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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3회 차, 동돌비 관람 후기 본문

낙서장

더 퍼스트 슬램덩크 3회 차, 동돌비 관람 후기

커피스푼 2023. 1. 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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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무렵 동대구역에 다녀왔습니다. 이유는요...
자정 무렵 동대구역에 다녀왔습니다. 이유는요...

가로등 불빛 만이 초롱초롱 빛나던 밤 11시,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경산역에서 무궁화호 막차를 타고 10분 남짓 걸려 도착한 이곳은 동대구역입니다. 혼자서 밤늦게 동대구역에 찾아간 목적은 뚜렷했습니다. 동돌비로 유명한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상영관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감상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롯데시네마 대구율하점에서 2D 자막판, CGV 대구스타디움에서 2D 더빙판을 봤으니까 이번이 슬램덩크 3회 차 관람이 되겠군요.

 

 

참조 글 :

2023.01.06 - [낙서장] -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상평, 추억은 거들 뿐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상평, 추억은 거들 뿐

어제(5일) 늦은 오후, 영화관에 다녀왔습니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 님의 슬램덩크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90년대를 주름잡던 TV판 애니메이션에서는 천진난만한 강백호가 주인

spoon-tea.tistory.com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동돌비로 보면 어떨까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동돌비로 보면 어떨까요?

2회 차 관람으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흐름을 어느 정도 꿰뚫던 제겐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일반 2D 스크린보다 또렷한 화질과 화사한 색감, 깊은 공간감을 나타낸 사운드로 이노우에 다케히코 님의 농구 영화를 즐기고 싶었습니다. 이 작은 바람을 채워줄 욕망의 항아리 같은 존재가 바로 '돌비 시네마(Dolby Cinema)'였습니다. 돌비 비전(HDR 영상)과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사운드를 모두 만족하는 프리미엄 등급 상영관으로 보면 됩니다.

 

 

메가박스 대구신세계(동돌비)로 향하는 입구는 이쪽입니다.
메가박스 대구신세계(동돌비)로 향하는 입구는 이쪽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동돌비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돌비 시네마 상영관'의 줄임말 표현이라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유사 단어로는 '대돌비(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남돌비(남양주 현대아울렛 스페이스원)'도 있습니다. 전국에 돌비 시네마 상영관이 코돌비(코엑스), 안돌비(스타필드 안성)를 포함해 다섯 군데밖에 되지 않아서 이와 같은 예명으로 불리고 있죠. 슬램덩크보다 앞서 개봉한 아바타 : 물의 길의 경우 연말을 맞아 쉬지 않고 영사기를 돌렸다는 설도 들립니다.

 

 

돌비 시네마는 제휴 할인이 거의 안 되니까 오픈마켓으로 삽니다.
돌비 시네마는 제휴 할인이 거의 안 되니까 오픈마켓으로 삽니다.

돌비 시네마 관람료는 일반 2D 상영관 대비 4, 5천 원 더 비쌉니다. 돌비 시네마를 독점 운영하는 메가박스의 경우 관람료는 1만 9천 원 정도 됩니다. 메가박스 앱-스토어 메뉴에서 돌비 시네마 관람권을 따로 사면 1만 7천 원으로 소폭 떨어뜨릴 수 있지만 제휴 할인은 거의 안 먹힙니다. 카드사 제휴 포인트를 활용하고 싶으면 옥션이나 G마켓처럼 오픈 마켓에서 동일가로 판매 중인 모바일 관람권을 구해서 우회 활용하는 편이 수월합니다.

 

 

동돌비에서 볼 슬램덩크를 예매하던 화면입니다.
동돌비에서 볼 슬램덩크를 예매하던 화면입니다.
동돌비의 좌석 배치는 대략 이렇습니다.
동돌비의 좌석 배치는 대략 이렇습니다.

동돌비의 좌석 구조는 기존의 2D 상영관이랑 좀 달랐습니다. 10행(A~J열) 22열(1~22번) 구조로 21 대 9 파노라마 형태에 가깝습니다. 일반적 비율의 직사각형 상영관보다 폭이 넓은 대신 앞뒤 간격은 다소 좁게 느껴졌습니다. 착석감은 일반 직물 시트로 채워진 2D 상영관보다 소폭 낫습니다. 무난한 인조가죽 소파에 앉는 느낌입니다. 팔걸이도 블랙 원톤으로 가죽 감싸기 장식을 해놨더군요. 포근하기보다는 적당히 편안한 수준입니다.

