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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씨네큐 대구이시아점, 슬램덩크를 누워서 본다? 본문
어제(18일) 씨네큐 대구이시아점을 다녀왔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3주 차 특전이 풀리기 시작한 대구 지역 영화관입니다. 집에서 939번 버스로 CGV 대구한일 건너편까지 갔다가 맞은편에서 급행 6번 버스로 삼십 분쯤 더 가면 영화관이 입점한 롯데아울렛 이시아폴리스를 마주하게 됩니다. 버스로 가는 데만 한 시간 반쯤 걸렸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낮 1시였습니다. 원래 낮 12시 45분 5관에서 첫 상영될 슬램덩크 더빙판을 보기로 했는데요. 외출 준비가 길어져서 포기하고 오후 2시 20분 7관에서 틀어주는 슬램덩크 자막판으로 예약을 다시 잡았습니다. 넉넉잡아 한 시간쯤 여유가 생겨서 씨네큐 대구이시아점이 어떤 곳인지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롯데아울렛 우측에 난 인도를 걷다가 왼쪽에 난 출입구로 들어가 봅니다. 1층과 2층에는 평소 들어본 아웃도어랑 스포츠의류, 캐주얼 신발 브랜드가 보였고 3층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왼쪽 위로 씨네큐 건물이 보였습니다. 위치를 따라가니 전방에 에스컬레이터가 보입니다. 에스컬레이터가 1층에서 3층까지 톱날(지그재그)식으로 이어져서 찾아가기 쉽더군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 왼쪽에 난 입간판을 살펴봅니다. 씨네큐 대구이시아점의 평일 관람료는 기존 1만 4천 원에서 1만 1천 원으로, 주말(토, 일, 공휴일) 관람료는 1만 5천 원에서 1만 2천 원으로 낮췄다는군요. 당일 관람권이 있으면 대구 지역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으로 잘 알려진 커피명가에서 10% 할인이 됩니다. 씨네큐가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보다 이름이 덜 알려진 영화관이니까 주변 상권이랑 뭉쳐서 이름을 적극 알리는 모양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에 왔습니다. 왼쪽 출입구로 곧장 들어가려는데 곳곳에 세워진 홍보 게시물이 제 발길을 세웁니다. 1십만 원에 판매 중인 무비패스(Movie Pass)는 영화 관람권 열 장에 프로모션으로 석 장을 더 준다고 합니다. 열 장은 온오프라인 어디든 쓸 수 있는데 프로모션 관람권 석 장은 대구이시아점 현장에서만 쓸 수 있더군요. 주차비는 차량번호 등록 시 세 시간 반 동안 무료입니다(롯데아울렛 주차장 기준).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실내 꾸밈과 색채, 주변 장식은 3대 영화관 중 CGV와 비슷했습니다. 천장과 바닥은 진회색, 벽면과 기둥은 원목 느낌의 색으로 꾸몄습니다. 정면에는 리클라이너 좌석에 편히 기댄 곰인형과 몇 가지 입간판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습니다. 씨네큐 멤버십으로 회원 가입하면 스틸 컷이 담긴 특별 한정 티켓이나 영화 포스터를 나눠주고 예매 시 포인트도 10% 채워준다는 내용들이 즐비하더군요.
씨네큐 대구이시아점은 참고할 제휴 할인 내용이 많아서 읽을 만했습니다. 군인, 경찰, 소방 공무원은 평일에 동반 3인까지 1인 당 8천 원, 주말에는 9천 원, 매점에서 콤보 세트를 사면 2천 원이 할인됩니다(1인용 세트 제외). 대구시 소속 공무원은 동반 1인까지 2천 원 할인되는데 대구 동구 소속 공무원이면 네 명까지도 됩니다. 코스트코나 의사협회 임직원도 동반 1인까지 2천 원, 코레일 임직원은 동반 3인까지 3천 원, 영남대 정치행정대 출신의 학우는 동반 3인 영화 할인 말고도 콤보 세트 3천 원 할인 혜택까지 얹어줍니다. 혜택 폭이 관광서랑 사회 기반 시설 담당으로 집중돼 있군요.
흥미를 끌던 내용은 따로 있었습니다. CGV의 향수를 느꼈던 이유가 적혀 있었거든요. 작년(2022년) 1월 17일까지 CGV랑 가맹 계약을 맺고 운영하다가 이튿날인 1월 19일부터 씨네큐 브랜드로 바뀌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이면 씨네큐 대구이시아 오픈 1년째가 되는 날인데 홍보는 아직 덜 됐나 봅니다. 보통 1만 4천 원, 1만 5천 원하는 2D 영화 관람권보다 3, 4천 원 낮은 가격에 '진짜' 선베드처럼 누워도 되는 리클라이너 좌석을 모든 상영관에 채웠다고 하니 살짝 기대됩니다.
