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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캐스퍼 터보 그린카 주말 시승 후기 본문
어제(24일) 날씨는 환상적이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니 카셰어링 존을 향해 걸어가는 기분마저 좋아집니다. 경산역 바로 앞 회전 교차로에서 사진 한 컷 담고 곧장 영남대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KFC가 보이는 영남대 앞에서 내려서 10분쯤 걸었을까요?
현대 캐스퍼 터보를 네 시간 타기로 예약한 그린존(그린카 카셰어링 존) 앞에 도착했습니다. 옥천고시원 건물 바로 옆 자갈밭에는 하늘색 밑줄이 그어진 쏘카 여럿도 세워져 있었습니다. 예전에 여기서 벨로스터 1.4T를 빌린 적이 있는데 그동안 차들이 많이 바뀌었군요.
제가 탈 캐스퍼 터보는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카셰어링으로 돌리는 차들은 보통 흰색인데 이곳의 캐스퍼 터보는 쑥색(톰보이 카키)이라서 금방 눈에 띄었거든요. 동반자석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사진을 한 컷씩 담고 파손 부위가 없는지 주위를 살폈습니다. 휠은 15인치, 타이어는 한국타이어 키너지 GT, 규격은 185/65 R15였습니다. 누적 운행 거리는 대략 1만 5,300km를 넘었더군요. 약간의 생활 스크래치만 빼면 차 상태는 대체로 괜찮았습니다.
외장과 실내를 둘러보니 트림 등급은 모던, 선택 사양은 캐스퍼 액티브 I(95만 원), 멀티미디어 내비 플러스(143만 원), 컴포트(40만 원)로 세 가지가 추가된 모델로 보였습니다. 차 가격은 1,868만 원입니다. 시트는 블랙 원톤에 외곽선이랑 포인트 디자인만 흰색으로 처리된 인조가죽으로 감쌌습니다. 좌판은 짧고 등받이 폭은 아반떼보다 좁습니다. 전방 및 좌우 시야는 코나랑 비슷하고 필러로 가려지는 면적이 적습니다. 운전대랑 시트 사이 간격이 짧은 점만 빼면 나쁘지 않습니다.
대시보드랑 도어 트림 질감은 단단하고요. 돌출형 7인치 내비게이션은 가끔 뿌드득 소리가 납니다. 화질은 7인치 HD 태블릿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터치 반응, 열선 및 운전석 통풍 버튼, 공조 기능 조작성은 무난합니다. 후방 카메라 왜곡률은 다른 차들보다 높습니다. 후방 주차 시 조향 연동 가이드라인과 주차선 위치를 잘 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룸미러 시야는 넓은데 주행 중 부르르 떨어서 눈이 금방 피로해집니다.
시동을 걸고 난 느낌은 일반 캐스퍼(자연흡기)와 비슷했습니다. 가만히 서 있을 때 엔진 볼륨, 공조 기능 작동 시 늘어나는 진동의 정도가 그랬습니다. 운전대보다 시트 등받이를 타고 흐르는 진동이 더 큽니다. 자동 4단 변속기를 P(주차)에서 D(주행) 레인지로 바꾸고 슬며시 나아갈 때 좌판과 페달 부근이 떨면서 나가는 느낌도 같았습니다. 울퉁불퉁한 자갈밭을 10km/h 이내로 움직이는 느낌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바퀴가 17인치였다면 상하로 낭창낭창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목적지를 대부잠수교로 찍고 골목을 빠져나왔습니다. 경사로를 따라 가속 페달을 밀었더니 노말 모드인데도 속도가 제법 잘 붙습니다. 일반 캐스퍼보다 토크가 여유로워서 운전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가속 페달 조작량이 덜하다는 의미입니다. 체감 제동력은 비슷합니다. 주행 속도에 따른 변속 시점은 다소 빠른데 기어 업/다운 반응성은 현저히 느립니다. 아반떼, K3에 들어가는 iVT(지능형 가변 무단 변속기)가 어울릴 텐데 이걸로 바꿔 줄 의향은 없어 보입니다.
주행 소음은 무난합니다. 좌우로 큰 차(버스, 트럭)가 지나간다는 느낌을 대략 알 만한 수준입니다. 17인치 바퀴(타이어 규격은 205/45 R17) 대비 타이어 소음은 덜 올라옵니다. 편평비가 크니까 운전석 승차감은 다소 부드럽고요. 과속방지턱을 타 넘었을 때 35km/h까지는 상하 요동이 적고 이후에는 한두 번 흔들리면서 자세를 잡습니다. 1열 위주의 승차감은 잘 잡은 듯합니다. 표면이 거친 노면을 달릴 때는 운전대까지 진동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대부잠수교에 도착해 차를 세웠습니다. 20분간 8.5km를 움직이는 동안 평균 연비는 14km/l가 나왔습니다. 일반 캐스퍼보다 기어 단수가 자주 바뀌지 않아서 승차감 저하가 적었습니다. 타력 주행, 앞으로 나올 경사로 구간을 예측하며 몰아야 했던 보통의 캐스퍼보다 신경이 덜 쓰여서 좋았습니다. 들판에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가을 운치를 즐기다가 반대편에서 캐스퍼를 지그시 바라보니 확실히 눈에 잘 띕니다. 쑥색의 캐스퍼 터보는 자연에 동화된 듯 잘 어울렸습니다.