 

좌석 배열은 작은 콘서트홀처럼 완만한 타원을 이루며 실내조명은 2D 상영관 대비 다소 어둡습니다. 좌우 벽에 깔아 둔 블루 앰비언트 말고는 좌석 번호가 잘 안 보입니다. 앞 좌석 뒤에 박힌 번호로 내가 앉을 좌석이 어딘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동돌비의 경우 한가운데 좌석은 11번과 12번 라인이며, 공간감이 잘 느껴지는 라인은 E~G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날 심야 관람으로 잡은 좌석 위치는 D열 11번 좌석입니다.

 

 

메가박스 간판이 걸린 출입구로 입장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내리면 됩니다.
메가박스 간판이 걸린 출입구로 입장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내리면 됩니다.
상영관 규모와 숫자는 다소 적은 편이었습니다.
상영관 규모와 숫자는 다소 적은 편이었습니다.

예정된 영화 시작 시각은 밤 12시 20분이었습니다. 11시 40분에 동대구역 주변 야경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동대구역환승센터 우측에 난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간판을 따라 출입문을 밀고 들어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올라가니 바닥에 상영관 찾아가는 길을 그렸더군요. 안내 표지를 따라 들어간 매표소는 탁 트인 느낌을 주던 다른 영화관이랑 좀 달랐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이 포함된 멀티플렉스형 건물이라서 영화관 내 규모는 롯데시네마 대구율하점을 반토막 낸 듯 아담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람 직전 받아온 A5 프레임 이미지 보드입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람 직전 받아온 A5 프레임 이미지 보드입니다.

시각은 11일 자정을 막 지나고 있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돌비 시네마 상영관으로 바로 입장해도 됐지만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었습니다.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상영관 특전(한정판 굿즈)인 슬램덩크 프레임 이미지 보드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지난 7일부터 선착순으로 나눠준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봅니다. 예매된 더 퍼스트 슬램덩크 모바일 티켓을 보여주니 구석에서 A5 규격의 프레임 카드를 꺼내주셨습니다. 며칠 새 슬램덩크 열기가 후끈했는지 몇 장 안 남은 걸로 보이더군요. 귀중한 기념품을 손에 넣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돌비 시네마 상영관은 9층 바로 우측에 있었습니다.
돌비 시네마 상영관은 9층 바로 우측에 있었습니다.

싱글벙글하던 마음을 가다듬고 에스컬레이터를 탔습니다. 상영관은 9층 바로 오른쪽이었습니다. 안쪽 벽에는 아바타 : 물의 길 포스터로 채워져 있었고 입구 왼쪽에 영문으로 표시된 돌비 시네마 블록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입구 안쪽까지 푸른 조명으로 밝혀놔서 생소한 느낌이 들더군요. 수족관에 난 터널로 걸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측 벽에 붙은 좌석 안내도를 보고 돌비 시네마 상영관 안으로 들어섭니다.

 

 

영화 시작 20분 전 돌비 시네마 상영관의 모습입니다.
영화 시작 20분 전 돌비 시네마 상영관의 모습입니다.

개방감은 일반 2D 상영관보다 좋았습니다. 층고가 높고 좌우 벽에 블루 LED 간접 조명으로 앰비언트 장식을 해놔서 탁 트인 느낌을 주더군요. 내부가 어두워서 스피커 위치와 규모를 다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갈수록 고음이 선명하고 뒤로 갈수록 저음으로 쿵쾅대는 타격감이 큰 구조로 추정됩니다. 스크린 너비는 일반 2D보다 30% 더 넓게 보였습니다. 일반 상영관에서 멀게 느껴지던 스크린이 조금 더 가깝게 설치된 느낌이고 커브드 모니터처럼 완만한 굴곡이 느껴집니다. 영화 시작 전 광고가 흐를 때 레터 박스 없이 화면을 꽉 채워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시작 전 안내되던 돌비 시네마 영상입니다(출처 : 돌비 코리아 유튜브 채널, 3분 9초).

돌비 시네마의 공간감은 영화 시작 직전에 틀어주는 샘플 영상에서 발휘되더군요. 앞에서 네 번째 줄이라 그런지 전방에서 전하는 고음은 선명히 잘 들리는데 180도를 넘어가는 뒤쪽의 저음 타격감은 약간 모자랐습니다. 돌비 비전 규격을 준수하는 HDR 화면 설명에서는 "네가 보던 블랙은 블랙이 아니다. 이게 찐 블랙이다"라며 보여주기식 레퍼토리를 펼치더군요. 대기업 OLED 4K TV의 HDR10 만큼 색 재현력이 뛰어나고 명암 대비 영역이 평소에 보던 2D 스크린보다 넓어 보였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 컷 중 일부 장면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 컷 중 일부 장면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영화 도입부의 화질은 2D 스크린을 적당히 잡아 늘린 정도였습니다. 색 계조가 넓어서인지 등장인물의 외곽선과 필체가 뚜렷하게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목소리 해상력이 좋아서 인물 간 대화는 바로 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잘 들리고요. 볼을 만지고 튀기는 장면에서의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다소 강렬하다고 느꼈던 장면은 인물 스케치와 타이틀이 드러나는 씬이었습니다. 일렉기타 중심의 현란한 배경음악과 두툼한 종이 뭉치에 뾰족한 연필을 빠르게 긋는 듯한 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스크린이랑 가까운 좌석이라서 저음 임팩트가 약할 줄 알았는데 발판이 살짝 떠는 정도의 울림은 있더군요. 볼륨은 전체적으로 체감상 20% 큰 편이었습니다.