안쪽 로비 구성은 단출합니다. 정면 왼쪽에는 영화 관람권을 끊거나 굿즈를 나눠주고 오른쪽에는 매점으로 운영됩니다. 우측 기둥 옆으로는 티켓 발권용 키오스크 두 대가 보였습니다. 저처럼 씨네큐 앱으로 예매했다면 왼쪽 아래의 예매 티켓 출력, 예매 번호로 조회를 터치한 뒤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예매번호를 누르면 됩니다. 생년월일, 휴대폰번호로 티켓을 찾던 세 번째 버튼으로는 오류가 나서 안 되더군요.
예매 내역 확인 후 티켓 출력 버튼을 건드리면 종이 티켓이 출력됩니다. 티켓은 우측 밑으로 길게 뽑혀 나오는데 화면에 표시된 내용보다 2~3초 늦게 나옵니다. 티켓이 나온 위치를 LED로 깜박거리게 하면 더 쉽게 알 텐데 처음에 '왜 안 나오나' 투입구 주변을 살폈던 게 떠오르네요.
씨네큐 영화 입장권은 이렇게 나옵니다. CGV에서 끊어주던 종이 티켓보다는 길고 롯데시네마 영화표랑 길이가 비슷했습니다. 관람 포인트는 영화관 입구에 안내된 내용대로 결제액의 10%인 1천1백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메가박스 돌비시네마 영화표를 끊었을 땐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바람에 달랑 50포인트 밖에 차지 않았는데 씨네큐는 포인트 인심이 후합니다. 열 번 보고 나면 정가로 한 편 더 볼 수 있겠군요.
티켓을 끊고 기둥이 서 있는 쪽을 둘러보니 슬램덩크 3주 차 특전 내용이 보였습니다. 씨네큐는 신도림, 경주 보문, 전주 영화의 거리, 대구이시아, 청라 등 다섯 곳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A3 포스터를 나눠주는데요. 대구 지역 통틀어서 3주 차 특전을 나눠주는 곳은 롯데시네마 대구율하점을 포함해 단 두 곳 밖에 안 됩니다.
이날 슬램덩크 보러 간 관객 중 일부는 포스터를 수집할 동기로 종이백이나 가방을 챙겨 왔더군요. 포스터는 슬램덩크 관람 전후에 관계없이 영화 입장권만 있으면 나눠줍니다(안내 데스크에서 직접 확인한 내용임). 종이 티켓에 인증 도장(굿즈를 받아갔다는 표시) 쾅 찍히는 순간 환불은 안 됩니다.
매표소 창구 안쪽에는 씨네큐 할인 적립을 안내하던 온갖 내용들이 보였습니다. 카카오톡 플친(플러스 친구 계정명은 '씨네Q 대구이시아'), 인스타그램 계정(@cineq_daeguesia)을 팔로우하면 개봉 예정작 사전 안내를 더 빨리 받는다던지, 전용 프로모션 혜택을 누린다던지 하는 평범한 바이럴(입소문내기) 정도로 보였습니다. 현대카드 M 포인트, 비씨카드 BC TOP 포인트, 하나, 국민, 농협카드 포인트는 영화관 현장에서만 차감되는 구조더군요. 오프라인 결제 할인 수용 폭은 3대 영화관 대비 소폭 좁으나 기본 관람료가 저렴하니까 어느 정도 수긍은 됩니다.
상영관은 1관에서 7관까지, 입장 동선은 복도식으로 한 줄로 길게 이어진 구조였습니다. 3번 상영관을 지나면 우측에 어린이 전용 시트로 채워진 3층 수납장이 보입니다. 5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이라면 꼭 필요하겠군요. 관람 후에는 원 위치로 정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앉은자리 그대로 두고 나가면 됩니다. 중간에 음료 자판기도 있으니 목이 마를 것 같으면 뽑아가셔도 됩니다.
쭉 걸어서 7번 상영관에 왔습니다. 매표소에서 한참 멉니다. 좌석 배치는 6행 10열, 휠체어 장애인석 1석을 포함한 61석으로 운영됩니다. 출입 통로는 매우 어두워서 스마트폰 LED 손전등이 살짝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A행 진입 전까지 계단 높이가 정강이 단위로 높고 A행을 지나면서부터는 발목 높이로 낮아지며 성큼성큼 오르게 됩니다. 어림 잡아 둘러본 앞뒤 간격은 대략 2m, 좌우 간격은 30cm 내외입니다(가운데 열 기준).