두 번째로 이동한 곳은 반곡지입니다. 경산의 대표적인 저수지 힐링 스폿입니다. 대부잠수교에서 17km쯤 떨어져 있고 차로는 약 30분 걸립니다. 활짝 핀 코스모스의 기운을 받고 느긋하게 움직였더니 시계는 어느덧 오전 11시 반을 가리킵니다. 몇 달 만에 다시 찾은 반곡지는 주차장이 확 달라져 있었습니다. 주차면 수를 늘리면서 경차 전용, 여성 전용 주차면이 새로 생겼습니다. 37분간 17.7km를 이동한 평균 연비는 14.4km/l로 나왔습니다.
알아둘 주차 팁이 있다면 스톱퍼에 차 뒷바퀴를 붙일 때가 되겠습니다. 가이드라인 노란선을 주차선 끝에 평행하게 맞추고 들어가다 스톱퍼에 뒷바퀴가 걸리면 기어를 N(중립)으로 풀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부드럽게 뗍니다. 살짝 움찔거리며 내려왔을 때 브레이크 페달을 완전히 밟고 풋파킹 브레이크를 채운 뒤 기어를 P에 걸어둡니다. 스톱퍼가 깔리지 않은 평지는 관계없지만 그 외의 장소에서는 기어 내부에 걸리는 하중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저수지 유량은 충분해 보였습니다. 가장자리엔 저수지 정화를 돕는 수생식물인 개구리밥(부평초)이 늘어져있고 어딘가에서 날아든 새들이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녹음이 짙어진 왕버드나무 그늘 아래 흙길을 저벅저벅 걸으며 피로를 달랬더니 살짝 허기가 집니다.
잠깐 쉬다 가야겠다 싶어 저수지 바로 건너편에 문을 연 두낫디스터브 반곡지점에 들어갔습니다. 2층 규모 건물에 루프탑 전망이 확보된 유럽풍 카페였습니다. 시그니처 메뉴로 스윗 아몬드 라떼를 추천하길래 한 잔 주문해봤습니다. 투박한 원목 트레이에 담긴 음료를 들고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수지가 비치는 통창을 마주하며 즐기는 라떼 맛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달달한 시럽과 고소한 풍미가 잘 느껴지던 음료였습니다. 계산대 건너편에 진열된 빵도 담을 걸 그랬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 저수지 방문객들이 바글바글해질 때쯤 카셰어링 존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출발지인 옥천고시원까지 이동할 거리는 11km, 예상 시간은 20분이 나왔습니다. 이때부터는 주행 모드를 노말에서 스포츠로 바꿨습니다. 느긋한 주행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캐스퍼 터보의 다른 면을 잠시 맛보기로 했습니다.
반곡지 진입로 언덕길에서 페달을 밟으니 가속 반응이 한결 빨라지며 속도 상승을 부추깁니다. 잘 안 나가는 느낌을 받던 일반 캐스퍼랑은 주행 감각 차이가 큽니다. 노말 모드 대비 가속이 경쾌합니다. 느릿한 변속 반응이 약점이지만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밀지 않아도 속도가 잘 늡니다. 내리막 굽은 길 회전 시 롤이 잘 느껴지지만 주행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내리막 급경사로에서 기어를 L(저속)로 내리니 속도가 급감하며 기어 단수가 L1로 표시됩니다. i-페달 모드로 운행 중인 아이오닉5에서 가속 페달을 확 뗀 느낌에 가깝습니다. 캐스퍼 터보에서 L 레인지로 운행할 때는 30~40km/h 이내로 감속 후 기어를 바꾸길 권합니다. 경사로를 다 타고 내려왔다면 L에서 바로 D 레인지로 바꾸면 됩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감속 반응과 운전대 조향 감도만 다소 무거워질 뿐, 승차감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도착까지 1km를 앞둔 오후 1시, 계기판에 표시된 연료 잔량을 보다가 목적지를 바꿨습니다. 절반밖에 남지 않아서 차에 연료를 가득 채워 반납하기로 합니다. 평소 자주 들르던 GS 셀프주유소까지 10분이 걸린다는군요. 되돌아와도 5분쯤 남겠다 싶어 영남대를 과감히 지나갑니다. 임당역을 지나 교차로에서 U턴 후 차에 있는 주유 전용 카드로 휘발유를 채웠습니다. 얼추 18리터 넘게 들어가더군요. 가격은 약 3만 1천 원이 나왔습니다.
주유를 마치고 옥천고시원으로 향하는 데 도로 상황이 꽤 달라져 있었습니다. 원인 모를 정체로 영남대 진입 전 오거리에서 신호 흐름을 한 번 놓치고 맙니다. 예상 도착 시각이 1시 25분으로 늘자 슬슬 조바심이 났습니다. 다음 구간에 켜질 신호를 살피며 주변 교통 흐름을 따릅니다. 마지막 교차로를 뚫고 좌회전, 옥천고시원 앞 골목으로 차를 꺾어 들어가니 내비게이션 화면에 1시 26분을 띄웁니다. 도착 후 짐 정리를 하고 앱으로 반납 신청했더니 몇 차례 차 문이 잠기지 않아서 점점 급해지더군요. 1시 30분이 되어서야 차 반납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주행 요금은 7,380원(41km 주행, km 당 180원)이 나왔습니다. 선 결제한 대여료와 보험료(자기 부담금 5만 원)가 1만 7천 원 정도였던 점을 생각하면 꽤 저렴합니다. 주말이라 대여 단가가 높았음에도 대여료 75% 할인 회원 전용 쿠폰을 적용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음에도 카셰어링으로 드라이브한다면 쿠폰과 모아둔 포인트를 활용해 다른 차를 더 예약해봐야겠습니다. 시내 위주의 짧은 주행이라면 캐스퍼 터보를 한 번 더 빌릴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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