 

 

극중에 서태웅이 볼을 잡던 장면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극중에 서태웅이 볼을 잡던 장면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농구 시합 중 볼을 튀기는 장면에서 들리는 타격음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북산고 입장에서 산왕공고 농구부원들의 단체 응원이 얄밉게 보일 만큼 현장감 재현이 잘 돼 있었습니다. 송태섭의 드리블로 치고 나가는 연출, 정우성을 앞에 둔 서태웅의 빠른 몸놀림이 2D 스크린으로 봤던 것보다 생생했습니다. 농구공이 링 앞에 툭 걸리는 소리, 볼이 백보드를 맞고 튀는 소리, 정대만의 오른손 스냅으로 볼이 날아가며 그물을 매끄럽게 가르던 순간의 소리까지 깔끔했습니다. 일반 2D 스크린으로 n차 관람했더라면 느슨한 긴장으로 일부 장면을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채치수와 강백호가 나란히 등장하던 스틸 컷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채치수와 강백호가 나란히 등장하던 스틸 컷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볼을 잡다가 더블 드리블로 초짜 티를 팍팍 내던 강백호의 모습은 아는 장면인데도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골밑을 든든히 지키며 신현철에 맞서던 채치수의 독백(혼잣말)과 심호흡, 2인 밀착 수비에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하던 송태섭의 모습, 화제가 바뀔 때마다 흐르던 배경음악이 작품의 분위기를 마구 들었다 놓습니다. 대략적인 슬램덩크의 줄거리를 알지 못하던 사람들도 돌비 시네마 상영관에서 작품을 만난다면 단번에 훅 빠져들지도 모릅니다. 사운드 장악력이 2D 스크린이 전달하던 일반 돌비 디지털 사운드랑은 비교가 안 됩니다.

 

 

포인트 가드 송태섭이 등장하던 장면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포인트 가드 송태섭이 등장하던 장면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정대만, 서태웅, 송태섭, 채치수, 강백호가 결의를 다지던 장면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정대만, 서태웅, 송태섭, 채치수, 강백호가 결의를 다지던 장면입니다(출처 : slamdunk_movie_kr,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송태섭이 드리블로 2인 압박을 돌파하던 극적의 순간은 무엇보다 짜릿했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들리는 "태섭아, 뚫어!"라는 외마디 외침은 스트롱 사이다를 쉴 새 없이 들이켠 듯한 청량감을 줍니다. 경기 시간 1분이 남던 순간 결의를 다지며 모든 에너지를 불태우던 장면, 24초를 남기며 시작된 무음 연출 전달력은 돌비 시네마에서 막강해집니다. 숨 쉬는 소리조차 내면 안 될 것 같은 긴박감이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일반 2D 스크린으로 슬램덩크를 보셨던 분들은 알 겁니다. 어떤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지를요.

 

영화가 끝나고 크레디트가 오르는 동안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타이틀 화면에서 흐르던 강렬한 그 음악을 쭉 듣고 싶었거든요. 미리 잠을 자 두지 못해 피곤한 상태인데도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일반 2D 스크린이었으면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자마자 아는 타이틀 곡이니까 쿨하게 나갔을 텐데 돌비 시네마 상영관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같은 곡이라도 마치 다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요.

 

 

n차 관람하다 특별한 자극이 필요하면 돌비 시네마 상영관으로 즐겨 보세요.
n차 관람하다 특별한 자극이 필요하면 돌비 시네마 상영관으로 즐겨 보세요.

저처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n차 관람하고 계시다면 꼭 돌비 시네마 상영관에서 한 번 작품을 감상해 보길 바랍니다. 고음을 선명하게 듣고 싶다면 앞쪽 가운데로, 강력한 존재감의 저음을 좋아하면 뒤쪽 가운데로 좌석을 잡고 명당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동돌비에서 슬램덩크를 보실 계획이라면 E~G열 한가운데를 추천드립니다. 관람 후 A5 크기로 나오는 프레임 카드가 만일 재고로 남아 있다면 잊지 말고 꼭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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