직전에 탔던 캐스퍼 터보보다는 덜합니다. 외기 온도가 섭씨 20도를 가리키던 맑은 날이라서 보통 때보다 조용하게 느껴졌습니다.

 

더 뉴 레이의 운전 시야, 후방 카메라 화면을 모았습니다.
더 뉴 레이의 운전 시야, 후방 카메라 화면을 모았습니다.

운전 시야, 개방감은 여전히 훌륭합니다. 위로 반듯하게 선 앞유리, A-필러 쪽창, 룸미러 시야는 캐스퍼보다 좋습니다. 사이드미러는 상하로 조금 더 길게 보였으면 좋겠군요. 후방 카메라 화질은 다소 떨어집니다. 지하 추자장이나 주차장 건물로 들어가면 주변 영상이 허옇게 뜹니다. 빨간색 조향 연동 안내선에 맞게 후방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더니 미세하게 비뚤더군요. 주차면 한가운데에 차를 넣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뉴 레이의 앞좌석, 뒷좌석 공간을 살핀 모습입니다.
더 뉴 레이의 앞좌석, 뒷좌석 공간을 살핀 모습입니다.

그렇다 해도 레이의 앞좌석, 뒷좌석 거주성은 별로 나무랄 게 없습니다. 운전석 문을 열기 어렵거든 다리를 올리지 않아도 우측 동반자석으로 바로 넘어가 문을 열면 됩니다. 뒷좌석은 앞뒤 간격 조절도 되고 무릎 공간(레그룸)은 최소 한 주먹 반에서 세 주먹까지, 등받이는 차렷 자세가 되는 픽업트럭의 뒷좌석보다 낫습니다. 머리 공간(헤드룸)도 허전함 정도로 여유롭습니다. 운전석 밑 발취(발 공간)는 발등이 들어갈 정도입니다.

 

더 뉴 레이의 공간 활용성을 살핀 모습입니다.
더 뉴 레이의 공간 활용성을 살핀 모습입니다.

이곳저곳 넣을 곳도 많습니다. 좌우 오버헤드 콘솔, 러기지 보드 밑 추가 공간이 깊습니다. 그야말로 마트 장보기에 최적화된 경차입니다. 카니발처럼 열리는 동반자석 뒤편 슬라이딩 도어는 적재 공간의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운전석만 오롯이 살린 레이 1인승 밴은 자영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시트를 다 접으면 차박용 차로 꾸밀 공간이 나오기도 합니다. 짧게 어딘가 찾아가기에 레이의 기능성은 깔 만한 데가 없습니다.

 

더 뉴 레이는 보통 경차처럼 오르막차로에서 힘들어합니다.
더 뉴 레이는 보통 경차처럼 오르막차로에서 힘들어합니다.

대신에 주행 질감은 기능성에 반비례합니다. 캐스퍼보다 밋밋합니다. 30~40km/h로 과속 방지턱을 넘으면 상하로 한 번 더 출렁이며 자세를 추스릅니다. 순발력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듭니다. 밟은 만큼 밀어주고 오르막차로 타기 직전 속도를 높여서 기어 단수 내리는 시점을 늦추는 식으로 예측 운전이 필요합니다. 캐스퍼 터보의 발목은 오래된 4단 변속기가 붙잡지만 보통 캐스퍼랑 더 뉴 레이는 그냥 '내려놓는' 운전을 하게 됩니다.

 

더 뉴 레이는 근거리 주행에 알맞은 차입니다.
더 뉴 레이는 근거리 주행에 알맞은 차입니다.

도심 한복판이나 학교 주변의 5030 영역 도로는 견딜만합니다. 교외 지역으로 벗어나 한적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 한계를 금방 깨닫게 됩니다. 80km/h를 넘어서면 앞유리 위로 스치는 바람 소리가 커집니다. 깨지거나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차체를 덩실덩실 흔듭니다. 차 밑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차급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모닝, 스파크 같은 일반 경차보다 주행 안정감은 떨어지는 편이라서 고속 주행은 권하지 않습니다. 더 뉴 레이는 산책하듯 호젓한 주행에 어울립니다.

 

경차 전용 구역이 마련된 곳에서는 좋을지 모릅니다.
경차 전용 구역이 마련된 곳에서는 좋을지 모릅니다.

편도 100km 이내 지역에 다녀올 곳을 생각하며 차를 빌렸지만 실제 움직인 거리는 40km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마트에서 불고기 피자 두 판 싣고 집에 왔다가 시청 인근에 조성된 경산 자연마당(산책로 및 공원), 깊어가는 가을 운치를 떠올리며 반곡지를 찾아 잠시 드라이브했을 뿐입니다. 일요일 오전 중 차를 원 위치로 옮겨서 반납했더니 주행 요금으로 6,120원(180원X34km)이 더 붙었습니다. 경차는 역시 근거리 위주로 짧게 움직이기 어울리는 차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더 뉴 레이를 이용하고 반납하던 모습입니다.
더 뉴 레이를 이용하고 반납하던 모습입니다.

더 뉴 레이를 잠시 몰았더니 불현듯 얼마 전 빌렸던 캐스퍼 터보가 뇌리를 스칩니다. 다음 주말엔 무슨 차를 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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