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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커피명가 동명레이크, 커피 한 잔 하실까요? 본문
어제(6일) 집에서 차로 1시간쯤 걸리는 칠곡경대병원에 다녀왔더니 사나흘 입원해야겠다는 말에 마음이 헛헛해졌습니다. 거리가 멀어도 통원하며 검사를 받겠다는 예상을 빗나갔거든요. 넉넉잡아 두 달쯤 기다려야 입원 수속이 진행된다는 진료과 안내를 듣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어수선하고 복잡한 심정을 담아낸 듯 날씨는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공기는 차갑고 하늘은 흐렸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서 10분쯤 떨어진 동명저수지로 차를 몰았습니다. 늦오후 스산한 날씨 탓인지 주차장마저 한산합니다. 네 시 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해는 벌써 뉘엿뉘엿 넘어가며 저수지를 노랗게 물들였습니다. 대충 한 바퀴 돌면서 생각을 지우려다 차로 돌아왔습니다. 날이 저물며 어두워지고 배는 안 고픈데 뭔가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쉬고 싶었습니다. 팔공산 근처 카페를 알아보다 무심코 눈앞에 카페 하나가 보였습니다.
저수지 근처에서 노란 불을 켜기 시작한 '커피명가'였습니다. 경대병원 본원(대구 중구) 1층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으로 마셨던 '명가치노'의 맛과 향이 생각나 곧장 차를 세웠습니다. 커피명가는 딸기 케이크가 맛있기로 소문난 대구·경북 대표 카페로도 유명한데요. 커피명가 동명레이크점은 한티로 우측 밑으로 내려가야 보이는 곳이라 첫 방문이 쉽지 않습니다. 쉽게 찾아가는 방법은 부계 방면 구덕네거리에서 U턴 후 호반 레스토랑 바로 지나서 있는 우측 도로로 빠지면 됩니다. 주차 가능 대수는 스무 대 안팎이며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비스듬히 전면 주차로 나란히 세우면 됩니다.
건물은 2층 규모로 지어졌습니다. 외벽은 빨간 벽돌로 장식돼 있고 2층의 절반은 루프탑을 갖춰서 저수지를 바라보기 좋은 구조로 꾸며졌습니다. 기본 메뉴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5천 원, 명가치노, 카페라떼, 바닐라라떼는 5천5백 원, 말차명가치노는 6천 원입니다. 안쪽에는 스페셜티(Specialty) 등급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과테말라, 케냐, 에티오피아 등)랑 몇몇 베이커리 메뉴도 판매 중입니다. 하절기(여름)에는 오전 10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동절기(겨울)에는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엽니다.
실내는 대체로 단출합니다. 베이지와 브라운 투톤 위주로 꾸며져서 포근하고 따뜻합니다. 테이블 간격이 넓고 층고가 높아서 개방감이 좋고 대화를 나누기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2층은 둘러보지 못했지만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합니다.
커피는 전에 마셨던 명가치노로 주문했습니다. 음료 양은 레시피 특성상 스타벅스 톨(Tall)보다 적지만 맛과 향은 테이크아웃으로 마셨던 명가치노 그대로였습니다. 에스프레소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 차가운 생크림에 시나몬 파우더가 가미된 음료입니다. 명가치노는 커피명가만의 커스텀 레시피로 만들어진 카푸치노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커피잔을 집어 향을 맡고 조금씩 맛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생크림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부드럽다가 시나몬 향이 코끝을 희미하게 스칩니다. 복잡한 마음을 잊게 만드는 맛이랄까요. 잔을 가볍게 흔들어 크림이 녹기를 기다립니다. 잠시 놔뒀다 마시면 카페라떼와 카페모카의 중간쯤 되는 맛으로 바뀝니다. 커피 고유의 고소한 풍미는 남아있으면서 무겁지는 않고 단맛이 살짝 감도는 느낌입니다. 몇 차례 기분 좋게 커핑(Cupping)을 하다 잔을 내립니다.
동명저수지 앞 커피명가는 커피를 음미하며 조용하게 머물다 가기 좋았습니다. 최근 대구에서 경산으로 확장 이전한 본점 '커피명가 본(경북 경산시 압량읍 임당로 230)'은 아직 들르지 못했지만 주말에 찾아가기는 매우 벅차지 않을까 싶더군요. 저처럼 혼자서 드라이빙을 하다 차분히 생각 정리를 하거나 친구나 연인끼리 오붓한 대화를 하기엔 본점보다 '커피명가 동명레이크점(경북 칠곡군 동명면 한티로 115-22)'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에서 좀 멀더라도 말이죠.
언젠가 동명지수변공원을 들르거든 꼭 한 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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