네 번째 D행에 앉아 본 시점은 대략 이 정도 됩니다. 스크린 크기는 일반 2D 영화관 대비 조금 작고 스피커는 스크린과 가까운 천장에 집중 배치된 형태였습니다. 좌우와 뒤쪽 벽면 위쪽에 작은 위성 스피커를 여럿이 둘렀는데 음질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대부분 천장과 가까운 쪽에 설치돼서 고음에 비해 저음 밸런스는 좀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똑바로 세운 리클라이너 좌석의 기본 쿠션감은 빼어납니다. 거실에 둔 직물 소파보다 밑으로 푹 꺼지는 깊이감이 남다릅니다. 저보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여유가 느껴질 만큼 폭이 여유롭습니다. 고풍스러운 느낌을 낸 가죽 소파의 평균을 웃돕니다. 앉은키가 큰 성인의 목덜미를 잘 받칠 정도로 포근합니다.
리클라이너 가동 범위는 얼마나 될까요? 팔걸이(암레스트) 왼쪽에 달린 위쪽 버튼을 누르면 모터 소리와 함께 선베드처럼 펼쳐집니다. 하체를 먼저 위로 들어 올렸다가 나중에 속도를 반토막 내며 등받이를 천천히 따라 눕힙니다. 원 위치할 때는 뒤쪽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28인승 우등 고속버스의 독립형 시트보다 다리 하중이 덜 가며 등받이 눕힘 각이 커서 편합니다. 최대로 눕히면 미용실에서 머리 감겨줄 때 눕히던 그 좌석만큼 눕혀집니다. 보통의 자동차용 전동 시트보다 움직임이 빠른데 소음은 다소 있는 편입니다. 모바일 기기 충전용 USB는 A-타입으로 배치됩니다(고속 충전 여부는 모름).
D행 기준 리클라이너 좌석을 최대로 눕히면 스크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밑으로 뚝 떨어져서 불편해집니다. 눕는 자세를 바꾸거나 리클라이너 각을 살짝 올려주는 식으로 높이를 적당히 맞춰야 합니다. 키 180cm 안팎의 성인 기준으로는 신발 뒤축까지 부드럽게 잘 받치니까 편안합니다. 바로 앞사람이 좌석을 똑바로 한 상태라도 기본 높이차가 크고 간격이 멀어서 안 닿습니다.
진짜로 누워서 슬램덩크 자막판을 본 소감은 어땠을까요? 전날 새벽 늦게 잠을 청했던 터라 중반부 들어서 눈꺼풀이 살짝 무거워지더군요. 여태 슬램덩크 N차 관람하면서 이렇게 편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스크린은 일반 2D 상영관 대비 10~20% 작게 보이는 점은 그럴 수 있다 싶은데 청각적 만족도는 좀 떨어집니다. CGV 대구스타디움보다는 낫고 롯데시네마 대구율하점보다는 못합니다.
원인은 '사운드 포인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스크린과 가까운 천장에 스피커가 집중 배치돼 다소 멀리서 사운드가 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송태섭이 볼을 바닥에 튀기며 움직이던 일부 장면의 소리는 뭉개져서 해상력이 좋지 않더군요. 타이틀 화면에 등장하는 일렉 기타의 소리, 등장인물 간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잘 들리는데 저음 타격감이 약합니다. 화질 만족, 귀르가즘을 둘 다 원하는 분들은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상영관이 더 좋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명장면으로 꼽는 무음 연출은 그나마 몰입이 잘 됐습니다. 송태섭이 편지지에 "살아있는 게 저라서 죄송합니"까지 쓰고 종이를 구겨 버리던 장면에서 느꼈을 복합적 감정, 산왕공고 전에서 겪던 존 프레스(압박)가 사실은 송준섭(형) 역할을 대신하게 된 송태섭의 압박감도 얽히지 않았을지 돌이켜 보게 되더군요. "위안을 달래던 농구를 계속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엄마"라고 읊던 송태섭의 독백 처리는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울컥하게 만듭니다.
어설픈 리클라이너 말고 진짜 누워서 작품을 보고 싶은 분은 씨네큐 대구이시아점을 추천드립니다. 대중교통 접근성은 롯데아울렛 바로 맞은편의 메가박스처럼 현저히 떨어지지만 차로 다녀왔을 때 만족도가 높습니다. 메이저급 영화관보다 기본 관람료가 저렴하면서 진짜 누워서 볼 수 있으니까 '가성비가 좋다'라고 느낄지 모릅니다. 대신 시청각적 만족도는 개인에 따라 떨어질 수 있습니다.
슬램덩크 3주 차 특전은 무사히 받아왔습니다. 맨 처음 벽보에 붙던 A3 포스터를 받게 되니 흐뭇해지더군요. 예닐곱(6~7) 시간을 통으로 쓰고 온 일정이라 솔직히 피곤한데요. 늘 가던 롯데시네마 대구율하점 대신 특별한 경험을 한 값으로는 잘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관람료가 저렴한 데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씨네큐 대구이시아점은 '누워서 영화보기 가능'한 곳이니까 그것만으로도 구매력은 높다고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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