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설탕 한 숟갈
메간 영화 보고 왔습니다 본문
어제(25일) CGV 대구스타디움에서 영화 '메간(M3GAN)'을 보고 왔습니다. 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 '제이디', 장난감 회사의 로봇 엔지니어 '젬마(제이디의 이모)', 프로토타입으로 개발하던 AI(인공지능) 로봇 '메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장르는 의외로 호러, 스릴러에 속한 작품이더군요. 영화 속 어떤 존재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걸까요?
폭설이 내리던 어느 날, 제이디 가족은 SUV를 이끌고 길을 나섭니다. 제이디는 젬마가 선물로 보낸 펫츠(애완 로봇)를 뒷좌석 옆에 나란히 앉혀서 재잘거리고 있었죠. 달리던 차가 움찔거리자 운전석 옆에 있던 엄마가 타이어에 체인을 채웠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집니다. 아빠는 멀지도 않은데 굳이 그럴 필요 있냐며 계속 차를 몹니다. 잠시 후 사방이 보이지 않는 화이트아웃(whiteout) 상황에서 엄마는 차를 당장 세우라고 합니다. 눈발이 걷히는 대로 다시 출발하자고 진정시키던 순간 거대한 제설차가 덮칩니다. 순식간의 사고로 아빠 엄마를 잃은 제이디는 슬픔에 잠길 새 없이 젬마와 같이 살게 됩니다.
상황이 갑작스럽긴 젬마도 마찬가지입니다. 펫츠의 유사품이 경쟁사에서 반값에 출시되자 상사 '데이비드'가 노발대발합니다. 보급형으로 선보일 펫츠 시제품을 금요일 안으로 당장 만들어 오라는 지령이 떨어집니다. 안 그래도 일이 바쁜데 화초조차 제대로 못 돌보던 젬마가 언니의 딸 제이디를 양육하게 됐으니 막막할 밖에요. 이모 집에서 살게 된 제이디는 누가 봐도 마음의 안정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가정 방문을 온 제이디의 심리 치료사는 심리적 유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젬마의 회사에서 두세 번 더 지켜보겠다고 말합니다.
착잡해진 젬마는 밤늦도록 창고에 틀어박혀 상사가 내 준 숙제를 마지못해 합니다. 펫츠의 얼굴을 몇 차례 바꾸는 시늉으로 시간을 보내던 그때 잠옷 차림의 제이디가 다가옵니다. "이모, 안 자?"로 안부를 묻더니 창고 한 구석에 놓였던 젬마의 로봇을 보게 됩니다. 젬마는 대학 시절 프로젝트로 개발한 로봇 '트루디'를 소개하며 제이디와 잠깐 놀아줍니다. "트루디처럼 나랑 놀아줄 로봇이 있으면 다른 장난감은 없어도 돼"라는 제이디의 말을 듣고 젬마는 뭔가 떠오른 듯 회사 몰래 시제품으로 개발하던 AI 로봇을 기필코 만들고 맙니다.
키 120cm의 성장형 안드로이드 로봇. 바로 '메간'입니다. 20년 전 영화 "아이, 로봇"에서 봤던 USR의 신제품 NS6가 떠오르더군요. 손바닥에 제이디의 손가락이 닿으면서 주인 등록이 시작됩니다. "안녕, 메간. 나는 제이디라고 해."라고 말하자 메간은 제이디의 얼굴을 인식하며 감정 상태를 분석합니다. 메간과 실험실 탁상에 나란히 앉은 제이디는 메간이 그려주는 그림을 보며 신기해하며 호감을 느낍니다. 젬마와 같이 상황을 지켜보던 데이비드는 함께 비즈니스를 벌이자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합니다. 회사 사장 그렉과 VIP들의 환심을 사야 한다며 비공개 시연회를 요구했죠.
