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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슬램덩크, 특전이 살렸나? 본문
어제(8일)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6주 차 특전이 풀리는 날이자 타이타닉 25주년 개봉 첫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둘 중 어느 작품을 더 많이 봤을까요? 오늘(9일) 자정에 KOBIS(영화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등록된 일일 관객 수를 알아봤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5만 5백6십5명으로 1위, 타이타닉은 4만 1천7백9십7명으로 2위를 기록했더군요. 개봉 한 달하고도 5일이 더 지난 슬램덩크의 N차 관람 저력, 명작 중의 명작인 타이타닉의 관객 몰이가 대단했습니다.
이날 저는 슬램덩크 대신 타이타닉을 택했습니다. 특전 수집 재미로 슬램덩크를 아홉 번 보고 나온 제게 슬램덩크는 머릿속에서 자동재생이 되는 작품이랄까요. 1월 초부터 한 달간 슬램덩크를 돌리던 메가박스 돌비시네마 상영관은 어제부터 타이타닉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흐름은 슬램덩크에서 타이타닉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매주 갱신되는 슬램덩크 특전의 '숨은 힘'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N차 관람을 향한 열기가 아직 굳건하다는 얘기겠죠?
슬램덩크 누적 관객 수는 어제 기록을 합하며 '2백4십8만 7천여 명'이 됐습니다. 오늘 중 슬램덩크 대한민국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성우 단체 인증숏과 더불어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를 표합니다."라는 관객 2백5십만 돌파 기념 피드가 올라가겠군요. 보통 한 달이 지나면 아무리 수작(좋은 작품)이라도 일일 관객 수가 점점 줄기 마련인데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칼 갈고 나온 슬램덩크에 이 잣대를 들이대기 아직 이른가 봅니다. 타이타닉 뒤에 아바타로 세계적 흥행을 이끈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의 속편 '아바타 : 물의 길'이 우리나라에서 1천만 누적 관객을 동원한 것처럼 말이죠.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수입사 에스엠지홀딩스, 배급사 NEW(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는 6주 차 일정 소화를 위한 행사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슬램덩크 스틸 컷이 그려진 A4 클리어 파일(홀더)을 6주 차 특전으로 풀고요. 이번주 토요일(11일) 슬램덩크 흥행에 따른 감사의 뜻으로 CGV 왕십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메가박스 코엑스 세 곳에 걸쳐 성우 무대인사를 돈다고 합니다. 작품 개봉 초반에 하던 무대인사를 다시 한다니까 슬램덩크 N차 관람러 입장에선 못 참죠.
주말과 휴일(토, 일)에는 4대 영화관 중 일부 지역 상영관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응원 상영회'가 열립니다. 어떤 의도로 기획된 행사인지 슬램덩크를 한 번이라도 본 관객 입장에서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농구 경기 중 굵직한 플래시백(회상) 장면들이 곳곳에 나오는데 굳이 다회용 응원봉을 나눠주고 열띤 응원을 유도한다? 각자 자기만의 호흡으로 작품에 몰입해서 작품에 집중하고 감동을 느낄 상영관에서 떠들썩한 응원이라니. 수입사와 배급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 마케팅을 허용한 걸까요? 그중에는 슬램덩크를 처음 보러 간 관객도 있을 겁니다.
일부 지나가던 슬램덩크 인스타 논객들은 "관객 마케팅에 센스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작품을 안 보고 막 지어낸 일회성 마케팅을 무턱대고 밀어붙인 게 아닐까 하고 말이죠. 진짜 농구 경기로 한 번에 쭉 이어지는 작품이라면 십분 이해라도 하겠는데 응원 상영회는 사실상 '뇌절(불필요하게 과몰입해서 엇나간다는 뜻의 신조어)' 아닌가요? 소수를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지 않을지 슬램덩크 관객 입장에서 걱정됩니다.
내일(10일)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가 더 현대 대구에서 열립니다. 더 현대 서울에서 일부 허술한 팝업스토어 운영으로 팬들에게 질타를 받더니 아픈 만큼 조금 나아졌나 봅니다. 리셀러(재판매)를 어느 정도 거르기 위한 운영 규칙을 만들고 1인 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세부 공지까지 만들어진 모양인데요. 판매 현장과 슬램덩크 팬들의 소통 분위기는 여전히 '불통'으로 보였습니다. 일관성 없는 현장 특전 배포 공지, 어눌한 해명으로 화를 키운다고 할까요?
당분간은 슬램덩크 말고 타이타닉 보면서 힐링이나 해야겠습니다. 그동안 KOBIS에 매일 갱신된 통계를 짚으면서 어디서 얼마나 봤고 관객 추이가 어떤 흐름인지 지켜보고 분석하며 앞으로의 추이를 예상하는 게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객관화된 자료가 쌓이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습니다.
어제 타이타닉을 본 소감으로는 아바타 : 물의 길보다 확실히 팔다리가 덜 쑤십니다. 3D 시각 효과는 예전 LG 3D TV로 구현한 스테레오스코픽(입체 영상)처럼 밝기를 두 세 단계 올려놓은 정도에 불과해서 2D 디지털이 더 나았겠다 싶더군요. 일부 장면은 일회용 편광 필터 안경을 안 쓰고 보는 게 나았습니다. 돌비시네마 3D는 4K 업스케일링된 HDR 화질(돌비 비전)에 돌비 애트모스 인증 사운드까지 더해진 버전이니까 확실히 낫겠죠? 영광의 시대가 언제인지 캐묻던 슬램덩크 대신 "이곳은 타이타닉의 무대입니다."라고 말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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