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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모건 커피라운지, '차(車)·차(茶)' 누리는 커피 전문점 본문
지난주 토요일(26일) 드라이브를 겸해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근처에 커피를 잘 내리는 가게가 있다고 해서 '모건 커피라운지'를 찾아갔습니다. 원래 아파트 단지 외곽에 위치한 감성 충만한 동네 카페였는데요. 두세 달 전 2층 규모로 확장 이전하며 자리를 옮겼습니다. 커피를 잘 내리는 스페셜티(Specialty) 전문점으로 입소문이 자자했는지 오후 3시가 훌쩍 지났음에도 차들이 주차장에 꽉 차 있었습니다.
건물 외곽은 노출콘크리트 공법으로 네모반듯하게 지어 통유리로 감싸고 검정 윤곽선이 강조돼 견고해 보였습니다. 싱글 오리진(단일 원산지 원두) 커피랑 차를 내리는 평범한 카페인데 건물 뒤에 워크베이 2개를 갖춘 자동차 경정비 시설도 보였습니다. 알고 보니 대구·경북 내 자동차 튜닝 브랜드 SHP랑 손 잡고 자동차 정비를 겸한 차(車)·차(茶) 라운지로 꾸며진 곳이었습니다. 차 맡기는 김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라는 의미였을까요?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 정기 휴무일은 없다는군요(연중무휴).
차를 대고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1층부터 2층 지붕까지 훤히 뚫려 있어서 개방감이 좋습니다. 바닥은 시멘트에 에폭시를 발라 마감한 듯 보였고 내벽과 간이 정리대,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 테이블 및 의자 색상은 흰색으로 맞춰서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지붕에 매달린 일자형 LED 형광등과 원형 LED는 주광색으로 환하게 빛나서 다른 카페보다 밝고 안락한 분위기였습니다. 스태프 및 바리스타 옷차림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볼 법한 세미 정장에 가까워서 뭔가 격식 있어 보였습니다.
자리를 잡고 뭘 주문할지 계산대 앞 메뉴판을 살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답게 드립 커피 종류가 다양합니다. 과테말라(균형적, 고소함, 단맛)랑 탄자니아(무거움, 짙은 초콜릿향, 약한 산미)는 맛과 향 특성이 익숙한데 산미가 뚜렷하기로 알려진 에티오피아 커피도 세 가지나 취급하더군요. 무게감이 가볍고 시큼한 맛, 꽃향기로 꽉 찬 예가체프 커피 종이 저렇게 또 나뉘나 싶어 신기했습니다. 대체로 산미가 있으면서 가벼우며 산뜻한 품종이 주를 이루는 모양이었습니다.
무난하게 접근하기 좋은 '과테말라 산 미구엘'로 주문을 넣었더니 아쉽게도 품절이었습니다. 비교할 대상을 찾다 눈에 들어온 '탄자니아 피나그로'로 주문을 다시 넣었습니다. 가격은 6천5백 원입니다. '디카페인 브라질'만 7천 원입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내리는 드립 커피보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을 바란다면 커피크림라떼(7천 원), 바닐라퐁당(7천5백 원, 아이스)을 추천드립니다. 티(Tea) 음료로는 제주말차라떼(8천 원)랑 요크셔밀크티(7천5백 원)가 괜찮습니다.
창가에 앉아 햇살을 쬐다가 어떻게 커피를 내리나 싶어 조용히 흘겨봤습니다. 바리스타 동선은 블루보틀처럼 넓게 트여 있었습니다. 어딘가 둘 곳이 많고 공간이 바듯하지 않아서 음료 레시피에 집중하기 좋아 보였습니다. 2층 난간 밑으로는 대형 모니터로 몇 번 고객의 음료가 준비됐는지 바로 알려줍니다. 새로운 위치로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카페인데 뭔가 체계가 잘 잡힌 듯했습니다.
몇 분이 흐르자 테이블에 놔둔 진동벨이 울립니다. 픽업하러 갔더니 붉은 쟁반에 놓인 커피 태그(Coffee tag)가 시선을 끕니다. 주문한 품종과 커핑 노트(맛, 향, 바디감 특성), 커피를 내린 바리스타명을 네임펜으로 적어 올렸더군요. 흡사 '커피 실명제'인가 생각이 들 만큼 섬세했습니다. 공장 굴뚝처럼 생긴 잿빛 머그컵에 장미 로고가 그려진 티슈까지 '깔맞춤'이 잘 돼 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기 전에 눈으로 먼저 마신 듯한 느낌이 듭니다.
향을 맡고 한 모금 마셔봅니다. 스타벅스에서 가끔 마셨던 오늘의 커피 자메이카보다 가볍고 깔끔했습니다. 향긋하면서 적당히 고소하고 입 안에 머금다 넘기면 개운해집니다. 다크 로스팅이 아닌 마일드(Mild) 커피를 즐기는 기분이었습니다. 새콤하고 떨떠름한 산미가 내키지 않았던 분들에게 권할 만하겠더군요.
트레이에 있던 속지를 펼쳐봤습니다. 중배전(하이 #65 혹은 시티 #55 단계) 로스팅된 싱글 오리진 커피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강배전(풀시티 #45 혹은 프렌치 #35 단계)해서 내리는 동네 카페보다 가볍고 향이 좀 더 잘 느껴졌던 이유가 이래서였나 싶습니다. 케냐 AA 위주의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나 카페 아메리카노, 중저가 커피 브랜드의 다크 아메리카노에 익숙했던 분들에게는 낯설지도 모릅니다. 샷 추가를 떠올릴 만큼 살짝 연하고 고소한 풍미가 덜하거든요.
온갖 향과 맛을 원하던 제 취향에는 잘 맞았습니다. '커핑(커피 감별)'하러 왔다가 멤버십 카드 만들고 선불로 3만 원을 채웠습니다. 웰컴 선물로 장미 로고가 그려진 보틀도 받았습니다. 매달마다 어떤 원두가 들어왔는지, 각종 프로모션과 혜택 내용을 카카오 채널로 알려주기도 하고요. 리유저블컵, 텀블러를 비롯한 MD 제품 주문 및 예약, 택배 발송까지 가능하다고 해서 생각보다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멤버십 등급은 브론즈,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네 가지로 나뉩니다. 3만 원부터 시작되는 브론즈만 해도 '커피 리필(드립 커피 한정)'이 됩니다. 라운지 옆 워크베이에 차를 띄워서 고장 부위를 살피는 무상 점검도 가능하죠. 실버는 누적 충전금이 5만 원~1백2십만 원 미만이면 승급됩니다. 결제금의 5%를 포인트로 채워주고 자동차 정비 시 공임 할인 7%도 적용됩니다. 골드(누적 충전금 1백2십만 원~2백만 원 미만)부터는 명절 선물도 챙겨줍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쓸지 모르겠지만 멤버십 서비스가 꽤 신박합니다(새롭고 놀랍습니다).
다가올 다음 주말에는 품절로 못 마셨던 과테말라 산 미구엘을 주문할 예정입니다. 밤 10시까지 운영된다고 하니까 저녁을 먹고 난 한적한 시각에 들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곳 커피를 온전히 즐기고 싶은 분들은 평일 중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주말에는 차를 대기 바듯해서 바로 옆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3분쯤 걸어갔습니다. 자동차 정비는 국산이든 수입이든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봐 준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한 번 예약 후 정비를 맡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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