젬마는 집에서 혼자 지낼 제이디의 마음 안정을 위해 메간과 같이 지내기로 합니다. 날이 화창한 어느 날, 제이디가 장난감 활을 쏘던 중 화살 하나를 흘렸다며 메간에게 찾아달라고 말합니다. 바닥을 스캔하던 메간이 구멍 난 울타리 사이로 떨어진 화살을 발견하며 머리를 집어넣자 옆집 개가 메간의 목을 물어뜯습니다. 메간을 꺼내려던 제이디가 옆집 개에게 팔이 물리며 비명을 지르자 창고에서 일하던 젬마가 깜짝 놀라 마당으로 뛰쳐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메간은 옆집 개를 "제이디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로 학습하게 됩니다.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찾아옵니다. "개를 안락사시킬 방법이 없냐?"는 젬마의 물음에 경찰관은 "울타리를 고치는 수밖에 없다"라며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메간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메간은 옆집 아주머니 목소리로 옆집 개를 불러냅니다. 구멍 난 울타리로 몸을 집어넣던 개는 어떻게 됐을까요? 그다음 장면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제이디 곁에 메간이 따라붙으면서 사고사와 살인이 몇 차례 이어집니다. 메간에게 한쪽 귀를 뜯긴 사내아이가 숲에서 겁에 질려 도망치다 차에 치이고 개를 애타게 찾던 옆집 아주머니한테 현재 위치에서 어느 방향으로 몇 m 깊이에 묻혀있는지 친절히(?) 일러주면서 창고에 있던 연장과 호스로 물을 쏘기도 합니다. 잠재된 위협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이룬 셈이죠.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관들이 젬마의 집을 방문해 알리바이를 캐묻자 젬마는 메간을 의심하게 됩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였죠. 뭔가 결단을 내린 듯 메간을 테이프와 뽁뽁이로 칭칭 감아 트렁크에 싣고 회사로 갑니다.
위 스토리의 결말은 뻔합니다. 글로벌 공식 발표회 당일, 메간은 점차 인간의 존재를 부정하는 단계로 성장하고 맙니다. 연구실을 뛰쳐나와 젬마를 압박하던 데이비드와 회사 내 기밀을 빼돌리던 커트를 없애고 젬마의 집을 향해 곧장 달려갑니다. 자신을 꽁꽁 묶던 창조주를 향한 복수라고나 할까요? 스토리텔링이 치밀하지 않아서 절정으로 향하는 긴장이 잘 안 느껴졌습니다. 어디서 본 듯 만 듯한 장면들이 머리를 스치곤 했거든요. "숨은 가족이 하나 더 있다"라고 노렸던 반전도 확 끌리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띄엄띄엄 본 사람도 충분히 예상했을 겁니다.
메간의 별 평점을 매긴다면 5점 만점에서 3~3.5점 정도 됩니다. 20년 전의 "아이, 로봇"에서 몇몇 장면을 따서 넣은 듯한 느낌은 이해할 만한데 스토리텔링이 밋밋했습니다. 메간이 비공개 VIP 시연회에서 북받친 제이디의 감정을 추스르던 연출은 나쁘지 않은데 숲에서 시비 걸다 메간의 물리치료(?)와 네 발 추격에 겁먹고 차에 치인 연출은 그냥 그랬습니다. 창조주에게 버림받고 악역으로 싹 바뀐 메간이 마지막에 뭔가 보여주나 싶었는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이 빠져 버렸습니다. 뒷자리에서 영화를 보던 일부 관객들도 헛웃음을 짓더군요. "좀 어이없는 전개였다"라는 방증이겠죠?
컨저링 같은 공포는 1도 느낄 수 없으니 그냥 내려놓고 보시길 바랍니다. 예고편은 그저 예고편일 뿐. 언젠가 영화 '메간'은 공중파 명절 특선 영화로 수집되겠군요. 적어도 올해 설 연휴에 방영된 K-작품 '특송(배우 박소담의 5분짜리 자동차 액션이 전부인 작품)', '발신제한(배우 조우진의 연기력에 반비례하는 어설픈 GV80 광고, 부산 해운대라는 무대가 아까움)'보다는 낫습니다. 팝콘 먹으면서 킬링타임(시간 때우기)용으로 볼 작품을 찾고 있었다면 메간은 그냥 볼 만합니다.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섭 영화 보고 왔습니다 (30) | 2023.01.29 |
---|---|
슬램덩크, 이대로 좋은가? (31) | 2023.01.28 |
문화가 있는 날 25일, 7천 원에 볼 만한 영화는? (30) | 2023.01.24 |
CGV 경산 리클라이너, 영화 본 소감? (14) | 2023.01.24 |
슬램덩크 7회 차, 2천 원에 설 연휴 특전까지 (12) | 2023.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