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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바리스타 춘식이 뭐길래 본문
어제(9일)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대구 동성로를 향하던 시각은 낮 1시가 조금 안 됐을 즈음이었죠. 그 시각 제 손가락은 스타벅스(이하 '스벅') 앱을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스벅 인스타 계정으로 2월 9일 낮 1시 '바리스타 춘식' MD(merchandise) 판매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접했거든요. 해마다 등장한 스벅 MD는 한동안 관심 밖의 영역이었지만 춘식이 인증 마크가 묻은 머그잔과 텀블러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확실한 구매 동기 없이는 잘 열지 않던 지문 인증 모바일 지갑을 기필코 열고야 맙니다. 바야흐로 귀염뽀짝한(매우 귀여운) '춘식 매직'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낮 1시. 스벅 앱의 온라인 숍 코너가 물 끓는 주전자처럼 부글거리며 요동칩니다. 바리스타 춘식을 손에 넣겠다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하자 접속 대기 순위를 배정하는 '혼잡 제어'를 펼치더군요. 초짜 티 팍팍 내던 곳이었으면 진작에 404 에러(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나 502 에러(게이트웨이를 찾을 수 없습니다)로 비명을 내지르며 호스트 서버가 퍼졌겠지만 스벅 앱의 운영은 남달랐습니다. 파도처럼 떠 밀린 고객들을 정해진 수만큼 받으면서 서버가 얼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더군요.
3, 4분쯤 지나자 동시 접속 대기로 결계를 치던 화면이 사라지고 바리스타 춘식 기획 판매 목록이 뜹니다. 배가 불룩한 춘식이 머그잔부터 미니 사진과 일상 아이콘이 덕지덕지 붙은 춘장(춘식이 점장)님 텀블러, MD 진열 다 끝내고 만세를 외치던 춘식이 코스터(컵 받침) 같은 커피 용품 말고도 춘식이 스티커, 춘식이 스트로(3종 실리콘 빨대), 춘식이 키체인까지 종류가 여럿 됩니다.
이 중에 제가 고른 MD는 두 가지였습니다. 해맑은 표정의 포동포동한 '바리스타 춘식 캐릭터 머그(용량은 쇼츠, 237ml)'와 그란데(Grande, 473ml) 용량이 담기는 '바리스타 춘식 엘마 텀블러'입니다. 가격은 각각 3만 원, 3만 5천 원입니다. 원래 '바리스타 춘식 DW 투고 텀블러(3만 7천 원)'를 먼저 결제했는데 선물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조금 더 깔끔한 그림이 배고 포인트가 확실한 엘마 텀블러로 바꿨습니다. 격자무늬 배경 없이 춘식이 얼굴 표정 하나만 있어도 보기 좋았거든요. 배가 불룩한 머그잔은 기왕이면 한 세트로 맞추는 게 좋겠다 싶어서 골라 담았습니다.
그렇게 결제를 마친 뒤 한두 시간이 흘렀습니다. 스티커, 스트로, 코스터가 먼저 다 팔리고 DW 투고 텀블러도 금방 매진됐다고 뜨더군요. 커피 용품보다는 춘식이 굿즈를 소장하고픈 열망이 꽉 찼던 걸로 보입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그동안 스벅에서 알려준 MD는 제 마음을 흔들지 못했는데 바리스타 춘식 MD는 제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뿌셔뿌셔, 소파 쿠션, 빼빼로, 심지어 제주 에디션으로 불리는 돌하르방, 해녀, 감귤 인형까지 '춘식이' 하나로 평정했으니 스벅에서 춘식이의 존재감은 그 무엇보다 뚜렷합니다.
다음날 스벅 앱을 다시 켜봤습니다. 어젯밤 다섯 종이 남아있던 바리스타 춘식 MD가 세 종류로 확 줄었습니다. 엘마 텀블러와 스플래시 콜드컵(591ml, 2만 2천 원)이 다 팔렸더군요. 남은 제품은 캐릭터 머그, 데비 텀블러(414ml, 2만 5천 원), 리드 머그(355ml, 2만 7천 원) 뿐이었습니다.
이 추세라면 며칠을 못 가고 다 팔릴 듯한 예감이 듭니다. 가격 대비 일부 제품의 디자인이 아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기존의 시즌 MD보다는 수요가 만만찮습니다. 스벅 카드로 결제하면 제품 당 별 한 개, 1만 원에 별 하나씩 채워주니까 조건을 잘 활용하면 커피 쿠폰 교환 주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스플래시 콜드컵까지 사둘까 하다가 춘식이 감성에 내 지갑을 축내지 말자는 정신이 번쩍 들어 결제를 멈췄습니다. 춘식이는 귀엽지만 언제 또 한 번 여러분의 지갑을 노리고 나타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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